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 살아 있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

  • 장르: SF, 호러 | 태그: #ZA #재난 #환경 #국제 #종말 #감염
  • 평점×87 | 분량: 26회, 618매
  • 소개: 나(話者)는 한국과 북한에서 동시에 시작된 감염이 전 세계를 휩쓸 때 가족을 잃고 그 재앙이 왜,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 조사하다 이웃의 공격을 받고 사망한다. 하지만 그는 분명... 더보기
작가

[줄거리]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17년 2월

<로그라인>

“죽었음에도 의식이 살아 있는 남자가 전세계를 덥친 치명적인 감염이 최초 시작된 한국을 중심으로 벌어진 일들을 회상한 끝에 그 감염이 인간의 탐욕에 대한 자연의 반격임을 깨닫게 된다.”

<줄거리>

*회차와 상관없이 시간순으로 사건을 나열함 / 해당 줄거리에 주요 내용을 요약 발췌 함

()는 한국과 북한에서 동시에 시작된 감염이 전 세계를 휩쓸 때 가족을 잃고 그 재앙이 왜,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 조사하다 이웃의 공격을 받고 사망한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죽었음에도 생각할 수 있음에 놀라고, 그가 그간 조사했던 재앙의 시작점인 한국에서 벌어진 일을 회상한다.

“나는 방금 죽었다.

나를 죽인 사람은 가까운 이웃이었다. 유감과 다행 중 어느 쪽으로 표현해얄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가 나를 죽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는 선한 사람이었다. 또한, 친절하고 유순했다. 그런 그가 나를 죽였다.

*

“사랑했던 내 아내 캐런과 당시 18 16살이던 두 아들 패트릭과 존이 내가 보는 앞에서 죽었을 …. 한 가족의 가장으로써, 풍요로웠던 삶의 일상을 빼앗긴 피해자로서 내가 살아남는다면 꼭 이 재앙이 언제 어디서 왜 시작되었는지를 밝히기로 결심했었다.

*

“문득 아내 캐런이 공들여 붙이고 열심히 기름칠했던 윤기 나는 원목 바닥이 내 피로 물들여지는 걸 알면 얼마나 화를 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의식은 이처럼 종점을 앞둔 기차처럼 칙칙폭폭 귓가에 경적을 울리며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사건은 미국이 유엔을 통해 기아 상태에 빠진 북한에 구호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북한 원산에 배정된 구호품 중 하나인 소가 갑자기 죽어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이를 잡아먹은 원산 주민들이 감염되고 이내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북한 정부는 이를 미국의 생물학적 공격으로 간주, 비난한다. 구호품을 배분하기 위해 원산에 파견되었던 프랑스인 레아 위페르는 그를 돕는 통역자인 재건과 함께 원산을 극적으로 탈출하고, 감염은 괴멸적인 속도로 평양을 거쳐 북으로는 중국, 남으로는 한국으로 퍼져 나간다. 하지만 동시에 남한의 여러 도시에 동시 다발적으로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행복에 가까울 정도의 포만감이 가득 찼을 때 누군가 말했다. “미제는 싫어도 미제 소는 맛나는구먼?” 모두들 웃었고 행복해했다. 그때 아이 하나가 갑자기하고 기침을 했다. 아이의 표정이 형언할 수 없는 기묘한 표정으로 바뀌었고 미처 인지하기도 전에 동공이 커지며 흰자를 모두 덮기 시작했다.

*

그 틈으로 김해영이 훔쳐본 광경은 김해영으로 하여금 거의 혼절에 이르도록 할 만한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김해영은 그 짧은 시간에 비서의 목이 거의 반절이 떨어져 나간 것을 알아챘다. 그러나 비서의 목 뿐 아니라 양쪽 팔도 겉가죽의 힘으로 간신히 매달려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김해영은 모르고 있었다.

*

“미제의 간악한 생물학적 공격은 실패하였다…. 유엔의 일꾼을 가장한 미제의 스파이들은 모조리 제거하였다. 우리 군의 불벼락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위대한…….”

*

원산은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빨리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내 원산에 주둔하고 있던 군인들이 뛰쳐나왔고 사방에 총을 쏘기 시작했다. 지옥문이 열린 듯 사람들이 죽어갔다.

