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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작가의 ‘아르테미스’

분류: 책, 글쓴이: 조나단, 17년 12월, 댓글6, 읽음: 88

앤디 위어의 <마션>을 읽으신 분만 관심 가지실 책수다입니다.

아래 어느 분이 <마션> 작가의 새 책이 나왔다는 글을 보고선 부랴부랴 사서 읽었습니다. 그만큼 <마션>을 재미있게 읽었고 리들리 스콧의 영화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지요. <아르테미스>라는 작품으로,

‘달에 사는 수학 천재의 기발한 범죄 프로젝트!’ 라는 홍보 카피가 써 있지만… 믿지 마세요^^! 책을 팔아먹기 위해 <마션> 연작처럼 보이기 위한 카피입니다.

실은 <달에 사는 철부지 여주인공의 좌충우돌 범죄 수습기!>가 맞는 카피 같아요.

전체적으로 재미있습니다. 작가의 장점인 ‘유머’가 살아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미스테리 범죄 스릴러’로 읽히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서문과 달리, 범죄 스릴러로서의 긴장은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홍보(?) 게시글을 올리는 것은, 브릿G에 작품을 올리시는 분들이라면, 장르물을 쓰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실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보면,

먼저 작가의 장점, 유머! 가 살아있어요. 달세계 환경과 인물들을 평가하는 여주인공의 시크한 유머는 <마션>의 감흥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건 전적으로 작가의 개인적 자질인 것 같아요. 비슷한 캐릭터이기에 <마션> 때처럼 신선도는 떨어지지만, 여전히 주인공을 따라가는 맛이 있습니다.

웹에 글을 쓰던 작가여서 그런지 간결한 문체도 여전합니다. 공학적 달세계 묘사는 최대한 쉬운 단어로, 옆에서 말 해주듯 처리하면서. 그러면서 이야기의 속도감을 유지합니다. 그 속도감에 계속 따라가며 읽게 만들죠.

단순한 플롯 역시, 단순하지만 교과서처럼 명쾌합니다. 초반 ‘재스민’의 시크한 매력을 보여주면서 주인공에 감정이입하게 만들더니, 초반에 그녀가 만나는 인물과 부딪치는 달세계 장치들은 모두 후반에 저마다의 역할을 합니다. 복선을 어떤 식으로 깔아야 하는지 아는 거죠. (긴장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단순하게 시작해 음모와 반전, 그걸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주인공을 방해하는, 쉼없이 나타나는 장애물들… 참 재미있게도 쓴다.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합니다. 영화제작자들이 군침을 흘릴만도 하네. 하는 질투심과 함께요^^!

 

무엇보다 이 작품이 호감이 가는 것은, 작가가 ‘소재’를 취하는 방식과, 달세계를 묘사하는 ‘태도’ 때문입니다. 다른 작가가 썼다면 어려운 하드SF가 됐을지도 모르는 달세계, 그곳의 시스템과 경제 체제, 범죄의 설정인 최신 광케이블 등을 아주아주 쉽게쉽게 묘사하죠. 뻔한 설정의 답습이 아닌 최신 트렌드를 엿보는 느낌이랄까요?

또한, 달세계 <아르테미스>에는 미국 작가의 미국 중심의 세계관이 빠져 있어요. 뻔한 헐리우드식 결말이 아니란 뜻이죠. 달세계를 건설한 이는 케냐인이고(그럴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설명됩니다), 피해자는 스웨덴인이고, 다른 주요 인물은 홍콩인, 브라질 사람 등 전 지구인인데, 정작 미국인들은 보이지 않아요(있었던가?). 무엇보다 여주인공을 아랍계로 설정한 것은… 괜히 작가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게 합니다. (왜에^^?)

 

저 역시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이고, 저 나름의 기준도 있습니다. 1)좋은 레퍼런스 작품을 읽자(눈높이를 높이자). 2)최신 트렌드를 알자.

눈높이를 높이는 책은 언젠가 언급한 것 같고. 앤디 위어라는 작가는 확실히 존 스칼지와 함께 최신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마션>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유쾌한 SF소설이라고 생각해요.

관심이 생기셨다면 일독을 권해 봅니다. 독자로서, 그리고 장르 작가로서. 고맙습니다.

조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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