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글(죄송합니다)
13년째 벨소설을 쓰고 있는 글쟁이입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취미 아니게 된 지는 한참 지났고,
그렇다고 지금 딱히 연재하는 것도 없습니다.
슬럼프만 2년째입니다.
쓰던 글이 있었는데, 3부작으로 계획했었고 1부는 완성했습니다.
2부 들어가면서 막혔는데
2부막힘병이 도진 게 처음이 아닙니다. 제가 도전했던 장편들은 전부 3부작 계획해서 1부 완성하고, 2부에서 때려치더군요.
줄거리는 짜놨는데
‘내가 만든 세계관에 대한 공포+줄거리를 글자로 옮기는 것에 대한 공포+등장인물이 많아 머리복잡+풀어놓은 떡밥이 많아 머리복잡’
1년간은 숨 좀 돌리겠다고 단편 깔짝깔짝 쓰고, 그때는 그나마 글이 써졌습니다.
그런데 올해 제가 하고있는 짓거리는 글은 안 쓰고 설정노트만 무한정 늘리기+어제 쓴거 오늘 갈아엎고 오늘 쓴거 내일 갈아엎고…. 의 무한반복. 진도 전혀 못나갑니다.
저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손글씨로 쓰는 타입이고, 지금까지 나름 진지하게 해왔습니다. 하루 최소 3시간 이상은 쓰는 데 투자했는데
제자리걸음하면서 매일 3시간 이상씩 죽치고 있으니까 사람이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작가도 겁나서 쓰지 못하는 뭣같은 글이라니 당장 때려쳐야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만
책을 냈습니다. 거의 팔리진 않았지만 읽은 분이 계시고, 기다리고 있는 분이 계십니다. 이걸 때려치면 글쓸 자격도 없는 쓰레기가 되는 것 같아 붙잡고 있는데
(사실 저 자신이 이글만은 놓기 싫었는데)
요즘은 때려칠까 생각이 살짝 듭니다.
하도 한 글감 갖고 골머리를 앓다보니 이제 내안에 남은 이야깃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글쓰는 일 자체를 때려쳐야겠는데
안 쓰고 사는 삶을 생각해보니까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비록 쓰레기들만 양산했었지만 13년간 나름 진지하게 했었고, 다른 일들은 다 차우선으로 두고 살았었습니다.
주위에 벨 즐기는 친구도 없어서 제가 글쓴다는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았었고
인간관계가 딱히 안좋은 편은 아니었는데요. 글 얘기는 빼고 다른 화젯거리로 소통하다보니까 표면적인 인간관계를 쌓는다는 느낌은 항상 있었습니다.
전에는 다른 취미들도 있었고 나름 사회생활(?)을 했지만
슬럼프에 빠져 점점 사람 안 만나게 되고
지금은 완전 히키코모리 상태입니다.
그래서 고민 털어놓은 곳도 없는 한심한 상태고
어제 가입하고 오늘 이런 글 올려서 죄송합니다.
이제 뭘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고
제가 갈곳은 병원 아니면 자살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꾼이 쓸 이야기가 없으면 무대를 떠나야지 이런 생각만 내내 들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