미국은 북한의 미국에 대한 비난 방송을 끝으로 북한의 모든 채널이 닫기고 중국이 북한 국경에 군대를 밀집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특사를 파견한다. 중국은 북한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감염 사태가 있음을 말해 주면서도 미국을 의심한다. 미국은 중국의 말을 믿기로 하고 이를 주한미군과 한국 정부에 통보하나 뚜렷한 대책이 없는 사이 전국 각지에서 북한과 유사한 감염이 동시 다발적으로 시작된다. 통제할 수 없는 감염임을 알게 된 세계 각국은 감염이 북한과 남한을 봉쇄한다.

 

왕준센이 잠시 뜸을 들인 건 그의 몸이 반사적으로 긴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뇌신경학자였던 외아들 왕허가 북한에 파견된 직후 보낸 수수께끼 같은 메시지를 상기했다.

‘아버지. 그들은 살아 있지 않기 때문에 죽지 않으나, 죽여도 살아 있습니다.

제가 본 그들의 증례는 마치 광우병과 광견병을 합쳐 놓은 것 같습니다.’

*

“만약 어제 죽은 평양 방송의 그 여자 아나운서 말대로 정말 그것을 당신네 나라에서 만들어 낸 것이 사실이라면……” 보이차가 이내 바닥까지 흐르며 쪼르르……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왕준센의 말을 가릴 정도는 아니었다. “참으로 잘했소이다.” 왕준센이 정말 손뼉이라도 칠 것처럼 두 손을 마주 댔다. “그 잘난 당신들 덕분에 당신들뿐 아니라 우리까지 모두 죽게 생겼으니 말이요.

*

“재앙의 날이 밝아왔다.

*

“마치 딱 시계의 초침이 딱! 하고 넘어가듯 그런 순간에 경찰서에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어요. 봇물이 무너진 것 같았죠. 나중에 통신망이 끊어질 때까지 전화를 받았는데 대부분 흐느끼는 소리, 충격과 경악에 찌든 목소리로 ‘구해달라’ 또는 남편이, 아내가, 아이가, 엄마가, 동료가 이상하다는 두서를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어요.

*

친구의 집에 있는 폭탄을 우리 집까지 나눠 들고 올 이유는 없는 것이었다. 폭탄이 안 터지면 다행인 것이고 터졌을 때의 비극은 그 집의 슬픔으로 끝날 것이다. 이웃인 우리는 위로만 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 물론……. 재난은 이렇게 늘 정치적이라는 사실을 한국인들도 알고 있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아직까지 불운은 그들의 몫이 되었다. 그날 이후 한국과 북한, 이 한 민족 두 나라는 세계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었다.

 

미국은 자신들이 북한에 지원한 젖소 중 한 마리가 광우병을 유발하는 프레온 인자를 보유했음을 확인한 후 그 젖소가 자란 농장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소들의 유산물을 대량 구매한 한국인이 있음을 확인한다. 그의 이름은 배길천으로 산업용 조미료 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였다. 배길천은 사업차 수원을 방문하는 날 재앙을 맞게 되고 운전기사의 도움으로 수원의 신화마트로 피신한다. 한편 재앙의 날 아내와 가족을 잃은 배길천의 사위인 기영도 우연히 신화마트에 오게 되며 원산을 탈출한 프랑스인 레아도 프랑스 대사관이 마련해준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울공항으로 향하던 중 감염자들에 밀려 신화마트로 피신하게 된다.

 

“이걸 사서 먹는다고요? 대체 누가……. 이 따위 쓰레기를…” 구토를 하던 요원 하나가 헐떡대며 물었다. “음……. 한국에서요. 그곳 사람들은 이걸 구워 먹고 삶아 먹는다 던데요?” 애써 구토를 참던 다른 요원이 구토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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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컨테이너 구석에 떨구어져 있던 고기 조각. ‘고기 한 점이라고 말하기도 뭣한 손톱만 한 분량 단백질 덩어리에서 문제의 그물질이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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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한에 갔죠!. 그 송아지. 음……. KH-1209. 기억나요. 그 송아지. 그 송아지는 어미를 닮아서 아주 좋은…….” 수십명의 요원들이 일제히 전화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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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길천.그를 아는 사람에게 그 이름은 경멸과 멸시 그리고 두려움을 동시에 상징하는 것이었다. 경멸의 근원은 그의 저급한 천성이었고 두려움의 원천은 그의 잔인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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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의 농장에서 버려지는 도축된 소들의 부산물. 이를테면 뒷다리, 꼬리, 내장, 머리 등은 미국인들에게는 쓰레기일지 모르지만 길천에게는 말 그대로 노다지에 가까운 것임을 직감했다. 길천은 생각했다. “양키들은 어떨지 몰라도 한국인들은 그 모든 걸 먹어 치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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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사이먼 해머의 공장은 예전부터 존재하지 않는 곳이 되었다. 그러므로 북한이 말한 생물학적 공격은 애초에 성립 자체가 안되는 것이었다. 미국인들에게 매우 만족스러운 조치였다. 공식적으로 재앙은……. 미국의 죄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

