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필사를 하지 않습니다
분류: 수다, , 17년 9월, 댓글9, 읽음: 121
전역 후 구입한 만년필의 펜촉을 길들일 겸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 을 필사하다가 반 정도에서 그쳤습니다.
힘들어서가 아닙니다.
아니, 힘들어서라고 해야겠네요.
마음이 엄청 힘들었거든요.
너무 힘들어서 두 번이나 토했을 정도로요.
필사는 가장 느린 방식의 독서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던 게 떠오르는데, 덕분에 문장 하나하나 곱씹어야만 했죠.
덕분에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 주인공의 처지가 너무나 저와 비슷한 거 같다는 생각에, 그가 처한 상황이 분해서, 속이 역겨워지더라고요.
역시 세상은 역겨운 것이죠.
하여튼 이 때의 기억 때문에 종의 기원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힘들어지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끝까지 읽은 친구의 말에 의하면, 제가 느낀 것이 다 뒤집어지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굳이 필사를 해야겠다면 아름다운 이야기로 하세요. 마음 저 밑구석까지 행복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