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눌린 경험
생각보다 가위에 자주 눌립니다.
근데 그 경험을 소설로 쓰기엔 뭐 살 붙일 게 별로 없고, 그냥 가위 눌릴 때의 느낌을 간단하게 여기에 적어봅니다. 다른 분들도 똑같은지, 아니면 사람마다 다른지 그것도 궁금하긴 하네요. 가위를 경험해보신 분께서는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일단 가위에 눌리는 날엔, 자려고 누웠을 때 딱 느낌이 옵니다. 아, 이거 가위에 눌리겠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눈을 감고 있으면 기가 막히게 눈앞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느낌이 들더니 침대 밑으로 쑥 빠지는 것 같은 오묘한 감각이 덮쳐옵니다. 이걸 뭐라고 할까, 머리부터 베개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입니다. 그 뒤엔 귀가 먹먹해지더니 막 비명소리 같은 게 들립니다. 비명소리라고 해야 하나, 누가 소리 지르는 게 들리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뭔가 되게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되게 기이합니다만, 저는 잘 때 꼭 방문을 닫아놓는데, 방문이 열리는 게 느껴집니다. 방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경첩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근데, 실제로 제 방문은 열고 닫을 때 아무 소리도 안 납니다. 흠, 이런 걸 보면 가위 눌릴 때 느껴지는 감각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정말 뇌의 착각이라는 게 또 증명되는 거긴 합니다, 하핫.
아무튼, 방문이 열리고 나면, 거기서 온몸이 머리카락으로 덮인 존재가 방으로 기어들어옵니다. 와, 이건 정말 매번 가위 눌릴 때마다 똑같더라고요. 변하질 않습니다. 그리고 그 존재는 제 침대 옆까지 기어와서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저를 내려다봅니다. 눈이 있는 건진 모르겠습니다. 느낌상 그랬습니다. 근데, 가위 눌리면 신기한 게 제가 눈을 감고 있는 건지 뜨고 있는 건지 아니면 각성과 수면 그 사이에서 뜨고 있다고 착각하고 뇌에서 보내는 엉터리 시각정보를 보고 있는 건지 그게 참 아리송해집니다. 눈을 감은 채 뜨고 있는 양자역학 같은 상태에 돌입한 기분입니다. 무튼, 기억을 되살려보면 제가 그걸 보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그려보라고 하면 그릴 수도 있습니다. 온몸이 머리카락으로 뒤덮여있어서 그리기 간단하긴 합니다만… 그리고 눈을 크게 뜨는 건 아니고 실눈입니다. 안 들키려고 실눈을 뜨는 게 아니라 그 정도 뜨는 게 한계인 느낌? 그러고 있으면 그 존재가 자꾸 뭐라 속삭입니다. 뭐라고 하는 건진 모르겠습니다. 안 그래도 귓가에 누가 비명 지르고 소리 지르는 것처럼 시끄러운데 속삭이는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립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거기서 제 손가락을 움직여서 가위에서 풀려납니다.
근데 지금까지 제가 원할 때 가위를 못 푼 적이 없긴 합니다. 이거 다들 그런가요? 그래서 사실 이게 정말 가위에 눌린 건지 저 스스로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생각했던 것만큼 무기력하진 않아서요. 그렇다고 또 기가 세다고 하기엔 가위에 자주 눌리는데… 하하…
무튼, 때 아닌 2월의 납량특집 느낌으로 가위 눌린 경험담을 풀어봤습니다. 혹시 호러 소설 쓰실 때 가위 눌린 느낌 필요하신 분이 계시다면 위 글의 내용 가져다 쓰셔도 괜찮습니다 ㅎㅎ (저작권 없는 순도 100% 비창작 경험담)
다른 분들은 가위 눌리셨을 때 무얼 보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