천당과 지옥이 (신화)마트의 방화벽을 사이에 두고 갈렸다. 지옥에서나 들을 법한 비명과 슬픔이 폭풍처럼 사람들의 헤집고 지나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그 자신이 경험했을 끔찍한 비명에 몸서리치던 운전기사는 길천과 연옥의 한복판에서 울부짖는 사람들을 번갈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벼락은……. 벼락은…. 왜 저렇게 엄한 곳에만 맞는것일까?”

신화마트는 민 선생이라 불리는 미지의 인물이 리드했고 드물게 성공적인 공동체로 운영되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감염은 소강상태였고 유럽을 맹렬히 공략 중이던 때였다. 레아와 기영, 재건은 민 선생을 도와 감염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고 있었으나 철저하게 외부로부터 차단된 신화마트내에서 의도적인 감염이 발생하게 된다.

대한민국을 강타한 재난이 구름처럼 밀려왔다 파도처럼 사라졌다. 밀려가는 파도에 지워지는 모래 사장의 낙서처럼 수 많은 생명도 사라졌다.

*

“‘민 선생은 손마디가 아주 거칠고 외모상으로는 그다지 화이트칼라 냄새는 나지 않는 분이었으니 실제 교사는 아니었겠지만, 리더십 하나만큼은 놀라울 정도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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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력을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굴레가 세상이 무너짐과 동시에 사라져버리고 그들이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특히 재앙 전에 성공한 어느 사업가의 운전기사를 했던 명곤이라는 이름의 청년이 그랬다.

*

신화마트에서의 일상은 이처럼 제한적이지만 안전하고 자유로웠다. 이제는 악몽으로 몸부림치는 사람들은 깨워줄 수 있었고 그건 최소한 악몽보다 현실이 낫다는 믿음 덕분이었다.

*

그토록 철저히 봉쇄했음에도 어쩐 일인지 재앙이 일본을 덮쳐 일본 왕실이 오키나와로 피난을 간 이후 연락이 끊겼고 일본에서 첫번째 희생자가 나온 그 주에 일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

샌프란시스코 유레카에서 시작된 재앙이 네바다의 사막과 아이다 호를 단 이틀 만에 주파했고 일주일 만에 바람에 휩쓸린 도로시가 켄터키를 떠나듯 재앙은 재빠르게 켄터키를 파괴하고 뉴욕을 박살 냈음을 알려왔다. 도로시를 도왔던 착한 마녀는 미국을 위해 나타나지 않았고 한국에서 그러했듯, 일본이 보여주었듯 미국에서 또한 그 재앙은 더더욱 파괴적이 되어 대륙 전체를 짓밟은 터였다.

*

그들의 본능이 한 방향을 향해 꿈틀거렸다. 먹는다는 것……. 김동균 일병이 말하는 그들은 대체 뭘 먹고 그런 것일까……? “어서 말해. 김동균. 그들이 뭘 먹고 그렇게 된 건지 말하라고!!”

*

그는 핵폭탄에 비견될 만한 생화학적 물질을 여섯 통이나 가진 권력자로 재탄생했다. 그는 그가 원하는 누구든 가장 비참하게 죽일 힘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누군가 내부감염을 일으키는 것을 확신한 민 선생은 조만간 누군가 자신을 공격할테고 그때 자신을 제압하는 사람이 범인이라는 생각을 기영에게 말한다. 민 선생의 예측대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뿌린 물질에 감염되어 죽고 이어 그의 따르던 레아 또한 죽임을 당하게 된다.

