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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福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글쓴이: 랜돌프23, 3시간 전, 댓글5, 읽음: 29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福福福福                     福福福福福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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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福                福福福福福福福福福福福

            福                 福               福              福

            福                福福福福福福福福福福福

 

한국은 새해에 주변 사람들에게 ‘복(福)’이라는 게 많기를 기원해주는 문화가 있습니다. 저는 매년 이 인사를 주변에 돌릴 때마다, ‘복을 받으라’고 하는 비교적 구체적인 묘사가 들어가있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내친 김에 프랑스와 일본의 새해 인사도 가져와봤습니다. 단, 국제공용어인 영어의 Happy New Year는 너무 유명해서 패스 ㅎㅎ

 

1. 프랑스어

프랑스어로는 새해에 Bonne année (보나네) 라는 인사를 합니다. 영어로 직역하면 Good year 정도가 됩니다만, 프랑스어를 조금 더 자세하게 분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해당 표현은 bon (봉)과 année (아네)가 합쳐진 말입니다. bon 은 영어의 good 정도에 해당하는 표현입니다. 익숙한 표현으로는 봉주르 (bonjour)의 ‘봉’이 이 bon 입니다. 여담으로 jour 는 프랑스어로 ‘날’ 혹은 ‘낮’을 의미하며, 영어는 good morning과 good afternoon으로 아침 인사와 낮 인사가 나뉘어있는 것과 다르게, 프랑스어로는 아침 인사와 낮 인사가 구별되는 것 없이 bonjour 만 씁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런데 표현에 쓰인 건 bon 이 아니라 bonne (본느) 로 모양이 좀 다릅니다 그 이유가 뭐냐면, 영어에서는 사라져버린 방식이라서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습니다만, 굉장히 많은 언어에서 명사에 ‘문법적 성’을 부여하고, 그걸 수식하는 형용사가 그에 따라 모양이 바뀝니다. 이 문법적 성이라는 게, 프랑스어로 치자면, ‘태양’은 남성명사, ‘달’은 여성명사, ‘책상’은 여성명사, ‘소설’은 남성명사… 이런 식으로 성을 부여해주는 겁니다. 이걸 생물학적 성과 구별하여 ‘문법적 성’이라고 부릅니다. 프랑스어에는 ‘여성’과 ‘남성’이 있고, 독일어와 러시아어와 라틴어에는 ‘여성’, ‘남성’에 더해 ‘중성’도 있습니다. 처음 접하시는 분께는 참 낯설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됩니다. 한중일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인데다가, 그나마 국제 공용어로서 배우고 있는 서양어인 영어는 그 개념을 안 쓰거든요 ㅋㅋㅋ (어쩌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거 외우는 거 너무 힘듭니다 ;;) Jour는 남성 명사입니다. 그래서 남성 단수 수식형인 bon을 써서 bonjour가 됩니다. 반면 année 는 여성 명사입니다. 그래서 여성 단수 수식형인 bonne 를 써서 bonne année 가 됩니다. 어휴, 뭐가 이렇게 복잡해, 싶으시겠지만, 이게 유럽어의 기본 구조입니다.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독일어… 다 그렇습니다 ㅋㅋㅋ 마지막으로, 영어로는 year 하나밖에 없지만, 프랑스어는 ‘단위로서 세는 해’를 가리키는 an (엉) 과, ‘기간으로서의 해’를 가리키는 année (아네) 가 구별되어 쓰입니다. 전자는 1년, 2년, 3년…을 말할 때 un an, deux ans, trois ans… 이런 식으로 주로 쓰이고, 후자는 올해, 내년, 작년, 1년 내내…를 말할 때 cette année, l’année suivante, l’année prochaine, toute l’année… 이런 식으로 주로 쓰입니다. 영어로는 year 하나뿐이었는데, 프랑스어는 나눠 쓰니 이게 또 참 헷갈려요, 그쵸? ㅋㅋㅋ 무튼, ‘좋은 한 해 보내세요’라는 뜻의 새해 인사에서는 시간의 단위라기보다는 1년 전체의 기간이 좋게 되길 바라는 것이니 année 를 써서 bonne année 를 씁니다.

 

2. 일본어

일본에서는 明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아케마시테 오메데토-고자이마스)라고 합니다. 근데 너무 길죠? 그래서 줄임말의 왕국인 일본에서는 あけおめ (아케오메, 종종 가타카나로 アケオメ) 라고도 표현합니다. 15글자가 4글자로 확 줄어드는 것이죠. 물론 공식적이고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선 저런 줄임말을 막 쓰면 안 되고요 ㅋㅋㅋ 생각해보니 우리도 ‘새복많’이라고 친구들끼리는 보내고 그러네요.

