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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뷔페

분류: 수다, 글쓴이: 조상우, 18년 6월, 읽음: 68

오늘은 깜짝 놀라 집에서 뛰쳐 나가야 했어요. 결혼식이 3시에 천호동에서 있었는데 두시 15분에 깼지 뭐예요. 세수하고 어제 입은 옷 다시 주워 입고 대충 머리 빗고 차로 뛰어갔죠. 밖에 1분도 안 있었는데도 여름 햇살이 셔츠를 등줄기를 다 젹셨어요. 저는 정장 재킷을 옆자리에 던져 놓고 시동을 켰죠. 에나멜 옥스퍼드 구두 아래서 엑셀이 부릉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조바심이 더 심해지더라구요.

 

차에서 내비를 보니까 1시간 걸리더라구요? 그럴 리 없다 싶어 친구한테 미리 축의금을 보냈죠. 3시 39분, 저는 천호대교에 갇혀 꼼짝도 못하고 있었어요. 손이 달아서 친구한테 전화하니 식권 배부 끝났다는 거예요. 아침도 안 먹었는데. 어제 데킬라를 마셔서 속도 안 좋은데 말이죠.

 

저는 하릴없이 천호대교 남단서 차를 좌회전했죠. 내키는 대로 차를 몰아 성남에 갔어요. 뷔페 식당 앞에서 이번에 쓴 소설은 왜 조회수가 낮을까를 생각하며 멍하니 있는데, 저편에서 속삭이는 발소리와 함께 애인이 왔어요. 같이 식당에 자리를 잡았죠.

 

토요일 5시인데 이상하게 사람이 없는 거에요. 음식이 좀 식어 있는 걸 보니 잘 안 되는 가게인 것 같았어요. 토요일을 날려버린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다리를 꼬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애인이 옆에 앉아 손을 잡더라고요. 저는 셔츠 윗단추를 풀고 애인에게 웃어 줬어요.

 

뷔페는 맛없었지만, 애인이 제 팔에 매달려 애교를 부리게 했으니 용서해 주기로 했어요. 여러분, MR역 ASL는 가지 마세요. 애교를 부려 줄 애인이 없다면요! ㅎㅎ

조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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