민 선생은 그가 들고 있는 흉기와 자신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여전히 나직하게 말했다. “이보게…………네 왜 그래야 하지? 다 같이 자알……살면 좋지…… 않은가?” 민 선생의 혀가 굳어가고 있었다.

*

웃기는군. 이 와중에도 행복 타령이라니 냉소했다.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것에서 대체 무슨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는 민 선생의 질척해진 얼굴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나는 그런 걸 나눌 생각이 없소이다”

 

민 선생과 레아의 죽음에 격분한 기영은 레아가 남긴 메모를 보고 범인이 자신의 장인인 배길천임을 확신한다. 하지만 누군가 레아의 메모에 뿌려 놓은 물질에 감염되고 그도 죽는다. 죽는 순간 그는 배길천이 범인이 아니었음을 눈치채고, 신화마트는 이내 범인인 ‘그’의 통제에 들어가게 된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재건은 그가 신화마트의 새로운 리더가 되고 민 선생과는 다른 비민주적 통제 절차 만들겠다 공언하는 순간 신화마트를 빠져나온다.

“나의 죽음이 범인을 알려줄 것이야.” 민 선생이 여전히 기영의 어깨에 손을 댄 체 나직이 말했다. “기영. 기억하게. 나를 제일 먼저 제압하는 사람이 바로범인일세. 자네가 그를 없애야 하네. 그래야 신화마트가 살아. 수많은 생명이 달린 일이네!”

*

메모는 지저분했지만, 레아가 쓴것이 분명한 글이 적혀 있었다. “먹는것. KH-1209의 죽음. 원산/이천/수원/서울/대전…. 김해영이 말한가루. 김동균 일병이 말한 ‘조미료’도…가루….” 기영은 전율했다. 이제 감염의 원인을 알게 된 것이었다. 이런 일을 만들 만큼 똑똑한 사람 그리고 그 이상으로 영악한 사람.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이득이 된다면 지구라도 멸망시킬 수 있는 그런 사람. 그 사람을 기영은 알고 있었다.

*

“당신……그래에……. 당신이 세상……이렇게 만들……”

기영은 그가 내뱉은 기침이 몹시 창피하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윽고 프레온이 기영의 대뇌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만큼 빠르게 대뇌 피질과 뇌간 따위를 공격하면서 기영이 가진 인간적 면모를 녹여내게 시작했다.

*

신화마트를 조용히 빠져나오는 몇몇이 있었음을 눈치채는 사람은 없었다. ‘재건의 일가였다. 그들은 예전의 원산에서처럼 무언가징조를 느꼈다. 그들이 생존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본능의 소리를 따르는 능력이었다. 그 본능이 재건에게 목놓아 외치고 있었다. “도망가라. 얼른 도망가라우!”

 

일 년 후 감염된 <>에게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편지는 한국에서 재건이라는 사람이 보낸 것으로 신화마트에서 벌어진 일을 이야기해주며 감염을 인간의 탐욕으로 생긴 ‘인재’로 정의했다. 그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나를 찾은 친구 준을 물어 감염시킨 <>는 감염된 채로 편지를 읽어주는 이웃에게 불태워지게 되고 불태워지는 도중 이웃들이 불사의 물질인 프레온에 감염되어 자신처럼 변하는 것을 목격한다. 재건의 편지와 함께 그 장면을 본 <>는 이 재앙이 인간에 대한 자연의 반격이며 자연은 인간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을 알게 된다.

찰리, 그가 배를 축 늘어뜨린 채 숨을 헐떡대고 있다. 내 내장은 모두 너덜너덜한 채 종루의 종이 위태롭게 매달려 바람이 휘날리듯 흔들거리고 있고…

*

“저는 그걸 똑똑히 목격했지요. 우리의 탐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말이죠.

*

“자연이 정한 순리대로 살지 않은 인류의 죄에 대해 말이지요. 초식동물인 소에게 육식을 시키고, 절멸의 상황에서도 탐욕을 부리는 인간의 죄에 대해 저는 늘 사죄하고 있답니다.

*

불길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육체에 이르러 머리를 그을리고 안구를 태우기 시작했다. 사라져가는 눈을 통해 내가 마지막 본 것은 살아 있으나 꿈꾸지 못하는, 죽었으나 죽지 못하는 그런 가벼운 영혼의 신세계를 만끽하는 로이였다. 나는 생각했다. “아…자연은 인간을 끝내 용서하지 않을 작정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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