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교수 임용 확정을 받자마자 죽고 말았다. 그리고 듣도보도 못한 ‘고(高)’나라라는 중세시대로 타입슬립했다.
“내 이름이… 완리라고? 상장 폐지되어 내 돈 말아먹은, 그 완리?!”
전생에서 (주)완리에 투자했다가 큰돈을 잃은 내게, 너무 가혹한 처사였다.
“천제께서 산사에 축복을 내려주신 겁니까? 저 은혜로운 글귀와 시들을 보니 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과거에 논문 쓰던 실력으로 글 몇 줄 써줬더니 재녀가 나타났다며 난리가 났다.
허나 재녀면 뭐하나? 어차피 산사에서 평생 청소나 하며 살아야 하는 몸인걸.
어느날, 내게 가족이 있단다.
진부하게도 나는 경성 고위 관료 최씨 집안 막내딸이었다.
몸 사리기를 인생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아버지와 목숨이 중하다며 어설픈 공명 따위는 필요 없다는 어머니.
그리고 경성 외곽 언덕 아래 곽정동에 자리 잡은 집과 적당한 가산.
“이 정도면 인생을 편안하게 영위하고도 남겠는데?”
이번생은 나름대로 살만할 듯 했다. 만족스러워!…가 아니였다.
타인에 의해 권력 다툼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최씨 집안.
목숨을 조여오는 필연적 상황과 역사적 사건들!
이대로 또 개죽음을 당할쏘냐, 대한민국의 (주)완리는 상장폐지 되었을지언정, 고나라의 (최)완리는 평생을 무탈할 것이다!
비록 가진 무기는 지필묵과 가야금. 그리고 말 한필이 전부라지만.
완리는 오늘도 집안과 가족을 살리기 위해 시를 쓰고, 악을 타고, 말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