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추천 작품

자유게시판에서 [작품 추천]으로 분류된 게시글을 모은 공간입니다. 추후 리뷰어가 직접 큐레이션을 구성할 수 있도록 보완할 예정입니다.

2023 제8회 황금도롱뇽 문학공모전 결과발표

분류: 작품추천, 글쓴이: 유권조, 23년 11월, 댓글5, 읽음: 132

안녕하세요, 유권조라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한 소설(小雪) 보내시기 바랍니다.

 

2017년 10월 브릿G에서 같은 소재 백일장, 줄여서 소일장이 처음으로 개최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회원을 통해 소일장이 개최되었고 현재는 Mik 작가님의 소일장이 그 명맥을 이어 가고 계십니다. 자유게시판에서 소일장을 검색하시면 관련 작품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9년 7월, 황금드래곤 문학상에서 이름을 슬쩍 빌리고 소일장의 콘셉트를 모방하여 제1회 황금도롱뇽 문학공모전이 개최되었으며 2023 제8회 황금도롱뇽 문학공모전에 역대 2번째로 많은 35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습니다. 또한 공모전 안내는 역대 1번째로 많은 500회 이상의 조회를 기록했습니다.

 

황금도롱뇽상이라는 이름은 제3회부터 쓰였습니다. 그리고 제6회부터는 매년 11월 소설 즈음에 맞추어 개최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수상작품과 작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회 – 돌마교를 건널 때 주의사항 (태윤)

제2회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탁문배)

제3회 – 아 저 먼 산 위 뜬 달 나 울 적 뜬 그 것 너 꼭 네 집 앞 저 갓 핀 꽃 속 꽉 찬 (루주아)

제4회 – 황금도룡뇽이 너희에게 곧 끔찍하고 피페한 시기가 올 것임을 알린다. (심해해삼)

제5회 – 별 스러진 밤 (이일경)

제6회 – 뭐, 어쨌든 그렇게 됐다. (liontokki)

제7회 – 더미 젬마는 어떻게 칠판 그림 하나로 츠바인 행성을 초토화시켰나 (김아직)

 

이번에는 퍼즐 또는 블록 맞추기와 같은 규칙이 제시되었는데요. 규칙을 활용하거나 뛰어넘는 방법도 흥미로웠으나 제각기 규칙을 준수했음을 피력하는 방법 또한 다양해 흥미로웠습니다. 자음 ㅁ 또는 괄호가 사용되기도 했지요. 부디, 조금이나마 재미있는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제멋대로인 규칙 만큼이나 수상작 선정 역시 제멋대로 진행되었는데요. 이 아래로 드리는 내용은 심사가 아닌 감상으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급은 자유게시판에 등록된 순서를 따랐습니다. 다만, 1인 2작품 이상 응모한 경우에는 작가의 응모작을 모아 언급했습니다.

 

* * *

 

스트렐카 작가님의 「꿈결」은 ‘보름달’과 ‘늑대’, ‘핏물’의 이미지가 차례차례 이어지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커피에 스며들었다는 표현이 마음에 닿았습니다.

 

일월명 작가님의 「돌아왔다.」는 알록달록한 이미지 만큼이나 과감하게 돌고래 댄스로 시작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참가작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기도 한데, 단어 사용이 제한적인 때문인지 분명한 사건보다는 이미지를 연달아 보여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소금달 작가님의 「저주」는 혈흔, 보름달, 늑대라는 단어의 사이가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제시된 단어 가운데 보름달과 늑대는 떨어뜨리기 아쉬운 조합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리움」은 다른 응모작들에 비해 사건과 이미지가 뚜렷하게 다가왔습니다. 앞과 뒤에 다른 이야기를 붙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작전 실패」는 2번 제시된 양자역학을 활용한 작품이었습니다. 돌고래 댄스가 활용되어 기쁘고 다행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형사의 일기」는 내레이션 끝에 화면이 페이드아웃되고 곧 제목이 등장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제시된 커피와 고사리 외에 또 무엇이 들어갈 수 있었을까 고민이 됩니다.

