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행동과학부’를 아시나요?
저는 스릴러로 글쓰기를 시작했고 지금도 생계를 위해 쓰고 있지만, 소설 중에서는 스릴러라고 부를 수 있는 게 단편 하나 뿐입니다.
이유는, 살인 상황과 인물들에 감정이입하는 것이 스트레스이기도 하지만. 장르적 패턴의 반복(?)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연쇄살인범을 열 명쯤 창조하고(아마 그쯤 될 듯하네요), 피해자들 사연과 그들을 쫓는 추적자, 반전들을 만들다 보면… 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설정과 인물과 텐션만 달라질 뿐이죠. 그 뒤로는 스릴러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 손이 잘 안 가더군요.
물론 그건 저의 오만함 때문일 거예요. 직업병일 수도 있고요.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나 토머스 H. 쿡의 <붉은 낙엽> 같은 소설들을 읽으면 스릴러 장르에서도 현대사를 끌어들이는 가능성(밀레니엄)이나 다른 정서(붉은 낙엽)도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감탄과 함께요.
미드 스릴러에도 그런 작품이 있더군요.
프로파일러와 연쇄살인마가 등장하지만, 전혀 다른(?) 정서를 주는 미드예요… 사이코패스, 시리얼킬러 등의 용어를 정의하고. 오늘날 프로파일링을 유행시킨 FBI <행동과학부, BSU : Behavioral Science Unit>를 있게 한 초창기 요원들의 이야기죠.
보면서 예전에 읽은 ‘사이코패스와의 인터뷰’라는 책이 원작인가 했는데, 동류의 다른 작품이더군요. 존 더글라스와 마크 올세이커라는 작가가 쓴, 수감된 연쇄살인범들과의 면담 회고록이라고 해요. 한국에도 이미 번역되어 있더군요.
정서. 이 이야기가 다른 스릴러 드라마들과 차별되는 건, 사건과 살인범들을 대하는 주인공들의 ‘태도’ 때문이에요. 사건해결의 열정만으로 시작한 주인공들의 여정은 사건과 인물들을(연쇄살인범) 만나면서 분노와 호기심, 두려움 등의 감정변화를 겪게되는데, 그 과정이 대단히 설득력 있어요. 주인공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 이야기’의 의도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돼요. 분명 여타 스릴러 미드들과는 다른 정서예요. 진보한 것이기도 하고요.
캐릭터. 주인공들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인물 설정의 교과서처럼 느껴질 정도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젊은 요원, 열정과 냉정을 품은 중견 요원(이 사람을 보다 보면 담배에 절로 손이 가요, 끽연가거든요), 그들의 수사를 논리화하는 심리학자(이 여성 캐릭터는 쿨한 것이 제 이상형인데… 안타깝게도(?) 그녀는 남자보다 여자를 좋아하더군요. 크흑). 전체적으로 쿨하면서도 소명의식으로 무장한 세 주인공은 드라마상에 꼼꼼하게 배치된 각자의 역할을 섬세하게 연기해요.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작품을 어떻게 이끌고 가는지를 보여주죠.
핀처. 작품은 7,80년대 톤이면서도 세련된 영상미와 완성도를 보여주는데, 그건 전적으로 감독의 공이에요. 우리가 아는 그 스타일리스트, 데이빗 핀처 감독이죠. 첫화에서 드라마 전체의 ‘일관된’ 형식을 제시한 그는, 유혈이나 살인 과정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아요. 요원들이 수감된 연쇄살인마들과 대화하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쫄긴한 긴장을 선사하죠. 정말 서스펜스를 잘 다루는 감독이에요.
추천. 브릿G에서도 추리/스릴러가 인기 장르고 그것을 쓰는 작가분들이 많다는 걸 알기에,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 같아 소개해 봅니다. 이야기의 차별성과 그것이 줄 수 있는 다른 정서를 찾는 분들께… 주인공 캐릭터를 설명하는 1화 오프닝 시퀀스만 보시면, 이내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그랬거든요.
그런데요,
이 작품은 2017년 작품이에요. 2년이나 지난 작품을 저는 왜 소개하고 있는 걸까요? 바로 오늘, 시즌2가 오픈하기 때문이지요. 혼자환영추천글쓰기랄까요? 함께 즐감하셨으면 해요.
덧. 뜬금없지만 틈새홍보.
소설 하나를 리뷰공모 중이에요. 올린지 꽤 된 소설이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지라, 문득 리뷰를 받아보고 싶었어요. 무더운 날에는 역시나 순애보니까요…(그건 뭔 논리?). 1700년 동안 사랑을 찾고 있는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봐 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