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배지 한 개

분류: 수다, 글쓴이: 고수고수, 19년 9월, 댓글10, 읽음: 144

내가 브릿G에서 본 일이다.

닉네임 ‘고수고수’를 쓰는 회원 하나가 게시판마다 돌아다니며 배지 사진 하나를 올리면서,

“황송하지만 이 배지가 못쓰는 거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답글을 자꾸 재촉한다. 다른 회원들은 게시글에 있는 사진을 보고

“좋네요.”

하고 댓글을 달아 준다. 그는 ‘좋네요.’라는 댓글에 기쁜 듯 ‘ㅋㅋㅋㅋ’를 남기고 다른 게시판으로 간다. 잠시 꾸물거리며 글을 안 올리는 것 같더니 다시 사진을 올려놓으며

“이것이 정말 한정판 배지가 맞으오니까?” 하고 묻는다.

회원들도 호기심이 생기는지,

“이거 어디서 샀어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지금 황금가지에서 선착순으로 그냥 뿌리는 이벤트 하나요?”

“누가 사은품을 그냥 뿌립니까? 황금가지는 땅 파서 이벤트하나요? 어서 댓글이나 달아 주십시오.”

회원들은 “부럽네요.”하고 댓글을 달아 주었다.

그는 게시판마다 또다시 사진을 올리고 게시글을 쓴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던지 내가 댓글을 단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어디서 한정판 배지를 그냥 줍디까?”

하고 나는 댓글을 썼다. 반응이 꾸물꾸물한 것이 게시글을 지우고 가 버리려는 것 같았다.

“염려 마십시오. 악플 달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가 내 글에 답글을 달았다.

“이것은 그냥 받은 것도 아닙니다. 중고로운 평화나라에서 산 것도 아닙니다. 저는 브릿G에서 매일 단문응원을 쓰면 연속 30일째 되는 날 한정판 리플베리 배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한 달 전부터 하나하나 단문응원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충 적으면 작가분들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글을 꼼꼼하게 읽고 댓글도 최대한 성실하게 썼습니다. 하루라도 빼먹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그러느라 한 달이 꼬박 걸렸습니다.”

그는 댓글창에 ‘ㅠㅠㅠㅠㅠ’ 표시를 연속해서 쳤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배지를 받았단 말이오? 그 배지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댓글을 달았다.

“한정판 배지 받았다고 SNS에 자랑 한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실물로 보니 더 예쁘네요^^

고수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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