 

위래 작가님의 「우리의 그림자」는 동사가 알차게 사용되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행갈이에 대한 규칙이 따로 제시되지 않았는데 그런 점에서 간격과 호흡이 잘 활용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드레스? 보란듯이 터졌다. 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겠구나 싶었어요.

 

neptunuse 작가님의 「나를 본다면.」은 띄어쓰기 규칙을 활용하여 꽃에 이름을 붙어 흥미로웠습니다. 규칙을 활용한 말의 재미보다 이야기, 이미지의 제시가 좀 더 뚜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보름달이 채워지듯 사랑꽃을 틔워서라는 표현에서 말의 재미를 느꼈습니다.

 

글 쓰는 빗물 작가님의 「헝겊의 슬픔」은 제목과 목소리가 선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규칙을 비틀기 위해 제목을 최대한 길고 자유롭게 쓰는 방법도 쓰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본문과 유기적으로 기능하는 담백한 제목을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스노우 작가님의 「비명」은 터졌다는 동사가 꽤나 독립적으로 쓰여 흥미로웠습니다. 전반적으로 늑대가 보름달과 함께 쓰였듯 터졌다는 주로 드레스와 함께 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홀로 쓰인 터졌다가 주는 인상에 재미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목의 ‘비명’은 어디와 연결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무락 작가님의 「어떤 하루」는 ‘찻집 입구’와 ‘커피’, ‘늑대’와 ‘보름달’과 같이 비교적 가깝게 느껴지는 조각들이 붙은 부분과 ‘맨홀’과 ‘열려있어서’, ‘뛰었다’와 같이 떼어 놓으면 낯선 조각들이 붙은 부분으로 나뉜 인상을 받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맨홀’부터 ‘되돌릴수없지’까지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파노 작가님의 「아가야」는 구성이 안정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의외로 ‘고사리’와 ‘손’을 연결하여 사용한 문장이 많지 않았는데 앞뒤에 놓인 이야기와 함께 어우러졌다고 생각합니다. 괴상한 규칙 앞에서는 익숙한 표현이 식상하다는 걱정으로 쓰이지 않을 때가 많지만, 담백하고 안정적으로 내려앉을 때 역시 많은 모양입니다. 「퇴사 마려움」은 돌고래가 돌고래 댄스 추면서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격이라는 표현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기다리는 종이 작가님의 「재현」은 양자역학이 주는 인상이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양자역학은 돌고래 댄스와 비슷하게 활용될 것을 예상했는데요. ‘양자역학 기억 재현’이 정확히 어떤 과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앞뒤 이야기를 부드럽지만 어쩔 수 없이 차갑게 잘 잇지 않았나 합니다. 「그때 저는 나이로비에 있었다니까요?」는 개인적으로 양자역학의 활용은 「재현」보다 약하게 다가왔으나 ‘나이로비’와 ‘찻집’의 연결이 흥미로웠습니다. 나이로비 카페로는 줄 수 없는 노르웨이 찻집 같은 느낌이 있으니까요.

 

오경우 작가님의 「아침」은 규칙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끌어간 이야기가 보였습니다. 제시된 표현과 빈 칸을 채운 표현이 번갈아 등장하는 것이 안정적이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늑대 풀 뜯는 소리」는 제시된 단어와 어울리는 것을 찾아 빈 칸을 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흥미로웠습니다. ‘늑대 풀 뜯는 날씨 꽃을 틔워서’에서 쉼표가 쓰이지 않는 점이 마음에 닿았던 것 같습니다. 「파문」은 ‘양자역학’이 주는 이미지가 주변에 비해 너무 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덕분에 다른 표현들이 힘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도 하고요.

 

소중은하 작가님의 「보름달로부터 도망치자」는 제시된 단어의 사용이 적었으나 그만큼 개성적인 장면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보름달’과 ‘늑대’가 함꼐 쓰이는 건 여러 응모작에서 보였으나 띄어쓰기 규칙을 활용해 만든 ‘늑대인간’이라는 표현과 ‘가득히 검은’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닿았습니다.

