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켠의 작가전] 아름다움은 강하다-Moreau
요즘 제가 탐닉하고 있는 작가님은 Moreau 입니다.
상징주의 화가 귀스타브 모로에게서 따온 필명 같은데 저는 이 분의 작품을 읽으며 조지아 오키프를 떠올렸어요. 화려한 꽃을 클로즈업해서 캔버스에 꽉 차게 크게 그려서 꽃에게서 아름다움 보다는 위압감과 낯섦, 원시적인 생명력 등을 느끼게 하는 화가지요. 모로 님의 작품은 아름다워요. 그 아름다움은 다채롭고 찬연하고 화려하고 생명력이 날뛰고 생생하고 역동적입니다. 그리고, 강렬하고 강인하고 강건하지요.
식물원에 나타난 몸의 일부가 산호초인 아이. ‘나’는 아이를 보호하려고 하지만 아이는 세상으로 나가고자 하지요. 남과 다르면 공격당할 것이라 믿는 나는 아이를 식물원 안에만 두려고 하는데, 아이는 끝내 자신과 닮은 존재, 자신을 사랑할 존재를 찾아 나섭니다. 눈 앞에 이미지가 선연하게 그려지는 모로 작가님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어요. 더불어, 소수자와 부모자식과 젠더 등 여러 문제를 은유적으로 그린 환상동화입니다. 장면장면이 머릿 속에서 그림으로 그려지는데, 모로님 작품 세계의 입문작으로 좋을 작품이고요. 제가 꼽는 모로 님의 대표작입니다.
달의 공주가 지구에 옵니다. 여기서 달은 여성, 지구는 남성/ 지구는 현실, 달은 이상 등 독자에 따라 달과 지구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할 텐데요. 결말은 새드엔딩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저는 이 작품이 너무나 아름다워서…지구가 아름다운 이유는 달의 공주님 덕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밤에, 반짝이는 조각을 발견하게 된다면 달의 공주님일 거예요.
뮤지컬 ‘캣츠’처럼 말하는 고양이가 나옵니다. 희곡 형식이고 소품에 가까운데요. 말하고자 하는 바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편입니다. 카페에 말하는 고양이와 ‘나’가 대화를 나누다가 중간에 다다다다 하는 긴 대사 장면이 백미지요!
꽃비, 아름다울 것 같죠? 꽃의 위압감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장미가 공포로 다가오다가, 결말에는 ‘아름답다’라는 말이 독자의 입에서 입 안의 장미처럼, 툭, 나오게 됩니다.
심청전을 심청의 시점에서 다시 쓴 작품입니다. 고전소설 특유의 ‘나긋한’ 문체로 말하는데 내용은 서늘합니다. 이 작품의 최대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문체입니다. 읽다 보면 운율감도 느껴져요. 심청전에서 심청에게 수양딸이 되라고 했던 승상 부인 기억하시나요. 대체 왜 심청은 승상부인의 수양딸을 거부한 건지그 사연이 나옵니다. 애절하고 저릿한, 사랑이겠지요. 뺑덕어멈과 심청의 생모의 사정도 나오는데, 심청전의 최대 빌런이 누구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심청의 목소리에 몰입하다 보니 원작의 결말을 무시하고 확 들어엎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발렌타인 백일장 참가작이었죠! 학창시절의 베프가 연인이 될 듯한 달달함이 문장마다 스며 나옵니다. 읽는 내내 간질간질 달콤달콤 입꼬리가 슬쩍 올라갑니다. 뻔한 클리셰 모음이 될 수 있는 소재를 정밀묘사로 정면돌파해서 발렌타인에 어울리는 달달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어여쁜 작품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작품들과는 살짝 결이 다른데요. 느와르입니다. 아동노동, 마약범죄, 청부살인, 킬러, 뒷골목 등의 소재를 장식을 제거한 문장으로 서술해 나갑니다. 절제된 문장과 서술로 뜨겁고 차갑고 비정한 세계를 그려냅니다. 검은 개와 초콜릿, 검은 피부, 검고 검고 검은 작품이지만 흰 고급 양복과 붉은 피라는 무늬가 작품의 ‘아름다움’을 점 찍습니다. 눈 먼 어린아이와 모스부호가 청각적인 긴장감을 자아내는데 일조합니다. 잘 쓰는 작가는 뭘 써도 잘 쓴다…라는 감탄이 나옵니다.
흔한 소재도 모로 님을 거치면 모로 님 특유의 색을 입는데요. 모로 님의 작품은 아름다워요. 그리고 위압적이고, 강해요. 아름다움은 모든 것을 이기고, 압도하지요. 앞으로 펼쳐질 모로 님의 만발한 꽃세계 같은 작품 세계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