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R 짧은 감상평
몇 주 전 어느 분이 자게에 소개해 주신… <러브, 데스 + 로봇>을 뒤늦게 보았습니다. (소개해 주신 분께 뒤늦은 감사를!) 해서 간단한 감평을 올려봅니다. SF 좋아하시는 분들께 좋은(?) 참고 작품이 될 것 같아서요.
간만에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이었어요. 엔딩 크래딧에서 데이빗 핀쳐가 제작에 참여하고 팀 밀러(‘데드풀’의 그 감독!)가 스토리 크리에이터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에피소드들을 다 보고 받은 첫 느낌은… ‘멋진 SF 앤솔로지를 본 것 같다’는 거였어요.
예전에 SF단편집들을 찾아 읽으며 자극을 받고 SF에 대한 꿈(?)을 키웠었는데. 이 애니메이션 앤솔로지도 충분히 그런 자극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 “요즘의 어린 작가들은 이런 애니를 보며 자극을 받고 꿈을 키우겠구나!” (그리고는, SF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애니나 웹툰을 그리겠죠^^?)
이 애니 앤솔로지가 멋진 건 화려한 그림체들이에요.
19편의 단편들이 서로 다른 애니메이션 기법들(?)을 활용해 보여주죠. 결국에는 디지털 작업들이겠지만, 전통적인 수채화 톤에서부터 이모션캡쳐(아바타에 사용된)까지 애니메이션의 첨단과 최신 유행을 볼 수 있어요. 그 시각화의 화려함과 자극성이 주는 쾌감이 상당해요. 그것들이 흥행 포인트 중 하나인 것 같고요.
하지만 결국은 이야기죠. 그것들은 어떨까요?
제게 이 앤솔로지가 마음에 들었던 건, 영상보다 스토리들이에요. 각 편마다 장르에 충실하고 평균 이상의 이야기를 선보이죠. 괴수, 스페이스호러, 기갑물, 사이버펑크, 타임리프… 대부분 SF 장르이지만 러브크래프트식 이세계호러, 밀리터리 등으로 다양성도 보여줘요.
익숙한 이야기들이 많다 싶어서 찾아보니. 애니를 위한 오리지널 극본의 작품(사각지대)도 있지만, 대부분이 당연하게도 유명 SF 작가들의 단편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더군요.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가들도 있고요… 그중 개인적으로 좋았던 에피 몇 개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독수리자리 너머> Beyond The AQUILA RIFT
‘이벤트 호라이즌’이란 영화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즐거우실 영화예요. 알라스테어 레이놀즈라는 작가의 단편이 원작인데. 그래서인지 단순 스페이스호러가 아닌 SF적 주제를 안겨주죠… 이 엔딩이야말로, AI가 인간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었구나. 하는.
작가의 또다른 작품인 <지마 블루>는 SF중에서도 ‘단편소설’에서나 시도할 수 있는 철학적(?) 주제를 보여줘요.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작품이었죠. ‘그래, 이게 SF적 성찰이지’ 하는.
<늑대인간> SHAPE-SHIFTERS
마르코 클루스라는 작가의 작품이 원작인데. 늑대인간 설정과 밀리터리를 결합한 것이 신선하더군요.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적인 은유죠… 작가의 본격 밀리터리SF인 <럭키13>도 멋져요.
<구원의 손> HELPING HAND
영화 ‘그래비티’에 감동하셨다면 이 작품도 분명 좋아할 거예요. 그리고 그것과 다른 결말에 놀랄 거고요… 예상 못한, 그러나 리얼한 반전이랄까요?
<또 다른 역사> ALTERNATE HISTORIES
이 앤솔로지에는 ‘노인의 전쟁’ 존 스칼지의 작품이 세 편이나 들어 있는데, 그중 하나인 타임리프 물이에요. 스칼지의 유머와 재치를 확인할 수 있죠… 그러나,
현재 브릿G에서 ‘타임리프 공모전’이 진행중이죠? 이 유명 작가의 작품이 같은 공모전에 출품되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제 생각엔 예선 탈락. 그저 재기발랄한 농담이거든요.
<굿 헌팅> GOOD HUNTING
가장 반가웠던 작품이에요. 켄 리우의 단편집 ‘종이 동물원’에 수록된 작품이죠. 스팀펑크를 중국화(?)로 풀어내면서도 ‘근대화에서 오는 전통과 기술의 충돌’이란 주제를 아름답게 묘사하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했었죠. ‘이 작품은 영상화하면 죽여주겠다!’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기어이 애니로 완성됐네요… 하지만 원작소설이 훨씬 좋아요. 소설도 추천해요.
이만 줄여야겠네요. 하나씩 쓰다 보니 계속 쓰게 되네요^^!
아무튼 다양한 소재, 장르, 이야기들이 망라된 앤솔로지라 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에요. 많은 분들이 보시고 (혹 SF 쓰시는 분이라면) 자극과 영감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어서 빨리 이런 ‘단편소설들을 원작으로 한’ 앤솔로지 영상 작품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들고요… 그것이 SF건, 스릴러건, 판타지건 말이죠.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참고. 이미지들은 모두 IMDb에서 가져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