 

과자빵 작가님의 「뷔페」는 규칙 안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게 놀랍고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 ‘가’를 사용한 방식이 즐거웠어요. 「그리움」은 제목에 충실한 표현들이 돋보였습니다. 동시에 익숙하기도 했지만, 제목과 전반적인 분위기에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유은 작가님의 「돌이킬 수 없는」은 두 문장이 서로를 잘 받쳐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고사리의 꽃망울이라는 표현이 효과적이었다 생각했고, 그래서 어떻게 생겼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짝사랑」은 ‘보름달이 알리바이를 주었을텐데’ 하는 부분과 제목을 번갈아 여러 번 보게 되는 힘이 있었습니다.

 

박소해 작가님의 「고사리 장마」는 제목을 읽고 흐린 낮을 생각했는데요. 돌고래 댄스나 춰라는 표현에서 갑자기 미러볼 생각이 나 즐거웠습니다. 마지막 문장까지 짧은 구간 내에 여러 번 이미지가 바뀌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시간여행」은 23시 59분에 업로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어째서인지 마지막 줄은 첫번째 줄로 이어지지 않을까 끔찍한 상상을 잠깐 했습니다.

 

나타니엘 작가님의 「양자역학」은 단문을 이어 빠르게 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줄바꿈을 통해 호흡을 조절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모호한 날씨였다’는 표현은 나른한 인상을 받기도 하면서 다르게 보았을 때엔 으스스한 인상을 받아 흥미로웠습니다.

 

이여야 작가님의 「우리」는 (1)부터 (8)까지 일종의 연작으로 응모되었는데요. 시간의 흐름에 따르면 2-4-7-3-6-1-8-5 순서라는 안내가 있지만, 업로드된 순서를 중심으로 읽어 보았습니다. 규칙으로 인한 영향도 있었겠으나 ‘나이로비 찻집’이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어딘지 쓸쓸한 인상과 오싹한 인상을 같이 받았습니다. 1인당 8편까지 응모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큰 이야기 하나를 만들어낸 것 역시 규칙을 뛰어넘는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멀지 않은 과거, 사람이 많지 않는 동네에서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윤조 작가님의 「문송」은 조사 활용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가’ 와 ‘을’ 을 합성하여 만들어낸 가을이 인상 깊었어요. 문득 ‘문송’한 사람에게 묻힌 사람이라면 맨홀을 어찌저찌 열고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알리바이의 내용이 ‘가을’과 ‘여행’이라는 점에서 다시금 ‘문송’한 점이 생각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문득 ‘양자역학’이 쓰인 다른 이야기들과 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 * *

 

이상으로 가볍고 얕은 감상이었습니다. 35편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일은 언제나 그랬듯 어렵기만 합니다. 규칙 활용도 또한 깊은 인상을 주었으나 그것만으로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고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스트렐카 작가님의 「꿈결」, 파노 작가님의 「퇴사 마려움」, 오경우 작가님의 「파문」, 소금달 작가님의 「어느 형사의 일기」로 후보를 좁히고도 결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끝에 한 작품을 골랐습니다.

 

제8회 황금도롱뇽 문학공모전, 황금도롱뇽상 수상작은 파노 작가님의 「퇴사 마려움」입니다.

 

적은 분량 안에서도 이야기의 전달이 뚜렷했고, 자연스러운 문장 구성이 어려운 규칙이 있음에도 어색하지 않게 풀어낸 표현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단어의 나열 등으로 이미지를 제시하는 응모작이 많은 가운데 돌고래 댄스 앞에 주어로 돌고래를 두는 등,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과감한 표현과 개성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닿았습니다.

 

작가님께는 작품의 단문응원을 통해 배송을 위한 주소와 수령인, 연락처를 문의드리기 위해 50코인을 후원으로 보내드릴 예정이며 후원에 대한 답으로 해당 정보를 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제8회 황금도롱뇽 문학공모전은 유권조 외 다른 계정 또는 브릿G 후원기능 외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 주소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 후원금 50코인은 고료가 아니며 황금도롱뇽 문학공모전은 응모작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황금도롱뇽 스튜디오(하단 바로가기)에서의 수상작 본문 게시는 오직 작가의 허용한 경우에만 이루어집니다.

 

관심을 가져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황금도롱뇽은 가볍고 소소한 꿍꿍이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소설을 맞아 다들 마음에 닿는 소설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유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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