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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SF 단편 입니다. “감정을 구독하세요”

분류: 작품추천, 글쓴이: 빌리박, 3시간 전, 읽음: 23

1979년 에이리언의 웨이랜드-유타니 이후, SF에서 기업은 45년간 빌런이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의 타이렐, 로보캅의 OCP, 아바타의 RDA… 왜 SF 작가들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현실이 그러니까요.

가습기 살균제, 그리고 칼릭스

이 작품을 쓰면서 가장 많이 참고한 것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입니다.

부정. 연구 조작. 로펌 동원. 기억 상실. 시간 끌기. 배상 거부.

옥시가 보여준 대응 패턴입니다. 1,851명 이상이 사망했고, 최종 형량은 징역 6년이었습니다.

칼릭스가 보여주는 행동—협진 요청 무시, 의료진 매수 시도, 피해자 가족에게 비밀유지각서 조건부 합의 제안, 감정인 교체 신청으로 재판 지연—은 픽션이 아닙니다. 현실에서 이미 일어난 일들의 복사본입니다.

기업은 다른 빌런과 다릅니다. 얼굴이 없고, 죽지 않습니다. CEO가 바뀌어도 회사는 남습니다. 책임자가 구속되어도 시스템은 유지됩니다. 이윤 추구라는 단순한 동기 하나로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존재. 그래서 무섭습니다.

경고, 혹은 기록

SF 작가들이 45년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경고입니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이 경고로 읽히길 바라지 않습니다. 이미 늦었으니까요.

대신, 이것이 기록으로 읽히길 바랍니다.

피해자들이 8년을 싸우는 동안 절반이 포기하고, 412명이 죽는다는 것. 3만 2천 명이 동시에 죽음의 공포를 경험해도 기업은 “유감을 표합니다”로 끝낸다는 것. 태어나기도 전에 피해자가 된 아이가 여덟 살이 되도록 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것.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아니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10년을 싸워 마침내 특별법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들이 증명한 것은, 거대한 체계적 악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빌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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