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가 삐후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리고 계실 독자 여러분께, 이 소설 속에 숨겨두었던 조금은 서늘하고 슬픈 비밀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아마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태준과 한희의 서툴지만 찬란했던 2000년대의 로맨스로 읽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책장을 덮은 지금, 어딘가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이나 서늘함을 느끼셨다면, 여러분은 이 소설이 감추고 있던 진짜 얼굴을 마주하신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씻을 수 없는 상처가 한 사람의 영혼을 어떻게 조각내는지, 그리고 그 조각난 마음이 어떻게 기억을 왜곡하여 스스로를 가두는지에 대한 ‘심리적 비극’입니다.
여러분이 놓쳤을지도 모를, 혹은 고개를 갸웃거렸을 그 ‘진실’의 조각들을 맞춰드립니다.
1. 로맨스라는 가면을 쓴 심리 스릴러 소설의 중반부까지 여러분을 미소 짓게 했던 그들의 사랑은 진짜였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을 지탱하기엔 한희가 17살에 겪었던 상처는 너무나 깊었습니다. 이 소설은 두 남녀의 엇갈림을 넘어, 트라우마라는 괴물이 어떻게 평범한 일상을 공포 스릴러로 뒤바꾸는지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2. 후반부의 진실: 무너진 경계와 슬픈 방어기제 소설의 3부에서 한희가 겪었던 불행한 결혼 생활, 임신, 그리고 차가운 이혼… 혹시 읽으시면서 현실적으로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거나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으셨나요? 그 위화감은 작가의 실수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희가 만들어낸 ‘망상’이었습니다. 태준과의 이별, 그리고 과거의 상처를 감당할 수 없었던 한희의 무의식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치밀하고도 슬픈 거짓된 세계였던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느꼈던 그 ‘기묘한 불일치’야말로, 주인공의 내면이 무너져내리고 있음을 알리는 가장 비극적인 복선이었습니다.
3. ‘낯선 향기’의 정체 한희를 그토록 괴롭혔던, 태준에게서 난다던 그 ‘낯선 향수 냄새’. 그것은 외도의 증거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희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공포’의 냄새였습니다. 사랑받을수록, 행복해질수록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만들어낸 환영의 감각이었지요.
결국 이 이야기는 사랑을 잃은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해 ‘잃어버린 시간’ 속에 갇혀버린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그 진실을 마주하고 태준의 진심을 깨달은 한희가, 이제는 잃어버린 시간에서 걸어 나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구원서사’입니다.
부디 이 슬픈 숨바꼭질의 끝에서,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태준의 따뜻했던 진심만이 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