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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새로운 문제가 될 때

분류: 수다, 글쓴이: stelo, 18년 6월, 읽음: 93

안녕하세요. 짝사랑 문제를 쓰는 Stelo입니다.

리뷰를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리뷰를 두 편이나 받았습니다. 하나는 soha님께 의뢰한 것이고, 하나는 까막이님께서 써주셨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건 자신을 부수는 것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손님의 시선으로 보게 되니까요. 알면서도 풀지 않으려 했던 문제들에 직면하는 기분이었습니다.

 

1.

 

저는 요네자와 호노부가 쓴 고전부 시리즈로 추리 소설에 입문했습니다. 이 소설에도 오레키 호타로라는 똑똑한 고등학생이 나옵니다. 문제를 척척해결하는 유능한 친구죠. 탐정들이 그렇듯 작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이 시리즈가 ‘전능감의 요동’을 다룬다고 했어요. 이 탐정 친구는 겸손한 척하다가도 자신의 신적인 능력에 자만합니다. 그리고 뒤통수를 맞죠.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추리는 빗나가고, 답을 알지만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겠는 상황에 처해요.

이 시리즈에는 치탄다라는 여학생도 나옵니다. 굳이 말하면 의뢰인이고 호타로의 추리에 놀라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친구에게 더 많이 공감하고, 좋아했어요. 왜냐하면 이 친구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고민하거든요. 이 친구는 계속해서 “신경쓰여요.”라고 말하면서 묻어버리려 했던 문제를 파고들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 친구는 사람이 죽는 이야기를 싫어합니다.

 

2.

리뷰를 읽으면서 저는 요네자와 호노부가 걸었던 길을 다시 걷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제 기술은 훨씬 더 미숙하지만요.

저는 세영이가 답을 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답을 모른다는 것도 알아요. 이 친구는 실내화 가방의 정체도 알고, 사실 예은이의 마음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소화기 사건도 어느 정도 알아요.

하지만 알기 때문에 망설이는 거에요. 그 답이 사실 고통스러운 문제거든요. 이 친구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그런 문제에 끼어들고 싶어하지 않아요.

요네자와 호노부는 이런 상황에서 도망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씁쓸한 진실을 알아냈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그냥 일상을 살아가거든요.

저는 이 문제를 직면하면서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세영이가 추리에 정답을 맞추는 건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밑바닥에서 예은이가 제시하는 답 없는 문제에 어떻게 답을 할지가 중요한 거죠.

 

저는 그 답을 정해놨었어요.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사랑”이겠죠. 하지만 예은이의 마음을 생각해보고 답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저 자신도 알고 예은이도 알듯이, 이게 충분한 답이 아닐 거에요. 답을 알지만 안 푸는 게 아니에요. 그게 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면 어떤 답을 해야할까 저는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3. 시점의 혼재를 다들 지적해주시니 고민을 더 해봐야겠네요. 세영이가 작가의 나레이터처럼 보이는 문제도요.

st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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