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용사님

후기

25년 12월

네, 저는 ADHD환자입니다.

아주아주 어릴때부터… 좀… 뭔가 내가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이상하다는 걸 인지하며 살고 있었죠.
‘물 가져와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일어나자마자 뭐 때문에 일어났는지 까먹기 일쑤.
등교하려고 현관을 나서자마자 돌아서기를 몇차례. 그러고나서도 준비물을 까먹어서 엄마에게 전화.
대학교에 가서도… 선배에게 단체로 혼나고 나서 터덜터덜 집에 가다 말고 ‘아 가방…’ …

정말 대환장의 나날들이었습니다. 특히나 기본 성향 자체는 ISTJ라 더더욱… 내가 나를 견딜 수가 없는 시간들.

성적까지 나빴다면 그냥 나는 그런 쓰레기같은 인생인가 보다, 하고 모두+나 스스로 포기하고 막살았을지도 모르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머리가 매우 몹시 많이 좋았습니다… (지금도 좋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아론처럼 책을 좋아했습니다. 항상 책을 끼고 살다시피 했죠. 좋아하는 책은 3~400번은 볼 정도. 책을 보고 있으면 누가 몇번을 불러도 못 들었습니다. 애기때도, 그 두꺼운 하드커버 동화책들이 전부 너덜너덜해질때까지 읽었습니다.

당연히 학업성적도… 좋았죠. 소설 속 아론처럼, 고등학교 마지막 성적은 전교 15등이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때도 성적 장학금을 탔습니다(…)

……제성합니다. 자랑할 게 별로 없어가지고 이런거라도…

 

여튼 이렇게 소설을 쓰고 있는 지금와서 쭉 돌아보면, 책을 좋아한다기보다는 문자중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마는. 싫어하는 내용은 또 전혀 쳐다도 안 보는 걸 보면 그건 아닐지도…

 

주인공 아론이 온전히 제 모습은 아닙니다. 제 주변에는 묘하게 ADHD의심이 아주 강하게 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냥저냥 잘 사시더라구요. 그분들의 습관이나 버릇들도 좀 가미했습니다 ㅎㅎ
(저는 안타깝게도 저 스스로가 저를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 되어서 병원을 다니고 약을 꾸준히 먹고서야 살만해졌지만요.)

원래 맨 처음에는, ADHD서적들을 또 탐색하고 읽다가…

‘어 근데 이 특성들… 판타지 세계 용사면 오히려 좋아! 아닌가?’

특히나 가끔 애니에 나오는 황당한 발언이나 행동으로 주변인들 뒤집어지게 만드는 개그컷들…
진지하게 싸우다가 갑자기 멈춰서 한다는 개그발언들…
남의 말 잘 안듣고 잘 기억 못하고는 제일 중요한 순간에 ‘어 그랬나?’ 하는 캐릭터들…

전부 합하니 ADHD특성이더라구요…?

 

…쓰자!
(뭐, 뭘?)

 

그렇게… 세계관설정이라고는 1도 없이 냅다 시작한 게 이 소설입니다 ㅋㅋㅋㅋ…
네… 이조차도 ADHD답네요…;;

처음에 아론은 훨씬 훠어얼씬 먼치킨으로 달려갈 예정이었습니다. 진짜 말 그대로 솔로로, 마왕성까지 냅다 달릴 예정이었죠. 마법도 본인이 하고 검술도 본인이 하고 힐링도 본인이… ㅖ…
거기다, 원래 그때 생각해둔 결말은 ‘마왕성에 도착했는데 마왕 이라는 단어가 생각 안나서 마왕도 뒤집어지게 만드는 개그캐’ 였거든요… 계속 가는 길마다 다른데로 새고… 마왕성 안에 들어가서도 딴짓하다가 함정 구조 연구하고, 식당을 급습(?)해서 몬스터들이 쳐다보는데도 모르고 계속 먹어치우는…;; (아 역시 망나니네)

…근데 그렇게 쭉 1인으로 10화를 달리다보니, 어… 이거 안되겠는데? 해서… 친구들을 붙여주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브레이크 같은거죠(거기다 아론 본인의 모습처럼… 약간 부족한 파티…)
50화를 목표로 쓰기 시작했지만, 50화 안 나올 줄 알았는데 50화가 나오네요. 거 참…

 

그 사이 마왕님도 ADHD가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비교대조를 하면 더 극적일거라 생각했고… 실제로도 이 상태로 영원히 살게 된다면 그것만큼 끔찍한 일이 없겠다 싶었고…

and, 아무도 예상 못하셨겠지만, 마왕님의 모델은, 물론 당연히 저와 주변인들의 일부 특성과(……)
뉴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그 뉴턴이요. 만유인력의 법칙의 그 뉴턴.
(에스카플로네의 최종흑막도 뉴턴이었는데……. 역시 뉴턴은 마왕이 맞나봐)

 

뉴턴은 혼자있기를 좋아하고 매우 산만했고 케임브리지에 세워진 최초의 자기 실험실에서 긴바늘을 안구와 뼈 사이에 넣고 돌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가장 깊숙한 곳까지 닿으면 무슨일이 생기는지 궁금해서…
로버트 후크… 였던가, 아무튼 누구랑 한번 논쟁 심하게 한 이후로 아예 학회에 안나가려고 했던걸로 기억 하는데… 뉴턴이 왕립학회장이 된 이후에는 그래서 그 논쟁한 사람(전대 학회장)의 초상화를 다 없애버렸습니다… 끌끌.
그는 미적분학을 만들고 27년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다가 라이프니츠 때문에 발표했습니다. 그는 광학에서의 성과 또한 30년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
반사망원경 만들어달라는 의뢰가 쇄도해서 밥먹는것도 까먹고 거울만 갈고 앉아가지고 옆에서 하녀가 떠먹여줬죠. 연구 생각에 골몰하느라 계란 대신 손목시계가 삶아지기도 했구요…
거기다 연금술과 이상한 종교에 심취했죠. 덕분에 그의 머리카락에서는 자연수준의 40배가 넘는 수은이 나왔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도 ADHD의심이 되던데…)

아 물론… 모든 ADHD가 천재는 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뭔가 하나에 꽂히면 지하맨틀이 보일 때까지 파고드는 특성 덕에… 머리가 좋은 ADHD의 경우 유난히 그 업적이 두드러졌겠죠. 그런 경우 일상은 더 망가져 있어서 그런 인물의 평은 보통 양 극단을 모두 가지구요.ㅠㅠ

 

여튼… 만화 같은 데에서는 그런 인물들이 그저 개그컷, 엉뚱한 캐릭터 정도로 지나가지만, 어쩌면 굉장히 현실적인… 질병이나 문제가 있던 걸지도 모른다는거? 그런 발상에서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래도 그럭저럭 잘 살고 있습니다.
…아마도요.

 

아론도 잘 살아… 가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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