明ける (아케루)는 ‘날이 밝아오다’, ‘해가 밝아오다’ 라고 할 때 그 ‘밝다’에 해당하는 동사입니다. 한자를 다르게 쓰면 전혀 다른 뜻이 되니 조심해야 합니다. 開ける (아케루)는 ‘열다’라는 뜻이고 空ける (아케루)는 ‘비우다’라는 뜻이거든요. 일본어에는 이런 표현이 많습니다. 명사에만 한자로 인한 동음이의어가 있는 게 아니라, 동사도 발음은 같은데 한자를 달리하여 뜻이 구별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중엔 두 발음이 같은 동사가 일본 고유어로서도 사실은 어원이 다른 별개의 표현인 경우도 있고, 사실은 하나의 동사가 여러 뜻으로 파생된 걸 한자를 사용해서 마치 별개의 동사인 것처럼 다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밝다’, ‘열다’, ‘비우다’가 같은 어원일까요, 아니면 원래도 서로 다른 동사인 걸까요? 그것까진 현재 잘 모르겠습니다만, 무튼, 한자를 잘못 변환하면 뜻이 요상하게 전달될 수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ㅎㅎ

그래서 明けまして (아케마시테)는 ‘(새해가) 밝아와서’ 정도에 해당하는 공손하고 격식적인 표현입니다. 그냥 ‘밝아와서’를 일상적으로 일반적으로 쓸 땐 明けて (아케테)를 씁니다. 원래는 이 앞에 ‘아침이 밝아온 건지’, ‘새해가 밝아온 건지’ 명시를 해주긴 해야 하지만, 이게 통째로 신년 인사로 하도 쓰여서 그런지, 뭐가 밝아온 건지는 생략한 표현을 많이 씁니다. 그렇다고 절대 쓰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니고, 종종 앞에 新年 (신넨)을 붙인 표현도 볼 수 있습니다.

뒤의 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오메데토-고자이마스)는 현대에 흔히 ‘축하합니다’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일본어 교재에서 배우셨다면 흔히 생일 축하 인사로 배우셨을 것이고, 에반게리온을 보셨다면 그 유명한 마지막화의 おめでとう (오메데토- : 축하해. 앞선 표현의 반말 형태)로 기억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ㅋㅋㅋ 이 표현의 원래 형태는

お + めでたい + ございます

로 분해될 수 있습니다. 맨 앞과 맨 뒤는 공손하게 말하는 걸 가리키는 것이니, 여기선 넘어가고요, 가운데에 있는 めでたい (메데타이)라는 형용사는 ‘경사스럽다’ 정도의 의미입니다. 이때, 다소 예스러운 표현이라고 할까, 형용사 뒤에 ございます (고자이마스)를 붙여서 공손하게 표현할 때, 초중급 교재에서는 배우지 않는 독특한 활용이 사용됩니다. 아, 이걸 다 설명하려면 형용사의 기본 활용에, 음편(音便) 현상에, 그에 따른 일본어의 모음 발음 변화 같은 걸 다 짚어야 하는데, 여기서 그러긴 좀 그러니, 간단하게만 말씀드리면,

‘형용사 끝에 오는 い (이)를 う (우)로 바꾼다’ >> ‘う (우) 앞에 오는 글자의 모음이 ‘아’일 경우엔 ‘오’로 바꾼다’

이걸 따릅니다. う (우) 앞에 오는 글자의 모음이 ‘아’가 아닌 다른 것인 경우엔 또 다른 활용을 하는데, 그건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めでたい (메데타이) ⇒ めでたう (메데타우) ⇒ めでとう (메데토-) + ございます (고자이마스)

가 됩니다. 이게 현대에는 보통은 굳어진 인삿말이나 표현에서 많이 볼 수 있긴 한데, 저번에 고독한 미식가 시즌9에서 쿠스미 작가님이 라멘을 드시면서 うまい (우마이: 맛있다)를 うもうござる (우모-고자루)로 실제로 활용해서 사용하시는 걸 들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여기서 눈치가 빠른 꼬맹이 분이시라면 일본의 감사 인사인 ‘아리가토-고자이마스’도 같은 원리가 아닐까 궁금하실텐데, 맞습니다 ㅎㅎ 그 표현의 원형 형용사는 ありがたい (아리가타이)입니다.

무튼, 그래서 일본의 새해 인사를 모두 합치면 ‘(새해가) 밝아와서 경사스럽습니다’ 정도로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새해가 밝아와서 뭐가 경사스럽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뭘 축하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일본 인터넷에서 조금 찾아보니 조~금 얘기가 복잡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토시가미사마(歳神様: 일본의 신 중 하나)도 언급되는 것 같고… 원래 인삿말이라는 게 어느 나라든 일일이 유래를 다 공부하고 의식해서 쓰는 게 아니라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포장지처럼 쓰는 경향이 있는 터라, 정확한 유래와 본래 의도는 다소 복잡한 역사적 발자취를 살펴봐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어의 goodbye가 사실 good (좋은) + bye (안녕)이 아니라 God 과 관련된 역사적 유래가 있다는 것처럼 말이죠. 저도 그냥 새해 인사라고 하니 그렇구나 하고 사용하고 언어적 구성만 분석해봤지, 그 본래 의도를 지금껏 자세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네요, 허허… 이건 좀 더 자세히 조사해봐야겠습니다 ㅎㅎ 어원이라는 게 인터넷에서 민간어원설이랑 근거 없는 추론이 많이 뒤섞여 나오는 터라, 조심해서 살펴봐야할 것 같습니다.

 

무튼, 2025년 한 해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2026년은 모두에게 좋은 한 해 (bonne année), 경사스러운 (めでたい) 일이 가득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다른 분들께서 알고 계시는 다른 나라 새해 인사가 있다면 답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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