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굴뒹굴……. (부제: 신축 연구소 살인사건)
기분이 꿀꿀해요.
오랜만에 글다운 글 썼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슬럼프에서 못 벗어난 기분……. 예전엔 글 쓰는 게 즐거웠는데 요즘은 왜 이렇게 정신적으로 지치는 걸까요, 쓰면서도, 쓴 다음에도.
우울하니까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추리 소설 하나 써보려고 하고 있어요.
평소에 쓰던 일상추리 말고 좀더 피 튀기고 본격적인 그런……. 하지만 지금 당장 생각나는 무언가가 없어서 인트로만 쓰고 다시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고 있어요.
뒹굴뒹굴.
아, 제가 예전에 생각했었던 것 하나 보실래요?
나름 기발한 살인트릭 써보려고 노력했었는데 생각해보니 기발한 게 아니라 이상한 것들이라서 그냥 머릿속 쓰레기통에 처박아놓았던 아이디어 찌꺼기들이에요. 저처럼 머릿속에서 뒹굴거리던 허접한 놈들 중 한 놈 보여드릴게요.
신축 연구소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김 씨는 1번 연구실에서 발견되었다. 각 연구실은 전자라커로 잠겨있어 출입하기 위해서는 출입증이 필요하며 출입할 때마다 기록이 서버에 남는다. (즉, 들어갈 때는 물론이고 나갈 때도 기록이 남는다.) 그러나 살인 사건이 발생한 당시, 1번 연구실에 누군가가 출입한 기록은 김 씨 이외에는 전혀 없었다. 1번 연구실에는 창문이 없기 때문에 출입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없었다. 즉, 이것은 밀실 살인이었다.
<내부구조도>
피해자는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고 바로 즉사한 것으로 보인다. 둔기로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피 묻은 망치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되었지만, 거기에서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망치는 1번 연구실 옆의 창고에서 가져온 것이다. 창고는 연구실과 달리 열쇠로 여는 고전적인 잠금장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누가 망치를 가져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연구소는 지어진 지 1년 조금 안 됐다. 특이하게도 연구소에는 연구실은 물론, 복도조차 CCTV가 없었는데, 연구소의 기획자이자 현 연구소장인 A의 과거 인터뷰에 따르면 ‘자유로운 실험 분위기를 위해 최소한의 보안 시스템을 제외하고 전부 설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은 당일 연구소에 출석했던 다섯 명의 용의자다.
용의자:
A – 연구소장
“김 씨의 죽음에 대해서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저는 연구소 내부를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알잖아요, 제가 직접 기획하고 설계한 연구소니까 나름 애정도 가지고 있고, 그러니까 그런 기분을 만끽하는 거죠. 하지만 CCTV가 없으니 제 알리바이를 입증할 방법은 없네요……. 그래도 다른 연구원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어요, 물어보세요. 그리고 사실 의심스러운 사람이 한 명 있는데요……. 연구원 E랑 연인 문제로 심하게 다투는 걸 제가 저번에 봤거든요. 엄청 소리 지르고……. 아무리 봐도 E가 누구를 죽일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좀 의심스러워요.”
B – 연구부장
“유능한 인재를 잃었어요. 연구소의 큰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저는 제 연구실에서 작업 중이었습니다. 한 번도 밖에 나간 적도 없고요. 아, 그래요, 소장님과 김 씨가 이 연구소가 세워지기 이전에는 교수와 조교 관계였는데, 소문에 의하면 소장님이 김 씨의 논문을 표절했나 봐요. 그게 소장님 이력에 꽤 타격이 컸던 모양이에요. 뭐, 지금은 사이가 나쁘지 않은 모양이지만요.”
C – 김 씨 동료
“저는 그 당시에 잠시 밖에 나가서 저녁을 있었어요, 제가 외출하고 있었다는 건 출입증 찍은 기록을 보면 아실 겁니다. 그리고 창고 열쇠는 저에게 없어요. 소장님이나 부장님에게 있지. 아, D씨라면 여분 열쇠를 가지고 있을 지도……. 사실 전 D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씨랑 사귀다가 얼마 전에 헤어졌는데, 그 이유가 심상치 않은 모양이에요. 전 동료의 사생활에는 관여하지 않는 사람이라 그 이상은 모르겠지만, 그런 저에게조차 수상한 소문이 돌 정도면, 아마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은 가죠.”
D – 책임연구원
“으음, 살해당했던 시각에 저는 옥상에서 담배 피고 있었어요. 옥상도 출입증이 있어야 갈 수 있으니까, 그걸 확인해보면 될 거예요. 그리고 아까 살짝 엿 들었는데, C의 증언은 별로 믿을 게 안 돼 보이더군요. 그렇게 생각하시죠? 출입문의 기록은 위조가 쉬우니까요. E도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잠시 외출했던 모양인데, E가 들어오면서 자동문이 열려있을 때 재빨리 나가서 카드를 찍으면 되잖아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죠? 음, 아무튼, 그래요. 제가 추리소설 좀 좋아하거든요. 저를 믿어보세요.”
E – 신입 연구원
“저는 친구랑 저녁 먹자는 약속을 잡았었기 때문에 그때 김 선배를 죽일 수 없었어요. 제 친구에게 물어보세요. 2인분 식사 영수증도 여기 있어요. 의심 가는 사람이요? 딱히 없는데. 흠, 부장님이 좀 수상해 보이긴 해요. 그 사람, 너무 조용하거든요. 실제로 본 적도 거의 없어요. 유령 같다고 해야 하나? 소장님은 종종 연구소를 돌아다니셔서 자주 뵙는데. 응응, 이상해.”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이유와 함께 맞추시는 분에게는, 어어, 저의 애정과 관심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안타깝게도 저에게는 가지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