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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서사 리뷰 질문 마무리에 대한 답변 마무리

글쓴이: 창궁, 2시간 전, 댓글7, 읽음: 38

어제 댓글이 연속으로 달리지 않아 작가님께서 달아두신 댓글 마지막 두 개가 잘려서 이제야 확인하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 두 부분이 핵심인데 서로 조금 헛발질을 하고 있었네요. 뒤늦게 이렇게라도 답변하는 점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전달의 실패’가 곧 ‘구성의 실패’입니다. 전달 자체가 되지 않는 시점에서 그 이상을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전달의 실패가 일어난 지점은 단순히 형식적인 부분만 있었지 않았죠. 1번이 ‘보이는 것’ 곧 형식에 대한 지적이었다면 2번은 ‘읽히는 것’ 곧 내용에 대한 지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사실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됩니다. 뼈대 자체의 성립 여부는 서사의 완성도로 판단하는 것이며, 그 서사는 지금 복수물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은 수단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본 리뷰에 언급했듯 복수가 중심이 아니라 복수를 이루는 수단이 중심이 되었어야 한다고 말하는 거고요.

덧붙여 독자가 구조를 판단할 근거는 설명이 아니라 그 설명(을 비롯한 작품의 요소들)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판단하는 것인데, 작중에서 인터루드의 설명이 작동하는 장면과 에피소드가 얼마나 유효하게 있고 다뤄지는지 생각하면…… 그리고 이런 건 하나하나 지적하는 게 의미가 없습니다. 이건 작가님 작품이지, 제 작품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제가 포괄적인 부분에서 서사의 중심을 옮기라고 조언하고, 작가님께 좀 더 연구해보시라고 조언한 겁니다.


이제 마무리된 질문으로 돌아와서, 제가 소명해야 할 건 두 가지인 듯하군요. “쟤는 되고 나는 왜 안 되는가”에 대한 답변과 “무엇이 실험/메타로 읽게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요. 아마 둘이 동시에 답변될 겁니다.

우선 작가님께서 아예 직접적으로 언급하신 리뷰가 있으니 그것에 대한 얘기부터 해보죠.

이 리뷰에서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저는 이 소설을 끝까지 읽기 전까지 이 소설의 구조와 구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했었습니다. 잠정적인 결론이 그대로 확정이 될지, 아니면 뒤집힐지 결말을 읽기 전까지 계속 지연됐어요.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저는 이 소설에 대한 사전정보가 절대적으로 없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담장님이 위상잔차를 그렇게 호평하시는 걸 보고 흥미가 동해 다른 작품을 건드린 것 정도? 리뷰가 호평인 것만 확인하고 그 내용은 작품을 읽기 전까지 제대로 읽지도 않았습니다. 감상에 방해가 될 테니까요.

둘째, ‘판단 지연’이 이뤄질 만큼 소설은 높은 수준의 필력으로 일관성을 유지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위해 배제할 것은 철저하게, 작품 끝까지 배제한 것은 사실 단편이라서 가능한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게 장편도 아니니 오히려 단편이라는 규격 안에서 가능한 일을 제대로 꿰뚫고 있었다고 봐야겠죠.

저는 작품의 필력을 통해서 저자에 대해 신뢰하기로 생각했고, 그 신뢰가 배반당하지 않을까 결말을 읽기 전까지 노심초사하며 나아갔던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신뢰가 보답받았기 때문에 저는 마땅히 그 감동을 리뷰로 썼던 것이고요.

자, 그런데 작가님과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서 얘기해봅시다.

우선 첫째, 사전정보에 대해서. 작가님은 리뷰 의뢰를 넣으시면서 “이 작품은 1층의 장르서사, 2층의 역사, 3층의 철학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인터루드 0은 플라톤의 티마이오스, 인터루드 1은 계약과 사회 시스템의 은유, 인터루드 8은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4단계를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라고 밝히셨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구조를 뜯어보고 분석해보기도 전에 작가님이 설계도를 던져주셨죠. 그럼 제가 할 일은 설계도를 못 본 척 이 소설의 설계는 어떻고 저떻고를 얘기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구조와 구성의 성립을 논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이 작품이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작가님께서 스스로 공개하셨으니까요.

저는 이미 작가님을 통해서 이 소설의 구조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굳이 말씀하시지 않으셨어도 인터루드를 통해서 원하든 원치 않았든 알게 됐을 겁니다. 그러면 저로선 “그래, 그렇다고 하니 그게 제대로 작동하는지 안 하는지(=전달이 유효한지 아닌지)를 따져야겠지”가 됩니다. 남은 선택지가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반전영화의 반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을 다 듣고 보는데 그 반전이 정말로 유효한지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미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아니까요. 순수한 감상이 불가능하니 순수한 감상이 필요없는 영역을 건드리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아예 얘기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요.

둘째, 작가님께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에 대해 실패가 아니라 실험의 일부로 봐주길 바라셨는데, 유감스럽게도 제게는 그래야 할 의무도 이유도 없습니다.

제가 실패했다고 느끼는 이유는, 밝혀진 의도대로 읽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전정보를 듣고, 작품 설명이 그렇다고 얘기를 해도, 그렇게 안 읽혔습니다. 왜인지는 본 리뷰에 전부 밝혀뒀습니다.

