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팔조(八條). 팔조법금, 팔조지교의 줄임말로서 우리나라 고대 사회에서 시행되던 여덟가지의 법금.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고 남에게 상해를 입힌자는 곡물로 배상하는 등 고조선 사회에 통용되던 법률이다.
열 여덟 살 사혜성은 현재의 법률이 그 옛날의 팔조와 다를 바 없는 미개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을 두들겨 맞고 도망쳐 온 혜성에게 서울은 정글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버려진 공장 속 잡초처럼 혹독하게 자라는 동안 우리나라 법률은 혜성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혜성은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달동네에 서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이곳은 미개의 법률만이 존재하는 정글이다. 팔조의 숲이다.’
어린 혜성은 이 삼엄한 숲에서 혼자 살아 남아야 한다. 빚쟁이와 경찰과, 무엇보다 살인자인 자신의 아버지를 피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