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어로서의 리뷰 쓰다 느낀 점
맥주 따라놓고 두서없이 적어봅니다.
전 3기 리뷰단을 신청,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오로지 또 당연히 제 개인적 경험과 생각만을 서술한다는 점을 우선 밝힙니다.
만약 아마추어 소설가의 글 리뷰인 걸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 신청하지 않았을 거예요. 무시한다거나 안 좋은 의미로서가 아니라, 알고 나자 리뷰를 쓸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아주 많았다는 뜻입니다. 작가 입장에서 리뷰어한테 바라는 부분도 제가 느끼기에 결이 조금은 다른 것 같고요. 이 얘길 서두에 꺼낸 이유는, 아마 앞으로 들어오는 새 리뷰단에도 저같은 분이 계시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정말 모를 수 있어요. 프로 아마츄어 이런 구분이 아예 없는, 백지 상태의 분도 계실겁니다. 정말 몰랐어요. 몰랐으니 이해해달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저 작가나 리뷰어나 서로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단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공식 리뷰단의 리뷰어가 되면 한달에 4편의 리뷰를 올려야 합니다. 저는 우선은 이 4편을 빨리 끝내고 싶었어요. 숙제 느낌이랄까. 우선 빨리 하고 5편째부터 여유롭게 쓰자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장편을 우선 제끼고, 단편 리뷰를 쓰기로 했습니다. 리뷰어가 되면 유료분도 볼 수 있는 골드를 받기에, 공모 리뷰는 쓰지 않겠다고 정했고요. 이미 받은 게 있는데 공모 리뷰를 쓴다는 건 욕심으로 보일까봐 였습니다. 그래서 단편을 정해서 몇 편 읽어보니 문제가 튀어나왔어요. 저는 장편을 좋아하고 뭣보다 단편을 구석구석 분석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한테도 재미가 없고 작가한테도 별 도움이 안된단 쪽이예요. 그럼 느낀 점만 있는 그대로 쓰면 되지 않느냐. 리뷰어는 200자 원고지 최소 2,3매 이상을 써야하는데 분량이 너무 짧으면 남 눈엔 제가 참 성의없이 쓰면서 지원하고 골드 받아가네 보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 것입니다. 내가 긴 글을 못 쓰는 것도 아니고! 그런 오해는 사면 억울하다! (오해한 사람이 없는데) 글케 미리 생각했고 -_-;; 나름 생각난 첫번째 해결책이 한 작가의 여러 단편을 묶어서 리뷰하자 였습니다.
이 방법을 저는 일종의 작가론이라 해석하에 선택했고요. 이런 방식인거죠. 제목이 셰익스피어 연구라면 부제로 햄릿을 중심으로. 저는 부제를 부각시킨거고요. 왜냐면 이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면 왜 하필 그 작품을 선택했냐에 대한 근거가 확실히 들어가야 하기에 부분적으로만 가져온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부분적이라도 어디서 인용문을 끌어올지 등을 결정해야 하기에 첫번째 리뷰 때는 휴재와 호러 빼고 해당 작가의 글을 다 읽었습니다. 여기에 2~3일 정도가 걸렸고 그럼 무슨 작품을 중점적으로 쓸 것인가를 선택하는데 하루가 걸립니다. 그 다음으론 컴을 켜고 에버노트 창을 띄워 선택한 단편에서 맘에 드는 구절을 전부 타이핑합니다. 몇 장이 나오지요. 그걸 한 10번 정도 읽어보면 공통점과 흐름이 보여서 리뷰의 골격을 짭니다. 여기에 5시간 정도가 걸리고 게시판에 올릴 글을 쓰는데 1~2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첫번째 리뷰 때가 제일 오래 걸렸고(사실 스스로는 그 글을 제일 잘 썼다고 생각해요. 하고자 하는 게 확실히 들어갔으니까) 이후는 선택하는데 시간이 좀 단축됐고요.
하다보니 자체 기준이 점점 늘어나더만요. 공모 리뷰는 쓰지 않는다, 한 번 쓴 작가의 글 리뷰는 쓰지 않는다, 골드는 무상으로 받는 거니 익명으로 후원하던가 해야지 내가 쓰면 안 될 것 같다 등등….그러다 저는 어제 빵 터져버렸습니다 -_-;; 제가 임의로 정한 제 기준에 짜부러들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친구는 리뷰어를 그만 두라고 말했지만 이건 미뤄두고요.
어쨌든 저는 이 글을 왜 쓰고 있을까요. 뭐 맥주 기운을 빌리긴 했으나 아직 두잔째이니 취한 건 아니고.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힘들겠다나 나는 막 쓰는데 흑흑 등을 바란 게 아닙니다. 솔직히 바라지 않는다보다는 좋아하지 않는 쪽에 가까울 겁니다
어쨌든으로 돌아가, 저는 저같은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해 이 글을 씁니다. 리뷰를 왜 쓰는가. 리뷰라는 형태의 글을 쓰기 좋아해서 씁니다. 즐거워서 쓰는 거예요, 과정이 버거울 때가 있어도요. 1차 창작물을 해석하고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의문을 가졌던 부분에 해답을 찾거나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한다, 내가 납득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의 즐거움을 알기에 씁니다. 저에게 이 과정은 하나의 추리이고 좀더 작품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는 즐거움입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의도는 거의 고려하지 않습니다. 텍스트로 표현된 걸 해석하지, 작가의 ‘의도’를 해석하지 않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맞추려고 리뷰를 쓰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이 과정을 기꺼워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이 게시판에 이 글을 쓰고 있고 있습니다.
덧1. 자게에 글을 쓴다면 로맨스 태그에 대한 감상을 쓰려고 했었는데 말입니다.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네요.
덧2. 리뷰어 하고 나서 예상못한 장점은, 뭘로 리뷰쓸까 싶어 하도 읽었더니 많은 소설을 읽게 된 점입니다. 이 부분은 아주 큰 장점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