‘실험’이 ‘실험’으로 읽히기 위해선, ‘실험’이 아닌 부분들이 정당해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나의 이러한 구성이 무지와 미숙에서 벌어진 실수가 아니라 나의 의도다”라는 걸 작품을 통해서,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걸 판단할 근거는 실험 자체에도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실험’이 아닌 부분에서 결정됩니다.(그리고 여기 어디에도 작가의 의도는 끼어들 수 없습니다)

그럼 작품을 보죠. 황금의 서사에서 ‘실험'(진지하게 따지면 이건 실험이 아니라 작가님의 ‘시도’입니다)이 이뤄지는 영역은 주로 인터루드에 있습니다. 인터루드의 잦은 삽입과 인터루드의 내용(곧 역사적 맥락 보강과 그 맥락의 의미를 해설하는 것)이죠. 그럼 이 실험이 아닌 영역을 봅시다. 그건 1부의 메인 에피소드들이네요. 루카 오라피니의 복수 일대기 말입니다.

이제 다시 처음 리뷰로 돌아가면 됩니다. 했던 말의 반복이죠. 오타, 문장부호 오류, 정돈되지 않은 호흡, 이미지의 부재, 미숙한 복선, 지나치게 설명적인 어조…… 제가 작가님의 실험을 신뢰할 근거가 작품 어디에도 없습니다. 심지어 작품 주제의식을 계속 설명하고 독자에게 주입하고 있고요.

설명은 층위를 작동시키지 않습니다. 설명의 본질은 정보를 전달함이지, 구조의 작동이 아닙니다. 작가님이 진정으로 바깥(사실 바깥이 아니라 서사에 내재된 층위입니다) 층위를 작동시키고자 했다면 각각 따로따로 작동시킬 게 아니라 서사와 함께 어우러졌어야 합니다.

그게 작품의 완성도를 논하는 유기적 통일성입니다. 그래서 본 리뷰에서 했던 조언대로, 서사의 중심을 복수 자체가 아닌 복수의 수단인 은행 설립에 맞췄어야 하고, 은행 설립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파들을 ‘설명’이 아닌 이야기로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다시 했던 얘기로 돌아가서, 소설은 논설문이 아니고 위키피디아가 아니니까요.

물론 절대라는 건 없습니다. 설명으로도 층위를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그만한 스킬을 갖췄다면요. 그리고 이건 다시 앞선 실험을 신뢰할 근거 얘기로 넘어가게 됩니다. 했던 얘기를 반복합시다. 신뢰할 근거가 없었습니다. 설명이 의미를 가지려면, 서사 안에서 작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터루드는 지속적으로 서사 바깥에서 작동하고 있죠. 서사 바깥에서 작동시킬 만한 동력조차 서사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조차 아니라면 필력으로 압도하시면 되는데, 그건 해당되지 않으시죠.

메타 구조라는 건 복잡한 층위를 가진 소설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작가님이 의도하신 장르서사와 장르서사와 맥을 같이하는 역사적 맥락, 그리고 그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되고자 하는 작가님의 메시지는 메타 구조가 아니라 ‘복합적인 구조’입니다. 작가님께서 언급하신 3중 레이어는 기본적인 역사소설들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구조입니다.

제가 계속해서 말하고자 하는 건, 작가님의 미숙함이 구조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의도가 결함으로 인지되는 게 불쾌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독자가 왜 결함처럼 보이는 걸 ‘의도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인식을 고쳐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건 정답을 풀어야 하는 수능 문제지가 아니니까요.

마지막으로, 소설은 사건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상징과 관념, 기호의 층위가 더 강하게 작동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그런 소설조차 표면적인 서사가 주제의식과 상호작용하며 서로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고 있고요. 작가님의 소설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합니다. 그렇지 못한 이유는 본 리뷰에서 밝혔습니다.

본 리뷰가 설득력이 없다고 느끼시거나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면, 넘기셔도 됩니다. 이건 작가로서 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납득이 안 가는 리뷰는 그것이 어떤 정성을 담고 있어도, 작가가 굳이 수용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부디 작가님께서 리뷰에 휘둘리지 마시고 뜻대로 정진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들이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작가님께 와 닿지 않으시면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제 노력이 들인 결과물이 그정도에 불과하단 것이니까요. 다만 이 이상으로 작가님께서 질문하셔도 제 능력의 한계로 인해 이 이상의 답변은 힘들 듯합니다. 현 답변에서도 본 리뷰의 이야기를 다르게 표현해서 반복 중인지라, 작가님의 답답함과 불쾌함을 온전히 해소하지 못하는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의뢰를 받을 때 작가님께서 덧붙이신 “작품에 대한 해석은 전적으로 독자의 권한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 자유롭게 읽어주시고 느껴주시는 대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를 신뢰하여 본 리뷰를 작성하고 답변을 남기고 있음을 알립니다.

본 리뷰에서도 말씀드렸던 내용이지만, 장편은 꾸준히 쓰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응원 받고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건필하셔서 완결이란 결실을 맺으시길 바랍니다.

창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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