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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드는 이런저런 생각들

분류: 수다, 글쓴이: 코코아드림, 19년 3월, 댓글5, 읽음: 128

잠깐 글을 쓰다가 머리도 식힐 겸 딴 짓도 하면서 요새 드는 생각을 써보고자 합니다.

일단 저는 아직 대학생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인서울권 대학’에 들어가거나 취업 유망 학과에 재학중인 사람은 아니고 집 근처 대학교의 평범한 학과에 다니면서 학점과 불어나는 살이 최대 고민인 그런 사람이고요.

생각해보면 20살 중반까지는 인생에 딱히 변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보다 더 연장자인 분들이 보시면 ‘어린 놈의 자식이 벌써부터 무슨…’ 하실 수도 있는 말이지만 실제로 역경이라 볼 만한 무언가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교양 시간에 인생 그래프 그려보기 같은 걸 해서 머리를 굴려봐도 엄청나게 ‘스펙타클하고 격동적이며 위기를 기회로 만든’ 무언가는 없었어요. (그래서 생활기록부에 적을 내용이 없던 거겠지만…) 굳이 따져보자면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 문제로 골머리를 썩혔던 정도가 최고의 난관이었겠네요.

하여튼, 그렇게 평탄하고 무난한 인생사를 살아오면서 ‘대학생’ 이라는 새 직급을 받은 저는 어느 날 어떤 ‘부가 퀘스트’를 발견하게 됩니다.

제가 다니던 학과의 사무실과 바로 옆에 붙어있던 타 학과의 사무실, 그 곳의 공개 게시판에 붙어있는 어느 신생출판사의 작품 모집 공고를 보게 된 거죠.

저는 그 당시 유일한 특기가 ‘글쓰기’ 였으며 고등학교 시절에는 나름 영화감독을 꿈꾸며 제 딴에는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급으로 썼다고 믿었던 시나리오도 몇 편 있었습니다. (물론 그 시나리오가 공모전에서 상을 타거나 제가 있던 동아리 내에서 채택된 일은 없었습니다.)

마침 제게는 제가 직접 쓴, 저의 취향을 모조리 넣은 ‘좀비물’ 소설 원고가 있었고, 저는 설마 되겠냐는 마음으로 그것을 출판사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퀘스트를 승낙한 상태로 ‘작가’ 라는 새로운 직함을 얻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새내기 때의 이야기입니다.

생각해보면 정말로 ‘어쩌다보니’ 작가가 된 것 같습니다. 얼마나 안 믿겼는지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까지 실감을 못했고 글이 플랫폼에 올라오기 직전 까지도 꿈인지 현실인지 실감을 못했으니까요.

그렇다해서 제 인생에 엄청나게 큰 변화가 일어났다! …는 또 아닌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제가 글을 쓰는 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평소와 다를 바는 없었고(부모님이 가끔씩 작가 딸 있다고 자랑하시긴 합니다만…) 저 역시 공강 이나 시간날 때 휴대폰으로 웹 서핑을 하는 대신 노트북으로 원고하는 것 외에는 달라진 게 없으니까요. 작년에 중순~말 즈음에 연재를 끝낸 후에는 원고도 하면서 SNS도 하는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제 곧 개강이고 운이 좋아 공모전이든 새로운 작품 채택이든 연재할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바빠질테니 조금은 여유를 부리는 사치를 즐기고 싶어서, 열심히 놀고 쓰고 먹고 구경다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고민이 조금 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내후년에는 졸업이고, 졸업 후에는 어찌되었건 취업을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글로 먹고 산다는 엄청난 해피엔딩이면 좋겠지만 당장 이전에 연재했던 소설의 수입을 생각하면… 그런 소리는 안 꺼내는 것이 더 현명한 편이고요.

이상하게도, 얼마 전부터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연재가 되었든 뭐든지 글을 쓰면서 불안했던 적은 없었는데, 요새는 완성된 한편의 원고를 보면서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내후년에도, 그 이후에도 글을 쓰고 있을까?’

제 글 실력이 엄청난 달필 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못 볼 꼴은 아니라 믿어서 제가 원하고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써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걱정이 들더라고요. 꼴에 연재 한번 했다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연예인병 걸린 거라 해도 할 말은 없지만, 가끔은 진심으로 불안하더라고요.

내가 과연 내 머리와 손과 손목과 허리가 허락할 때 까지 글을 쓸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잠식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원고를 조금씩 쉬어가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그 빈도가 늘어난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하고요.

언제까지 이 생각이 따라다닐 지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공모전 포함해서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네요.

SNS에 풀어볼까 싶다가 거기는 게시물 하나 당 140자 제한이라 번거로워서 여기다 조용히 풀고 가봅니다. 두서없는 ‘아무말 대잔치’ 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감사하다는 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생각을 풀어놨으니 다시 원고를 하러 갈 생각입니다.

나중에 이 글을 읽으면 흑역사라면서 지울지도 모르겠지만…. 여러분들도 모두 다 건필 하세요. :)

코코아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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