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삶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다섯 사람의 이야기가 얽힌다.
도심 외곽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근무하는 경비. 어느 날 그는 죽음의 자리에서 겨우 살아남은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한다. 그 여린 생명을 거둬 키우는 경비.
그런데 그 후 아파트 단지 내에서 고양이들의 시체가 발견되기 시작하고 그 시체들을 처리하는 건 단지 내 최하층민인 경비의 몫이다. 경비는 고양이 시체를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아 단지 뒷산에 묻기 시작 하지만 고양이들의 죽음은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남편의 외면과 무시에 모멸감을 느끼는 101호 여자. 가질 수 없는 아이에 대한 자책과 좌절이 그녀를 절망으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그녀는 그 고통의 해소를 죽음에서 찾기로 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죽음은 자신이 아닌 다른 생명이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고양이들을 죽이기 시작하고 그 죽음의 칼날이 용케 살아남은 검은 고양이를 향하려 한다.
동수는 검은 승합차를 몰고 다니는 장기밀매 조직의 일원이다. 그는 차에서 먹고 자며 특별한 일이 아니면 내리지 않는다. 그건 조직의 규칙이다. ‘귀’라고 불리는 조직의 수장은 모든 일이 차에서 처리되길 바랐고 흔적이 남지 않도록 늘 이동하라고 강조했다.
조직원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 할당된 사람을 납품하기 위해 닥치는데로 잡았다. 하지만 동수는 달랐다. 진짜 ‘악인’이 되고 싶지 않았고 그가 건네는 사람이 악인이길 바랐다.
정희는 삶에 지쳐있다. 지긋지긋한 콜센터 일은 마치 생명을 좀먹는 것 같다. 과거의 악몽에서는 아직 벗어나지도 못한 상태다. 위태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잊고 있던 남자가 나타나며 기어이 무너지려고 한다.
차에서 살며, 조직에서 벗어나고 싶은 동수,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슬픔을 고양이의 죽음으로 견디는 101호와 고양이를 지키려는 경비, 또 다시 누군가의 표적이 되어 쫓기는 정희. 그리고 이 사건에 엉겁결에 휩쓸리는 대명까지 연이은 사건들이 전염병처럼 번져나간다.
이들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든다. 죽지 않기 위해 혹은 살기 위해 애쓰지만 그들을 조여 오는 묘성(猫聲)은 모두를 압도한다.
고단한 인생을 버티며 살아가는 다섯 사람의 이야기가 이렇게 모여, 얽히고, 내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