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반응이 없는 건 실력이 없어서일까요?

글쓴이: stelo, 19년 9월, 댓글8, 읽음: 298

다른 플랫폼에 연재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도 늘 고민입니다. 반응이 없다. 접어야 할까? 내 글이 형편 없어서 다들 안 읽어주는 건 아닐까?

(글 아래 요약정리를 해놨습니다)

저도 연재할 때 비슷한 기분을 느껴봤습니다. 매일 조회수를 확인했죠. 조회수가 조금 늘기 시작하면 이제 리뷰가 안 달리나 걱정이었습니다. 그러면 리뷰 공모까지 걸어보죠. 하지만 그래도 리뷰가 안 달리면 처참한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어떤 분이 말씀해주셨듯이 나는 다른 작품들을 챙겨 읽는지 돌아보곤 했습니다. 저는 그 작품들을 왜 읽지 않았을까요? 그 글이 형편 없어서? 소개나 제목이 별로라서?

 

다 아니었습니다. 그저 읽는 양에 비해 너무 많은 소설이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브릿지가 아닌 플랫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는 정기리뷰단이라 브릿지 소설을 꽤 많이 읽고 리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양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8월 동안 리뷰한 작품 수는 10개가 조금 넘어갑니다. 대부분은 단편이었고, 연재작은 2편 뿐이었습니다.

소설 대부분은 1회는 커녕, 제목도 읽지 못한 채 지나갈 겁니다. 그래도 리뷰 공모작이나 추천작은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추천작인데도 리뷰 하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미 읽고 싶은 작품들을 많이 쌓아놨습니다. 새로운 장편을 찾아볼 시간은 더 부족합니다.

더군다나 상세하게 리뷰까지 쓸 시간은 더더욱 없습니다. 시간만 문제가 아닙니다. 리뷰를 쓰면 내 밑천을 드러낸다고 할까요. 평범한 독자들은 부끄러워서 보통 글을 쓰지 않습니다.

 

결국 작품이 읽히지 않는다고 못 써서 그렇다는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시장?에서 운 좋게 성공하면 그게 신기한 거죠. 보통은 유행을 타듯 갑자기 뜨는 작가가 있습니다. 물론 실력도 있겠지만 유행을 타는 것도 운입니다. 왜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한국에서는 대문호지만, 프랑스에서는 별볼일 없는 작가이듯이요.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려야 할까요? 저도 연재할 시절에는 그게 늘 두려웠습니다. 매일 게시판에 일지를 쓰며 홍보를 했죠. 하지만 어느새 독자가 늘어가고, 리뷰를 많이 받아도 두려웠습니다. 그러다 연재 중단까지 하게 된 거죠.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무리 인기 작가가 되어도 두렵겠구나.

저는 우울증이 있어서 특별한 케이스이긴 합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작가 중에는 우울증 환자가 많다고 하니까요. 걱정 때문에 살지 못할 정도이신 분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단지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만 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두렵지만 함께 나아가보자고 말하면 어떨까요.

말하진 않아도 다들 두려울 겁니다. 프로듀스ㅇㅇ만 서바이벌이 아닙니다. 이곳도 서바이벌이죠.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탈락하고, 누군가는 올라갈 걸 압니다. 노력은 열매를 맺기도 하겠지만, 누군가를 배신하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그 두렵다는 건 다들 똑같습니다. 서로 격려하고, 연습하면서 앞으로 함께 나아가면 어떨까요. 전업으로 글을 쓰려는 분이나, 취미로 글을 쓰려는 분이나 계속 써나가시길 바랍니다.

 

요약 정리

다시 정리하지만 이 시대는 작품이 너무 많습니다. 읽고 리뷰할 시간은 부족합니다. 홍보도 잘 해야하고, 꾸준히 써나가야겠지만, 운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 판에서 누군가는 성공하지만, 누군가는 잊혀집니다.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만은 아니고, 실력이 없어서도 아니고 운이 나빠서일지 모릅니다. 정말 멋진 작품인데도 안 읽히고 리뷰도 안 달리곤 합니다.

두려움은 작가를 갉아먹습니다. 아무리 인기를 얻어도 바닷물을 마시듯이 목이 더 탑니다. 정신병 때문에 그게 더 심하신 분들도 계시겠죠.그래도 혼자는 아닙니다. 우리 모두 그렇습니다. 이 랜선이나 와이파이 너머 앉아 있을 사람을 상상해보세요. 그 사람도 똑같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상상해보세요. 어떤 격려의 말을 해줘야 할까요? 자기 스스로에게도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요?

 

함께 이 어두운 바다를 항해합시다. 그럼 평안한 밤 되세요.

st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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