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으로 오게!”
틸레오드가 말했다. 그가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절벽에 매달린 파리스에게 손을 뻗었다. 근처에서는 코가 없는 창백한 오콜락스가 창과 검을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장난은 끝난 것 같군, 틸레오드.”
“너무 자만을 하는 것 같군, 오콜락스.” 틸레오드가 파리스를 절벽 위로 끌어올리며 말했다. “네가 자만심을 부리다가, 일을 망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지.”
“닥쳐라, 이단자!”
오콜락스가 달려오고, 틸레오드가 지팡이를 그를 향해 내밀었다. 지팡이 끝에서 눈부신 빛이 번쩍이고, 오콜락스가 주춤했다.
“널 기다리던 빛이다! 투텔로드의 빛이 길 끝에서 널 기다린다!”
오콜락스가 고함을 지르며 손을 내밀었고, 그의 손은 투텔로드 빛에 불타 화상을 입었다. 오콜락스가 가까워지자 틸레오드는 파리스를 자신 뒤로 보내며 물러섰다.
“검을 뽑게 파리스! 자네가 놈을 상대 해줘야 하네. 내가 뒤에서 자네를 돕겠네.”
틸레오드가 지팡이의 빛으로 비추고, 파리스가 그의 앞으로 나와 검을 쥐었다. 오콜락스가 빛 속에서 파리스에게 창을 찔렀다. 파리스의 검날에 창이 스쳐 지나갔다. 오콜락스는 파리스와 파리스를 지원하는 틸레오드와 싸움을 벌이다가 뒷걸음치더니 도망쳤다.
“쫓아가지 말게. 더 가면 죽음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걸세. 이곳에서는 신중하게 행동을 해야 하네. 내가 브로파인처럼 말을 하고 있군. 하지만 내가 그가 될 수는 없지.”
틸레오드 일행은 여신 레나톨 동상 앞으로 갔다. 그들이 있는 곳은 예전에 신도들이 왕성하게 오갔던 레나톨 신전이었다. 제국의 여제 레이븐이 벌인 전쟁 이후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여제 레이븐이 레나톨에 속한 사제들과 기사들의 잠재력을 알아봤기 때문에, 그녀는 그들이 활동을 못 하도록 법으로 막아 놓았다. 레이븐은 신도들이 대성당으로 가게 유도했고, 레나톨에 속한 자들은 무고한 대성당을 공격할 수 없었던 탓에 자연스레 세력이 흩어지게 되었다. 레이븐은 승리했고, 레나톨은 패배했다. 레나톨에게 남은 건 뒤로 물러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일 뿐, 그 이상의 저항은 제국을 상대로 한 반란이었다. 이들은 더 이상의 저항은 유혈만 일으킴을 깨닫고, 비밀스러운 단체로 변모해갔다.
이후 이들은 파란 장미단을 만들어서, 몰래 레나톨 숭배를 이어갔다. 제국에서 레이븐 여제는 이들을 내버려두도록 명하나, 암투가 잦은 제국 답게, 많은 자들이 레나톨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귀족들과 큰 세력을 가진 자들이 파란 장미단원들을 색출해내어 잡아내었다.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싸움 속에서, 우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