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욕심이 컸던 것 같습니다
별의 여행자라는 제목으로 스페이스오페라 소설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별의 여행자는 1부 제목인데, 4~5부 완결로 구상된 소설입니다.
모든 글은 처음 영감이 떠오를 때 작가를 흥분시키죠. 지금 제가 연재하고 있는 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기획할 무렵에는 별의 별 소재를 다 때려넣었습니다. 정치극, 전쟁, 신, 느와르, 범죄, 히어로… 그때는 서로 결코 만나지 않을 것 같은 소재가 한 작품에서 등장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때이기도 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무리수같은 설정도 다 집어 넣었습니다. 사실 그전까지 제가 쓰다 포기한 글들의 총집편이나 다름없었죠. 제가 가지고 있던 스토리, 캐릭터들을 상당히 많이 재활용했습니다. 그 결과 걷잡을 수 없이 스케일도 늘어났습니다.
그때는 제가 충분히 준비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처음 쓰기 시작한지 1년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도 1부 후반에서 미적거리고 있네요. 물론 제 게으름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제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에 대한 중심이 잡혀있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모험이면 모험, 범죄면 범죄, 자신이 뭘 쓰고 싶은지 확실히 알아야 하는데 제 소설은 그냥 멋져보이는 것만 여기저기서 가져와서 기워붙인 누더기나 다름없는 상태예요; 설정이 얼마나 치밀하냐에 관계 없이 작가는 자기가 쓰는 그 세계에는 완전히 몰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분명 제가 만든 세계인데 어떻게 돌아가는지 영 감이 안 잡혀요.
그래서 결국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이 소설을 어떻게 해야하나 며칠동안 고민했습니다만, 역시 이걸 버리진 못할 것 같습니다. 수년동안 제가 생각해왔던 사건들, 인물들이 새로운 배경에서, 본래라면 만날 일 없었을 인물들을 만나서 이제야 자기들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데 이제와서 제가 ‘야, 수습 못하겠어. 너네들 다시 들어가’라고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엔 끝을 보려고 합니다. 1년 안에 3부까지 완결하는 게 목표예요. 죽이되든 밥이되든 졸작이 되든 폐기물이 되든 말이죠. 그러고나면 시작할 때 그랬던 것처럼 지금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이 보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