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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마스코트와 호러 장르에 대한 공신력 없는 주관적인 단상(斷想)

분류: 수다, 글쓴이: 랜돌프23, 2시간 전, 댓글11, 읽음: 32

예전에 쓴 글과 중복일 수도 있습니다. 너무 띄엄띄엄 글을 써서 기억이… ㅋㅋㅋㅜㅜ

 

1. 호러 마스코트의 생애 주기

 

탄생 – 해당 마스코트를 다룬 첫 작품이 탄생.

유아기 – 해당 마스코트를 사용하는 아류작들이 나오기 시작.

청년기 – 아류작을 넘어서 하나의 장르가 되어 한 시대를 풍미하는 호러의 상징으로 군림.

노년기 – 장르 자체 내에서 클리셰가 구축되거나 거기서 나올 수 있는 호러 문법은 다 나옴.

사망 – 이제 호러가 아니라 로맨스 and/or 코미디의 요소로 사용됨. 신기할 정도로 호러 다음에 이 두 장르로 옮겨감.

부활(?) – 다시 고전적인 호러의 아이콘으로서 부활시키려는 시도가 나옴. 호러-로맨스-코미디가 공존하는 장르의 삼중점. 하지만 예전과 같이 시대를 풍미하는 호러는 자아내지 못 함.

 

뱀파이어, 늑대인간, 미라, 좀비, 크툴루 모두 이 생애주기(?)를 따라가지 않나 싶습니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은 로맨스에서 주로 활약하고 있는 것 같고, 미라는 많은 경우 좀 코믹한 캐릭터로, 좀비는 로맨스와 코미디 모두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크툴루는… 일본에서… 크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중세의 반투명한 유령, 일본의 요괴도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호러 마스코트가 더 이상 호러로 안 쓰이고 다른 장르에서 쓰이게 되는 걸 비판하거나 비관하려는 게 결코 아닙니다 ㅎㅎ 그냥 호러 마스코트들이 뭔가 비슷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흥미로워서 반쯤 장난처럼 정리해본 것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나이를 먹고 늙고 죽음을 맞이하듯, 뭐 이것도 호러 마스코트의 자연스러운 흥망성쇠이겠지요… 사람은 미지의 것이나 낯선 것에서 공포를 느끼지, 익숙해진 것에는 확실히 호러를 옅게 느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이렇게 이전의 마스코트가 다른 장르로 옮겨가야 호러에서도 새 바람이 불기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ㅎㅎ

근데 호러 다음에 주로 정착하는 장르가 ‘로맨스’와 ‘코미디’인 건 참 흥미롭지 않나요? 아주 개인적인 뇌피셜 추론입니다만, 사람은 공포를 경험할 때 그걸 벗어나기 위해 반동처럼 반대 감정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곤 합니다. 유튜브 공포 영상에서 댓글에 유달리 웃긴 드립을 치는 댓글이 많은 것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것처럼, ‘호러’라는 장르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장르가 ‘코미디’와 ‘로맨스’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코미디와 호러는 워낙 서로 밀접하긴 해서, 코미디 장르 출신 창작자가 호러를 기가 막히게 만들고, 호러 장르 출신 창작자가 코미디를 기가 막히게 만들기도 하며, 코미디와 호러가 공존하는 작품도 적지 않긴 합니다. 제가 보기에 코미디와 호러는 반대인 듯 가장 가까운 장르입니다. 로맨스는… 역시 죽음의 반대는 사랑? 죽음이 난무하는 장르에서 사랑이 꽃피는 장르로 넘어가다니, 이 변화가 참 극적이고 재미있습니다. 아니면 에로스와 타나토스처럼 죽음과 사랑의 공존이 묘한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거나 말이죠 ㅎㅎ

이에 관한 다른 분들의 이견과 보충의견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2. 제가 공포 영화를 고르는 기준

제가 영화를 고를 때, 특히 공포 장르에서, 주변 사람을 당황스럽게 했던 기준이 있습니다.

제가 공포를 좋아한다는 걸 주변에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터라, 새 공포 영화가 나오면 감사하게도 저에게 매번 소식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뒤늦게 평점을 확인하고 저에게 ‘아, 이거 평점 2.8/5네…’라고 말하면, 저는 주저없이 ‘오히려 좋아’를 외칩니다 ㅋㅋㅋㅋ

네, 저는 5점 만점에 5점에 가까운 공포영화를 잘 안 믿습니다(?)

물론 5점에 가까우니 잘 만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잘 만든 영화에는 저도 남들과 비슷하게 평을 줍니다. 일부러 반대로 평점을 주는 그런 못된 심보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ㅋㅋㅋ

근데, 5점에 가까우면 이상하게도 많이 안 무섭더라고요. (지극히 주관적인 제 기준입니다.)

보고나면 잘 만든 영화니까 그에 따른 만족감은 있는데, 공포영화로서의 만족감이 덜합니다. 그걸 벗어난 작품이 아리 애스터 감독의 <유전> 정도?

반면, 2.0~3.5 사이에 있는 공포영화들은, 모 아니면 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낮은 점수를 준 것’이거나, ‘소수의 매니아를 만족시켜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뉜 것’이거나. 그리고 후자의 경우, 만약 자신이 그 매니악한 감성에 속하는 관객이라면, 그것만큼 만족스러운 영화가 없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공포영화에서 평점이 낮다고 영화를 거르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별로라고 했던 영화가 저에게는 취향저격이었던 것처럼, 반대로 저한테 안 맞는 영화라고 해서, 모두에게 안 맞는 영화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위에서 말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낮은 점수를 준 영화’조차도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 사람 감상이 틀렸다고 할 순 없을 겁니다. 소설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에게 최고의 작품이면 그게 최고의 작품이죠.

당당하게 좋아하자고요 ㅎㅎ

그래서 말인데, 시라이시 코지 감독의 ‘노로이’와 ‘오컬트’ 좀 OTT에 안 들여와주나요

 

오늘도 즐거운 독서와 창작의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랜돌프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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