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게북클럽]저는 마네킹이에요
안녕하세요.
저는 마네킹이에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점에서 유통되고 있던
극히 평범한 소설책들 중 한권이고요.
사실…..
제 몸에 작성된 내용은
공포가 아니에요.
실제로도 작가님이 등록해두신
정식 분류는 로맨스판타지였고요.
빅토리아 시대 배경의,
몇가지 패턴을 지닌 옷을 만드는
재능이 있는 자동인형이자
그 옷을 실제로 시착해볼 수도 있는
마네킹이 주인공이거든요.
그 마네킹이 만든 옷들 덕에
만성 질병에서 벗어난 여왕님을 본
황제의 명으로,
마네킹이 황실 전속 디자이너가 된다는
줄거리를 지니고 있고요.
문제는 제가 지니고 있는
묘한 특성 때문에
공포소설로 분류되었다 들었어요.
P라는 필명을 지닌 작가님께서
지어 주신 제 정식 책 제목은
따로 있는 거 같은데요.
절 소유하신 분들께서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지금처럼 1인칭으로
얘기하시게 되거든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글로 전달하려고 할 때도
말로 전달할 때와
똑같은 반응이 나온다나?
아직까지는
이걸 막을 방법이 없다고 들어서요.
그래서 저도 제 제대로 된 이름이
무엇인지까지는 아직 모르고 있어요.
더 웃긴 건,
절 한번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보신 분들은
주인공인 ‘마네킹’이
되려고 한다는 사실이에요.
인간인데 말이에요. 하하!
그런 증상이 가장 심했던 분은……
작가님의 삼촌과,
그분의 부인이셨다 해요.
삼촌이란 분은
자신의 몸을 여성복에 맞춰야 한다고
물을 포함한 그 어떤 음식도
드시지 않다 돌아가셨다 하고요.
‘옷을 만들 때는
원단부터 만들어야 한다’면서
밀폐된 방에서 무언갈 하시던
삼촌의 부인 되시는 분은
의식을 잃은 상태로
어딘가로 실려가셨다 해요.
그래서 저는 지금 어디 있냐고요?
저는 한 국가기관의
보존서가라는 곳에 밀폐되어 있어요.
아주 가끔 제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하러 오시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그 분들도 보관 상태만 보고 가지
저를 펼쳐보지는 않으시더라고요.
그게 참 아쉬워요.
저를 조금이라도 들여다 봐 주실
분들의 후기를 기다리며,
보고는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