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를 연구하는 중입니다.
‘연구’라고 칭하기엔 좀 거창합니다만, 좀비에 대한 자료를 닥치는 대로 수집하는 중입니다. 그런 문학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별러온 ‘ZA 문학’에 도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단 제 모토기도 하고 많은 작가들의 모토기도 한 ‘뭔가를 쓰려면 일단 거기에 대해서 많이 읽어라’라는 원칙에 따라서 좀비가 등장한 최초의 소설부터 최신 영화 개봉작까지 최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요즘은 서양에서 혁신적인 인기를 끌었다던 드라마 ‘워킹데드’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중인데, 구 중에서도 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텔레일 게임즈의 한 게임 시리즈가 굉장한 호평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플레이해보는 중입니다. 사실 별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흔한 ‘정의VS악’이 아니라 어느 쪽을 선택해도 옳은 선택이라 부를 수 없는 선택구조가 굉장히 마음을 무겁게만드는 게임이었습니다.
문제는, 아직도 뭘 써야 하는 지에 대해 잘 감이 오지 않네요. ZA문학상의 지난 심사평들을 살펴보니 ‘ZA 문학 공모전의 기본적인 소재조차 무시하거나 아니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다른 작품에 좀비라는 소재를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의 작품이 많다’는 대목이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머릿속에 뭔가 ‘좀비장르’라는 개념이 확실히 서지 않는 이상 제가 쓰는 글고 그런 글이 될 확률이 높았거든요. 저는 공모전에 공모할 때마다 지난 공모전 우승작들을 살펴보며 ‘아하, 이 공모전은 이런 형태의 글을 원하는 구나’파악하고 최대한 그 형식에 맞추는 ‘주문형 글쓰기’를 해왔습니다. 헌데 ZA 공모전은 6회째를 맞는 지금까지도 대상이 선정된 적이 없더군요. 저로써는 ‘좀비’라는 소재 하나만으로는 이 공모전이 지향하는 바를 알아차리기 어려웠으니까요.
뭔가 공모전에서 목표로 하는 방향을 정확히 알 수 있었으면 제가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모의 대상이 ‘워킹데드’같은 정통 호러장르와 일종의 재난물로써의 진지한 좀비 아포칼립스 소설인지, ‘좀비랜드’ ‘플레닛 테러’ 등의 가벼운 B급 감성 액션인지, 그것도 아니면 인종차별이나 혐오범죄 등 사회현상을 우화적인 방식으로 빗대어 풍자한 이성적인 좀비 이야기인지 확실하게 알고 싶습니다. 왜냐면 마지막 ‘이상적인 좀비 이야기’는 확실하게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다른 작품에 좀비라는 소재를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의 작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