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부족.
이번에 호러 단편을 쓰면서 느낀 건데, 전 “공포”의 분위기를 글만으로 어떻게 연출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랄까 사실 텍스트를 통해 공포의 감정을 느낀 경험이 거의 없거든요. 사람들이 “오싹”하다고 한 호러 단편들 몇 편 읽어봤지만, 도대체 그 “오싹”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제가 생각하고, 또 실제로 느끼는 “공포”란 감정은 단지 시각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는 리액션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공포 영화에서는 긴장감을 팽팽하게 만드는 효과음이나 음악이 있잖아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제야 깨달았어요.
문제는 글이 아니라 저한테 있다는 것을.
제 상상력이 제한적이고 납작하다는 것을.
저는 지금까지 시각적 상상력에만 의존해 글을 써왔던 것 같아요. 저는, 특히 어떤 특정 장면을 묘사할 때는, 머릿속에서 그 장면을 연출하는 영상을 틀어놓고 그것을 묘사한다는 방식으로 글을 쓰거든요. 예를 들면 카메라 워크를 따라 시선을 옮긴다던가, 그래서인지 몰라도 제가 ‘시야’란 단어를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실은 그게 아니라 “직접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묘사해야 했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단지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무슨 냄새가 나는지,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그리고 그 감각들이 복합적으로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지…….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봐도 전 그것들을 상상하기가 어려워요. 습관이 되어버린 건지 모르겠는데, 제 상상력이 시각적인 연출에만 집중된 채로 굳어버린 느낌이에요.
그래서 좀 고민이에요. 앞으로도 다양한 글, 다양한 장면을 써야 할 텐데, 언제까지고 이런 납작하고 제한적인 상상력에만 의존할 수 없으니까…….
으으, 이번에도 결국 자유게시판에 와서 징징거리기만 하네요. ;ㅅ;
이상, 실력 부족 아마추어 작가의 흔한 고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