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단편 을 읽었는데

<앤서 맨>의 여운이 너무 짙습니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하게 적진 못 하지만, 기이하고 초자연적인 사건과 소재를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과 시간 흐름을 가지고 묘사되는 한 사람의 일생에 집어넣어서 섬뜩함과 아슬아슬한 불안감을 고조시키다가 뻥 터뜨린 후 이렇게 은은한 삶의 여운을 남기는 글을 적을 수 있다니, <그것>을 읽으며 느낀 호러 성장 소설이라는 장르의 오묘한 감상과 <리바이벌>에서 나타난 한 사람의 평범한 듯 기이한 일생을 간접체험하는 방식이 모두 떠오르는 단편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설득력 있게 현실적으로 한 인물의 삶과 그 속의 심리를 잘 묘사해낼 수 있는 걸까요? 진로에 대한 고민, 행복, 불안, 상실의 고통과 슬픔, 분노와 자기연민, 그리고 극복해내는 그 일련의 과정이 너무 공감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고 ‘아, 내 삶에도 고난이 이런 식으로 지나가겠구나. 뭐든 해봐야겠다’라는 용기를 주기도 했습니다. 단편집 전체 장르는 ‘호러’긴 한데, 물론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이 나오기도 하고 스티븐 킹 특유의 어두운 전개와 불안한 분위기가 눈에 띄는 작품이긴 했습니다만, 이 단편은 참 따뜻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소재로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삶을 다룬다는 부분이 제가 너무나 쓰고 싶은 글의 목표와 맞닿아있어서 더 그런 걸 수도 있고요. 그러기 위해선 저도 필력을 한참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재차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꿈을 꾸는 사람들>은 제 개인적 취향에 꽤 맞았던 순수 호러였습니다. 약간 미친 것 같은 자칭 과학자, 수상한 실험, 예기치 못 한 전개, 거기에 살짝 곁들여진 러브크래프트풍 오마주까지… 기괴하고 불길한 분위기가 좋은 단편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길고 조금만 더 파헤쳤으면 좋았겠다, 라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만 ㅎㅎ
더불어 또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방울뱀>이었습니다. 스티븐 킹은 여전히 초자연적 현상을 가지고 이 정도 글을 써내려가는군요. 슬픔과 섬뜩함이 굉장히 잘 어우러져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빈 유모차를 밀며 아이가 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여인이라는, 괴담에서 몇 번이고 쓰인 고전적 소재를 가지고 이 정도 분량의 생생한 이야기를 펼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근데 <더 어두운 것을 좋아하십니까>의 상 편과 하 편을 잘못 집어 하 편부터 읽어버린 멍청이가 저입니다 ㅋㅋㅋㅋ 이 다음으로 상 편을 읽어야겠습니다. 그래도 단편집이라 순서에 구애받지 않는 게 다행이었네요 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