작품 소개
민수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오랫동안 운영하던 가게를 접은 뒤, 지금은 집에서 쉬면서 다음에 해야 할 일을 구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인터넷쇼핑몰밖에는 답이 없다고 여기면서 모니터 화면에 집중하는데, 등 뒤에서 어머니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또 무슨 잔소리를 하려고 그러나 싶어 얼른 뒤돌아본 민수. 그의 눈에 들어온 어머니는 얼어붙은 듯 동작이 멈춰버린 상태였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기이한 현상으로 인해 인구의 절반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 현상이 신체를 얼어붙게 만든 것처럼 보인다 해서 프리징(freezing)이라고 불렀다. 이것만 해도 골치가 아픈데 더 큰 문제는 프리징 된 사람을 만지게 되면 정상이었던 사람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점이었다. 어머니를 만지려 했던 민수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경고 방송을 듣고서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인터넷을 통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내던 중 민수는 문득 어머니의 적금 통장을 떠올렸다. 오천만 원짜리 적금 통장은 어머니가 하나밖에 없는 손자인 건우의 대학 학자금을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당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생각에 그는 적금 통장을 챙겨서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만큼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직계가족의 요구를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지른 짓인데, 알고 보니 어머니는 적금 통장의 비밀번호를 다른 것으로 바꿔놓은 상태였다. 그것은 바로 건우의 생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