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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한 권, 체셔냐옹의 책 소개 (1) 중세 유럽의 상인들(카를로 마리아 치폴라)

분류: 책, 글쓴이: 체셔냐옹, 18년 7월, 댓글4, 읽음: 65

브릿G에 가입한지도 오래됐는데 제대로 활동도 안 하고 휴면 계정으로 살다가 요 근래 새로 연재 시작하면서 뭔가 글을 쓰는 사람들끼리 나누면 좋은 게 없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제가 읽어본 자료서들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기 좋은 책이 많다는 걸 알게 됐지요.

간단하게 목록을 작성해 보았는데 제가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자료로 쓴 책들을 목록화하고 이 중에서 특히 소설 쓸 때 자료로 크게 도움이 된 책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그 기념비적인 첫 날, 추천 도서는 바로 카를로 치폴라의 <중세 유럽의 상인들 – 무법자에서 지식인으로>입니다.

카를로 마리아 치폴라라고 한다면 이 분야에서 알 만한 사람은 누구나 아는 명저입니다. 경제사학 계의 거장이시고 중세 유럽에 관한 정보를 찾는다면 움베르트 에코와 함께 반드시 한 번 듣고 넘어갈 수밖에 없을 만큼 큰 족적을 남긴 분이지요.

한국과 일본의 판타지는 외국에서 들어온 큰 흐름을 타고 발전했기에 아직까지도 판타지의 배경은 대부분 ‘중세 유럽풍의 어떤 무언가’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웹소설을 보면 그 틀을 깨고자 하는 작품도 많이 보이고 실제로 시장이 굉장히 다변화 되어서 중세풍 배경이 아닌 소설의 비중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지만 아직도 중세 유럽풍 국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많지요. 저도 쓰는 글 세 개 중 하나는 배경이 중세 유럽풍이지요.

그런 만큼 배경을 잘 작성하고 소설 내 모순이 없고 개연성 있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선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인구 30만 명인 백작령에서 10만 대군이 나와 5천 대밖에 안 되는 수레의 식량으로 일주일을 먹고 사는 처참한 광경을 피하려면 말이지요. 수레 5천 대에 갈색빵만 싣고 다녔나?

아무튼 책 소개로 넘어가지요. 이 책은 경제사학의 대가가 쓴 책답게, 그리고 중세 유럽의 상인들이라는 그 제목에 걸맞게 “중세” “유럽”의 “상인”을 다룹니다.

어떻게 8~9세기 암흑기의 봇짐장수나 장돌뱅이 같이 캐러반을 하며 떠돌던 거친 상인들이 콤파니아를 결성하고 방코를 만들며 왕과 제후, 대상단을 상대로 융자를 빌려주게 되었는지.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몰락했는지. 유럽에 어떻게 물자와 자본이 흘렀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현실의 국가와 왕가가 상인을 어떻게 대했고 상인은 또 왕과 제후와 귀족을 어떻게 상대했는지, 그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지요.

영국의 왕실을 상대로 막대한 융자를 내주고 결국 그걸 회수하지 못해 망해버린 비운의 가문이라든가, 시장에 화폐가 돌지 않아 막대한 디플레이션이 일어난 통화 기근 사태라든가, 불법으로 화폐를 제조해 대공령에 밀반입하려던 간 큰 상인들의 이야기 등 그 시대 그곳에서 벌어진 터무니 없고 놀라운 사건사고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책 자체는 150페이지로 얇은 편이지만 내용만큼은 알찹니다. 자료로서 아까울 게 없는 선택입니다. 중세 유럽풍 배경의 판타지를 쓴다면, 특히 경제와 관련된 부분이 주로 등장한다면 꼭 한 번 읽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공립 도서관이라면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저 같은 경우는 서울 정독 도서관에서 대여했습니다. 그럼 나중에 또 새로운 책으로 만나요! >ㅅ<

체셔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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