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15골드 후원해주신 분
긴 조언을 남겨주셨는데, 제가 답메시지를 잘못 남긴 것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그런 소설을 쓸 겁니다.
무겁고, 피로하고, 늘 절망 뿐이며 강간과 같은 육중한 소재들을 ‘단편’ 안에서 다루는. 그래서 읽는 사람을 피로하게 만들고 독자로 하여금 기대를 심어주지 못한다는 말.
친구와 상의한 바, 저에게 후원해주시면서 비겁한 이가 되지 않겠다고 하신 게 더 비겁한 거라고 생각합니다.후원 골드를 받는다 해서 제가 그 조언을 믿고 따라야 한다는 보장도 없고, 돈 줄테니 내 말 들어라, 식의 의도로 읽혀 불쾌합니다.
어떤 점에선 취향의 문제이겠고, 진짜 제 글의 단점일 수도 있겠죠. 분명 지금 현재 고쳐야할 점들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제가 글을 봐달라고 여러 사람들에게 부탁(요구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제가 뭐 협박한 것도 아니고 대가성을 바란 것도 아니잖아요) 하기 전에 제 글의 단점을 돌이켜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피드백을 줘야 제 글의 단점이 드러날 것이잖아요. 전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내 글을 읽어달라고 열심히 부탁하고 다닐 겁니다.
무겁지 않고 개운하며 때론 희망찬, 긍정적이고 부드러운 작품을 좋아하실 수도 있겠죠. 그건 취향일 뿐입니다. 그게 단점이 되나, 전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니까요. 전 독자에게 기대를 심어주기 보다는 현실 속의 절망을 마주치게 하고 싶습니다.
그것도 익명으로 말씀하신 거면, 본인이 더 비겁한 거고요.
저는 다른 리뷰어님께 <이방인의 이방인>이라는 소설 리뷰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혹평이었죠. 그럼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본인을 드러내고 ‘리뷰’라는 적절한 방식을 통해 의견을 내주신 거니까요. 후원도 물론 그런 방식이 될 순 있겠지만, 익명으로, 골드코인을 주면서 스스로 비겁한 이가 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봅니다.
제가 앞으로 무겁고 피로하고 거칠고 우울하고 절망적인 글만 쓰겠다는 약속은 못하겠습니다. 저도 다른 장르와 다른 분위기의 소설을 쓰고 싶거든요. 하지만 ‘틀린’ 글은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잔인하고 무겁고 절망적인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듭 강조하지만 ‘틀린’글은 없으니까요.
긴 장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나 제 이번 신작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