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완결 후기

23년 8월

2019년 말에 첫 연재를 시작했던 이야기가 4년만에 드디어 완결을 맞았습니다.
여러 모로 부족하고 서툰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째 시작과 끝을 모두 코로나 대유행과 함께 한 것 같은 썩 즐겁지 못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제가 사랑하는 CRPG “Baldur’s Gate III”의 제작 발표로부터 정식 출시까지를 함께 했다고 생각하렵니다. 🙂

독자도 많지 않은 글에 후기씩이나 쓰려니 조금 민망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그 길었던 여정을 정리 없이 넘어가기는 아쉬워서 (아무도 물어본 적 없는) Q&A 형식으로 써 봅니다.

 

Q. 이게 도대체 무슨 글인가요?

A.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고전적인 성향의 에픽 판타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과 모험, 험난한 여정 속에서 운명적으로 얽힌 동료들 간의 우정과 사랑 등등, 판타지의 기본적인 미덕에 최대한 충실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 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의도는 그랬다는 말입니다. 잘 되었는지는…?

보다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저의 첫 공개작이며, 첫 대하 판타지이기도 합니다. 총 분량이 200자 원고지 11,000장을 넘는다니… 솔직히 제가 이만큼이나 긴 글을 쓸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품질 면에서는 불만족스럽기 짝이 없어서, 일단은 “엄청난 분량을 가진 습작”이라고 해두겠습니다. 연습장에나 끄적거려야 할 습작 따위를 감히 브릿G에 공개하는 만행을 저질러 죄송합니다.

 

Q. 세계관은 어디에서 온 건가요?

A. 100% 저의 창작입니다. 지리, 종족, 국가, 마법, 세계의 역사 등을 모두 백지 위에 써내려간다는 느낌으로 처음부터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첫 연재는 2019년 말이었지만, 첫 구상 시작은 2017년부터였습니다. 그 사전 준비 2년간의 절반 정도가 세계관 확립에 쓰였고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펜던트 사가를 완결함으로써 비로소 이 세계관도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결국 단일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에필로그 포함 9개 작품으로 나눠서 연재했는데, 왜 그런 건가요?

A. 그러게 말입니다(…). 사실은 연재하면서 좀 후회가 되었던 부분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전체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쓰되, 어느 작품을 골라서 읽어도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도록 해보자’라는 나름의 포부를 품고 있었습니다…만, 누구나 시궁창에 처박히기 전까지는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법이니까요. 만약 시간을 되돌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그냥 단일 작품으로 전부 붙여서 연재할 것 같습니다.

 

Q. 9개 에피소드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어느 것입니까?

A. 우선 여덟 번째 이야기 “제국 최후의 날”을 꼽겠습니다. 아무래도 첫 연재로부터 시간도 많이 흘렀고 그 사이 필력에 조금이라도 발전이 있었으리라는 건 물론 나만의 착각이겠지만, 그 동안 벌여놓았던 모든 사건들, 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마침내 한 점으로 수렴되며 최종 국면으로 정리되어 가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이 기나긴 이야기를 첫 에피소드부터 여기까지 읽어주실 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겠지만…

그에 버금가는 애착을 가지고 있는 에피소드는 세번째 이야기 “길 잃은 새들의 섬”입니다. 주요 인물들의 태반이 처음 등장하면서 드디어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되는 전환점이죠. 무엇보다 “단일 에피소드만으로 충분히 완결성을 가지도록 쓴다”는 애초의 목표를 가장 잘 구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가장 아쉬운 에피소드는 어느 것입니까?

A. 모든 에피소드가 다 많이 부족합니다만, 그 중에서도 특히 두번째 이야기 “어둠 속의 목소리”에 가장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좀 더 제대로 다듬은 후에 내놨어야 했는데, 캐릭터 묘사나 대사들이 종종 너무 서툴고 허술한 감이 있습니다. 아마도 당시에 첫번째 이야기를 완결하고 나니까 두번째도 빨리 내놓아야겠다는,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전혀 쓸데없는 조급함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 설익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내놓고 말있네요.

그 외에 네번째 이야기 “격랑의 바다” 중 1장 “레티스의 악령들”도 초반 서술이 너무 늘어지는 느낌이 있어 이 역시 아쉬운 부분입니다.

 

Q. 앞으로 계획은?

A. 이래저래 설익은 글을 단편도 아니고 초-장편으로 올려 브릿G 서버 용량을 쓸데없이 잡아먹은 점에 대해 일단 반성 좀 하고, 앞으로 당분간은 좀 더 짤막짤막한 글에 도전해 보려 합니다. 단편이 장편보다 쓰기 쉬울 거라 생각하는 건 착각이겠지만, 적어도 독자 입장에서는 짧은 글이 읽기에 덜 부담스러울 것 같고, 제 입장에서도 짧은 호흡으로 보다 다양한 이야기글을 시도하며 필력을 갈고닦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앞으로 계속 펜던트 사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글들을 써 나갈 생각입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A. 더 재미있는 글로 돌아오겠다고 약속은 못 하겠지만 최소한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 늘 심신이 두루 건강하시고 가내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라고 끝내면 너무 진부한 마무리인 것 같아서, 제가 존경하는 이영도 작가님께서 언젠가 어딘가에 남겨주신 멋진 문구를 인용하며 마치겠습니다.

 

“그래도 꿈은 여전히 손등에 있을 겁니다. 월급이나 대가를 받기 위해 손바닥을 내미는 동안엔 잊기 쉽지만, 꿈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자기 손등을 볼 수 있지요. 누군가를 어루만져주는 사람도 그럴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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