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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순우리말] 어느 모던보이의 이혼요구장

분류: 내글홍보, 글쓴이: 한켠, 11시간전, 댓글1, 읽음: 29

우리말을 쓰지 않는 소설이라 처음에는 ‘판교문학'(“제임스 님, 컨펌해 주세요.”식으로 외래어로 말하는 오피스물)을 구상했다가 ‘팀장님’ 같은 호칭을 피해갈 수 없어서 (아무리 판교라도 팀장한테 “헤이 제임스”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말을 안 쓰는 시대를 찾아 보니…영어, 일어, 일어 같은 영어를 섞어쓰는 인텔리들이 있는 일제 강점기면 가능할지도…?

모던보이 하남자 오브 하남자가 고향에서 조혼한 마누라가 뼈빠지게 벌어서 부쳐주는 돈으로 경성유학하더니 어디서 헛바람이 들었는지 모던보이가 아니라 못된보이가 되어 ‘조혼은 구습이야!’하며 당당하게(?)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합니다. 그것도 글 모르는 아내한테 뻐기듯 한자와 외래어 범벅한 편지를 보내면서요. 과연 이 하남자의 이혼은 가능할까요?

‘숨은 근대문학 찾기’도 해 보세요. 일단 ‘총독부에 취직했다가 퇴사하고 기생이랑 동거하면서 미쓰꼬시 백화점 옥상에 가는 형’은 작가 이상 입니다. ‘카페 프린스’도 정지용 시인의 시에 나오고요. 그 외에도 구석구석 도토리 숨기는 다람쥐 마냥 숨겨 놓았답니다.

+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쓰긴 쓸 건데요.

외래어와 한자를 유창하게 구사하던 이 하남자, 아니 모던보이는 세월이 지난 후 조선어학회 회원이 되어 ‘조선어학회 사건’에 휘말려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됩니다. 그리고 문득 ‘어 내가 조선어 학자인데 내 마누라는 까막눈이라고?’ 하며 자각하고 옥중에서 아내에게 한글을 가르치려고 ‘ㄱ’으로 시작하는 낱말로 가득한 편지를 써서 보냅니다. 그 다음 편지는 ‘ㄴ’로 시작하는 낱말들…마지막 ‘ㅎ’는 아내의 답장입니다. ‘하하하’로 시작해서 ‘흑흑흑’으로 끝나는.

한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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