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 저의 집은 방음이 안됩니다
그래서 길거리 소음이 다 들리는데
상상만 해도 스트레스 받는 환경이라 생각하시겠지만 또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동네에 강아지 키우는 사람이 많아서 소형견 짜증내는 소리랑 고양이 맞다이 소리가 들리거든요
귀엽습니다
들었던 것 중 귀여운 소리를 추려보자면
먼저 뭐에 꽂힌 골댕쓰가 끼힝 낑 하는 소리와 주인이 왜~애! 가자아아! 하는 소리
초딩학생들이 무슨 뭐 테레비 주제가를 부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소리
산책하던 말티즈가 갑자기 빡쳐서 왕왕왕왕! 하는 소리를 이야기해볼 수 있겠습니다
저녁 8시 베란다에 서서 막걸리 온더락으로 1잔 하다보면 귀여운 장면도 볼 수 있는데요
바로 고양이 한마리가 횡단 보도를 건너려는데 사람들이 건너편에서 건너오는 게 무서워서 쭈굴하니까
신호에 서 있던 오도방구 아재가 가! 라고 하고 사람들 웃으면서 고양이 지나가라고 길 비켜주는 장면입니다
근데 밖에서 보일 제 모습을 상상해보니까 되게 싫네요
머리 귀신 산발을 한 여자가 수면원피스에 수면양말을 신고 실실 웃으며 거리를 모니터링하는 모습…
신고나 민원을 넣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역주민 여러분
가끔 눈이 마주치는 분들도 계신데 그럼 시선을 쓱 피하더라고요 커엽
반대로 띵요옹 하고 쳐다보고 가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럼 인사를 해야지 서로 안어색해요
한 동네에 몇 년 살다 보니까 즈의 집에 벨튀하던 초딩5학년 꾸러기들이 쑥쑥 자라서
교복 입고 자전거 타는 모습도 보게 되네요 애들 진짜 빨리 큽니다
몇살 더 먹었다고 이제 벨튀 같은 장난은 안치는데 꽤 기특합니다 제발 오토바이만 타지 마라
라떼는 오도방구나 스쿠터가 유행이었는데 요즘 애들은 자전거를 특이하게 타는 게 유행인가보더군요
언젠가 저녁 퇴근하고 오는데 뒤에서 아기 상어 노래를 열창하는 소리가 가까워져 왔습니다
그래서 보니 중학생 쯤 되는 애 둘이 자전거를 타고 오는데 하나는 자전거를 씽씽 몰고 있고
하나는 뒷자리에 팔을 쫙 펼치고 서서 아기상어 뚜루룻뚜루를 무반주로 노래하고 있었어요
얘들아
아줌마는 이해를 못하겠어
요즘 애들은 정말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우리 때랑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애들은 역시 귀엽습니다
하루는 초등학생 남자애 둘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하나가 ‘그건 노코멘트야’라고 말해서 웃참을 했지요
네가 무슨 노코멘트가 있엌ㅋㅋㅋㅋㅋㅋ 유관부서에서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발표할 사항이야?
너무 귀여워서 지나가고 나서 한참 웃었답니다
지금은 애 둘이 물개소리를 흉내내면서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요
이런 소소한 행복을 깨달으려면 먼저 일상이 평안해야겠지요
저는 설날이 진짜 찐 새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새해에는 다들 평안하길 바랍니다
평안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