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치킨뷔페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고기뷔페’라는 개념도 없을 때라 뷔페라고 하면 그야말로 결혼식 같은 경사일때나 먹어보는 거였죠.
고등학교 졸업하고 뿔뿔히 흩어진 친구들이 처음 모인 자리라 다들 들떠있는 차에, 동네에 새로 ‘치킨뷔페’라는 곳이 생겼다는 겁니다.
가격은 1인당 14000원으로 비싸긴 했지만, 다들 혼자서 치킨 세마리 정도는 해치울 줄 아는 친구들이기에 치킨을 배불리 먹을 생각으로 찾았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자유롭게 치킨을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공간은 없었습니다.
그냥 1시간의 시간제한을 걸어두고 치킨을 계속 테이블로 가져다주는 구조더군요.
뭐, 그러려니 했습니다. 무한정으로 치킨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주문한지 30분이 지나도 치킨이 나오질 않는 겁니다.
거의 40분 넘게 다 식은 치킨 한 접시를 받게 된 우리는 뭔가 잘못됬다는 걸 직감했죠.
아니나 다를까, 치킨 한접시를 내 놓더니 이제 제한시간 1시간이 지났으니 나가라는 겁니다.
지금 같았으면 난리가 났겠지만, 그때만 해도 어린 저희들이 큰 소리로 따질 수 있던 때도 아니었고, 또 친구들 성향이 소리치며 따지고 드는 걸 못하는 성격들이라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자를 제자리에 돌려놓지 않은 것으로 소심하게 복수했답시고 위안을 삼으면서요.
제 기억엔 그게 사회인이 되고서 처음 당해본 사기였던 것 같네요.
여태까지 그 동네 살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이미 오래 전에 망해서 건물이 폐허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사기꾼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치킨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책을 읽다보니 문득 그때가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