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하얀 백지에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자 한 건 옥빛의 투명한 바다다. 그런데 붓을 놓자 캔버스에는 먹물이 번진 것처럼 침침하기 그지없는 호수가 그려져 있다.
맑은 물빛을 눈에 담을 수 없는 이가 어찌 그 빛을 화폭에 담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림은 그리는 이의 손이 아니라 마음에 의해 그 색감을 달리한다. 화려함을 돋보이려 독성 가득한 비료를 뿌리면 그 꽃은 일찍 시들게 마련이다. 꽃이 스러진 들판은 거름 밭으로 변하고 만다. 어둠이 웅크리고 있을 때, 그 붓으로는 밝은 공간이 그려지지 않는 법이다. 역시 붓 든 이의 속내가 채도와 명암을 좌우한다.
‘세컨드 레이디’는 부와 명예를 얻고자 영혼을 팔아 치우고, 사랑을 팔아 사탄의 시녀가 되는 탐욕의 실체들을 속속들이 파헤쳐 나간다. 탐욕은, 음부처럼 탁한 곳에서 애벌레처럼 웅크리고 있던 살의마저 기세등등하게 용틀임시킨다.
범법과 부도덕, 비양심의 뿌리로 죄를 잉태하는 근원이, 그런 죄악의 행위들이, 절제된 필요에 따라 살아감으로써 선과 양심을 지키는 보편적 다수의 삶보다 결코 높이 존재할 수 없음을 말하려 한다.
가장 쉽게 살 수 있는 길이 가장 잘 사는 길이라면 그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결과만을 염두에 두고 수단에 구애받지 않는 자가 행복한 삶의 앞 서열을 차지하고 있다면 너무 불공평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