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쓴 시 몇 개 올려봅니다…
범족 이야기
범족이 살았습니다.
고인돌을 만들고 고래 잡고 바위에 그림을 그리며.
어느날 웅족이 왔고 천족이 왔습니다.
그들은 백인종인 범족과는 다른 살결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웅족과 천족은 결혼을 했습니다.
방대한 대륙의 문물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천족에
치우라는 이 있어 구리로 쇠를 삼더니
범족들을 몰아냈습니다.
한 치우 가의 소년이 범족에게 잡혀
범족의 소녀랑 사랑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범족들은 나중엔 의심을 풀고
소년 소녀를 짝지워 주었습니다.
치우가 범족을 침탈할 때,
학살하고 윤간하여 영혼을 찟어놓을 때,
불 지르고 때려부술 때, 범족들의 모든 문화를 파괴하고 비하할 때,
오래 살아 정든 고향에서의 삶을 부정하고 무시하며 나가라 할 때,
소년은 친구와 싸웠습니다.
소녀는 잡혀가고 소년은 죽었습니다.
범족은 여자 얼굴에 흉즉한 그림을 그리곤
그걸 아름다움의 으뜸으로 만들어 스스로를 세뇌했습니다.
그래야 여자들이 덜 잡혀갈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범족은 토템이던 호랑이를 치우의 민족에게 내주었습니다.
범족들이 오래 살던 곶은 치우의 민족이
차지해서
서로들 많이 죽고 싸워갔습니다.
7세기경, 범족들이 가까스로 살아남았던
섬 세 개에
치우의 민족이 본격적으로 밀려갔습니다.
치우의 후예 고구려계인 텐무천황은
실라와의 애증 어린 유대를 끊기 위해
그들만의 신화, 고서기와 일본 서기를 만들었습니다.
범족은 신화의 세계에서조차 쫓겨났습니다.
19세기, 치우의 후예
메이지 천황이
훗카이도를 개발했습니다.
마지막 범족의 땅, 스스로를 아이누라 부르던 사람들의 땅을
침탈했습니다.
20세기, 혈통마저 치우의 후예에게 더렵혀진
범족은 다른 피폐한 민족들처럼
치우의 후예를 포함한 여러 관광객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 환단고기가 설령 옳더라도 이런 식이 되겠죠?
위는 고3 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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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하인
1.여검사
붉은 머리의 여검사는 사람들의 아우성을 들었네. 피붙이와 친구들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쓰레기처럼 버릴 수 있는 무수한 사람들의 죽음이, 한낱 치정을 둘러싼 전쟁에서 흩날리는 것을 보았다네. 계속되는 수탈로 벌거벗고 지내는 아이들이 끝내 굶주려 배만 나온 채 죽어가는 걸 보았다네. 탯줄도 안 끊긴 갓난아기를 노예시장에 내다파는 부모들의 원망 젖은 한탄과 가난에 대한 저주를 들었다네.
2.혁명
붉은 머리의 여검사는 칼을 들고 민중을 이끌었네. 한스러운 과거와 크나 큰 동정이 여검사의 동력이 되었다네. 오합지졸이 되어 버린 병사들을 무찌르고, 도망쳐 버린 가신들을 비웃었네. 모든 악의 근원인, 14세의 왕녀, 여검사를 눈앞에 두고 무례하다 말했다네. 여검사는 왕녀의 따귀를 올려붙이고 감옥에 가뒀다네.
3.반전
왕녀의 처형은 다음날 오후 3시. 음험한 복수심에 여검사, 감옥으로 들어갔네. 고문을 핑계 삼아 왕녀의 사타구니를 만졌다네. 순간 만져진 남자의 상징. 여검사는 당황했다네. 왕녀에게 쌍둥이 남자 시종이 있다는 작은 소문을 떠올렸네. 왕녀, 아니 14세 소년의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 왕녀에 대한 크나 큰 사랑으로 대신 죽겠다고 결심한 사내가 거기 있었네.
4.최후
다음날 오후 3시. 왕녀로 분장한 소년은 길로틴에 목을 늘이고 마지막 연기를 토해냈네. 오, 차 마실 시간이네. 사악하고 어리석은 왕녀의 이미지에 민중은 만족했네. 후드를 깊이 눌러쓴 진짜 왕녀, 속에서부터 이끌려 나오는 울음을 참았다네. 여검사, 소년의 죽음을 외면하고 뒤돌아서서 흐느꼈다네.
5.에필로그
왕녀는 태어날 때부터 지내던 궁전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났다네. 세상의 모든 것이 왕녀를 적으로 돌릴지라도, 왕녀가 자신의 애인을 죽이라고 명령했을지라도, 왕녀를 위해 대신 죽어 간 소년의 마음이 왕녀를 채웠다네. 왕녀, 어느 수도원에 정착해 한량없이 넓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품으며 살아갔다네. 여검사는 나라를 유복하게 다스렸고 왕녀를 쫓지 않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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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만든 보컬로이드의 노래 ‘악의 하인’에 필 받아서 끄적거려 봤습니다^^
위는 2010년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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惡外無世 2차판
먼 옛날 선캄브라이라 이름붙여진 한 시절에,
절대 권력이 이 시절에 있었다면 한없이
사랑스럽고 귀엽게만 보였을 것이다.
절대 폭력은 스크럼을 짜고 몰아쳤다.
수십 km 위로 치솟는 금성의 액체
땅 위로 떨어지는 목성의 벼락
허공을 가르는 화성의 바람
그때 최초의 생물이 태어났다.
아직 사랑은 발명되지 않았다네
아직 잠은 발명되지 않았다네
아직 짝은 발명되지 않았다네
아직 아이는 발명되지 않았다네
아직 우리는 발명되지 않았다네
아무 거나 주워 먹다
잘못 먹어 죽기도 하고 싸우기도 했다네
그것을 뚫고 진화해왔네.
惡 밖에 없던 때가 있긴 있었네.
어쩌면 머나 먼 훗날에
신과도 같은 후손들이 인류를 추억할지도,
그때엔 무엇 밖에 없었다고 할지도
모르지.
위는 2013년 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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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졸작 시들 일단 여기까지 올려봅니다….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