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게북클럽]아직 출간되지 않은 공포소설 후기입니다.
이것은 아직 출간되지 않은 공포소설 후기입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압서 한가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음성인식으로 쓰였으므로 발음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부분에서는 일부 오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구두점 오류도 있을 겁니다. 평소라면 직업상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만 현재 처한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부득이함을 이해해주세요.
이곳은 장르소설 커뮤니티니 여러분도 공포의 제왕으로 불리는 중국계 미국인 작가 왕쉬펑 씨를 잘 알고 계시겠지요. 그리고 그분이 불이으 교통사고로 오랜 혼수상태 끝에 최근 사망했다는 사실도요.
압서도 얼핏 언급했지만 제 직업은 장르소설 출판사 편집자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출판사는 바로 그 왕 선생님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해 독점 출판해왔던 곳입니다.
왕 선생님의 사고 소식이 들린지 몇 년 후이자 아직 사망 뉴스는 뜨지 아나슬 무렵입니다. 편집장님이 긴급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해외 파트 중에서도 호러 장르를 전문하는 몇 안 되는 편집자들이 비밀리에 호출되었습니다. 저 역시 그 중 하나였고요.
편집장은 왕 선생님의 에이전트로부터 코마 상태에 있던 왕 선생님이 뇌사 단계로 들어가셨으며 곧 유족이 생명 유지장치를 떼고 사망을 발표될 거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저는 이 회의의 목적이 당연히 기존 왕 선생님의 작품을 증새하기 위한 것일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비정하지만 유명 작가의 사망이 작품의 판매부수를 늘려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하지만 편집장님은 왕 선생님의 신작 계약문제를 꺼냈습니다. 수년간 코마 상태에 있었던 작가의 신작이라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사고 전에 집필하고 있던 미완성작을 발견한 것인가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정말로 신작이었던 것입니다. 코마에 빠진 왕 선생님의 무의식과 현대 과학 기술이 혀법해서 만들어낸.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코마 상태인 왕 선생님의 무의식을 뇌파로 읽어낸 후 이를 에이아이에 학습시키고 평소 왕 선생님의 작품 스타일로 재구성하게 하는 것입니다. 편집장님도 저도 문과 사람인지라 상세한 기술적인 내용은 잘 알지 못하지만 대락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게 왕 선생님 본인이 사고 전부터 구상하던 시럼인지 아니면 유족의 뜻인지 그것도 아니면 아직 작품 계약이 남아있는 에이전트가 과욕을 부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편집장은 왕 선생님의 에이전트가 한미 동시출간을 제안했지만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우리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저는 편집장이 망설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왕 선생님의 유작이라면 베스트셀러 중에서도 베스트 셀러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그런 독특한 시럼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니 더욱 화제를 끌겠지요. 직업상 작품이 궁금하기도 했기에 저는 열렬히 찬성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반면 왕 선생님의 작품을 오래 담당해왔으며 그분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선배는 완강히 반대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처음에는 그 기술이라는 것을 불신해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실 허황함으로 따지자면 에이전트의 사기극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까요. 글의 퀄리티도 보장할 수 없고요. 그 분의 이름으로 심지어 유작으로 위작이나 졸작을 내는 사태는 용납할 수 없을 태지요. 하지만 선배는 전혀 다른 논거를 꺼내더군요.
왕 선생님의 작품은 그분의 이성에 의해 통재되고 정재되어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의식을 온전히 쏟아내어 만든 작품이라니 그런 끔찍한 심연을 세상에 내놓아서는 안된다는 요지였습니다. 정말이지 왕 선생님의 열렬한 팬다웠습니다.
그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회의는 대체로 찬성 쪽으로 흘러갔지만 선배의 완강한 반대 때문에 바로 계약하기로 결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번역가에게 검토를 맡겨서 대강의 내용과 평을 들어본 후 최종계약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간 왕 선생님의 작품 번역을 담당했던 번역가에게 그 작업을 맞기기로 했습니다.
신작 원고를 받아보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보안 문제가 있어 신증을 기하기도 했고 왕 선생님 에이전트의 신변에 무언가 일이 있었다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원고를 받아 번역가에게 전했는데 거기서 또 일이 꼬였습니다. 번역가는 원고를 받는 순간부터 어딘지 겁에 질려 있었고 첫 장을 익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그 자리에서 못하겠노라 거절했습니다. 자신은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이런 악마적인 작품은 번역할 수 없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온갖 호러 장르를 번역하면서 한번도 댄 적이 없는 핑계라 저는 그분이 크리스찬인지도 몰랐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저는 완전히 몸이 달았습니다. 검토서를 받는 데서부터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그 사이 다른 출판사에서 작품을 체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쨌거나 그 왕 선생님의 유작이니까요. 곧 사망 뉴스가 뜨게 되면 그때는 늦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편집장에게 제안했지요. 검토 정도는 내가 하겠다. 번역자는 계약 후에 구하면 댄다.
저는 영문학 전공자이고 왕 선생님의 작품은 어렵지 아는 언어로 이해하기 쉽게 쓰였습니다. 그러니 매끄러운 번역은 시일이 걸리고 어려울 지라도 대강의 내용을 이해하고 요약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했습니다.
편집장은 허락해주었고 저는 아직 세상에 공개된 적이 없는 왕 선생님의 신작을 드디어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The dark dark story’. ‘어둡고 어두운 이야기’를.
아아 저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하룻밤을 꼬박 새워 왕 선생님의 신작을 전부 읽었습니다. 그것은 의심할 바 없이 왕 선생님의 작품 중 최고의 걸작이었습니다. 아니 이제까지 나온 모든 소설 중에서 가장 끔찍한 공포소설이라고 감히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읽는 내내 제 뇌와 영혼은 끊임없이 비명을 질러대었으나 마치 눈이 텍스트에 못 박힌 듯 멈출 수가 업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저는 이제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업음을 직감했습니다. 저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영원히 이 무한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요.
저는 소설을 완독한 후 편집장에게 저나를 걸어 보고했습니다. 이 소설은 절대로 출간되어서는 안된다고요.
제가 가지고 있던 원고는 태워버리고 남은 재는 변기에 흘려보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이 책을 읽을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원고를 처리한 후 저는 집의 모든 출입구와 창을 테이프로 봉하고 가구를 밀어 막아두었습니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이어 플러그와 헤드폰으로 귀를 막고 몇 겹으로 옷을 껴입고 두꺼운 장갑을 껴 모든 감각을 채대한 차단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책 속에 묘사된 끔찍한 장면들이 환영처럼 눈앞에 나타납니다. 악마의 속삭임과 고통스러운 비명이 귓가에 쟁쟁하게 울립니다. 온갖 소름끼치는 것들이 피부 위를 기어가는 것을 느낌니다.
어떻게 해도 도저히 이 감각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제 손으로 더 이상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게 눈과 귀와 피부를 회손한 후에도요.
그래서 이 글은 음성인식으로 쓰였습니다. 오기가 있는 점 양해바람니다.
영원히 출간되지 않을 소설 그러니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소설에 대해 제가 여기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소설을 본 것을 후해하는 한편 자랑스럽기 때문이겠죠.
저는 세상 최고의 공포소설을 오직 나 홀로 읽었습니다.
아아 그 소설을 읽지 못한 여러분은 얼마나 행운아인지.
부디 가여운 제 영혼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아마도 들어줄 신은 엄겠지만.
할 일이 있어 이만 글을 맷겠습니다.
아무래도 이 감각은 제 뇌를 으깨놓아야 그칠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