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괴담 게시판에 올리는 소소한 덕톡
… 이라고 해봤자 덕질의 소중함을 최근에야 깨달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글만 쓰다가 알바만 하다가 최저도 안 주는 알바 대충 때려치고 (…) 멍하니 다음 알바 언제 구하지… 하면서 생각하고 있다가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 저랑 비슷한 오타쿠임)을 만났는데, 덕질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되게 표정이 밝더라구요.
그래서 깨달았죠. 아, 나 최근에 덕질한 게 거의 없구나? 그래서 우울했구나?
라곤 해도 사실 되짚어보면 덕질한 게 아예 없지는 않았고, ‘덕질을 한다’는 의식이 없어서 그렇지 덕질하는 도중에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kUWlcjmOew
음악 쪽은 최근에 꽂힌 대만 밴드, ‘Collage’입니다.
이번에 게임 <Nine Sols>의 OST 한 곡을 담당하면서 주목받았는데, 꽤 특이한 밴드입니다.
대만어 뿐만 아니라 일본어로도 노래를 하는데, 그냥 말로만 ‘대만의 신화를 모티브로 한 가사를 쓴다.’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지금 올린 곡이 뭔지 궁금해서 검색을 했는데,
검색해보고 ‘대만의 역사적 사건인 백색 테러를 모티브로 한 곡이다’라는 말을 듣고 매운 맛에 아득해졌달까요.
보컬 분이신 Natsuko라는 분도 우타이테 출신이긴 한데, ‘할아버지가 일제 시대 분이셔서 어릴 때 일본어를 배웠고, 한 곡은 아예 그걸 주제로 한 곡이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사실 <Nine Sols>도 다루는 내용이 아득할 정도로 매운 맛이고, 기존에 <반교> <환원> 등의 매운 맛 호러 게임을 내서 화제가 되었단 점을 생각하면,
대체 대만에는 뭐가 있는 걸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nh5HRWKDLqE
대만 노래로 매운맛을 보았으니 이번엔 밝은 걸 가져왔습니다. 일본 소년 만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미 아실 거라 생각하지만, 내년 1월 애니화되는 <사카모토 데이즈>를 보고 있습니다. (링크는 영화화는 아니고, 현지 18권 홍보 PV입니다.)
<존 윅>을 좋아했는데, 그런 킬러들의 세계를 소년만화 문법으로 잘 녹여낸 것 같아서 되게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킬러들이 나오는 여러 작품들이 생각나기도 하구요.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꾼> 시리즈나, 이사카 고타로의 <킬러> 시리즈 같은?
약간 이 작품과 후술할 다른 작품을 보고, <청춘 환상 검무곡> 다음에는 한번 킬러 액션이나 써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나 이런거 되게 좋아했는데! 하면서요.
전반적으로 B급 액션 영화, 하드보일드 탐정 기타 등등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서, 이 작품과 같은 계보도 안에 있는 어울리는 영화를 같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킬러들의 세계를 다루는 한편, ‘그래도 일상도 소중히 여기는’ 에피소드를 간간히 집어넣어 완급조절을 맞추는 점이 엄청 인상깊었습니다.
이 작품은 <유치원 WARS>라는 만화인데, 진짜 제목은 이상한데 진짜 이상한 내용 아니구요,
전직 킬러들이 감형과 석방을 전제로 국회의원 등등 유명인들의 자제분들이 다니는 유치원의 교사를 하면서 유치원 아이들을 노리는 다른 킬러들을 차례차례 격퇴하는……
…… 설명하니까 더 이상하네. 그냥 이상한 내용 만화입니다. 죄송합니다.
완전 서사나 설정이 치밀한 A급 만화는 아니지만, ‘바보같은 액션 바보같은 캐릭터 바보같은 개그로 일단 대놓고 어필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정직하게 보여서,
마찬가지로 바보같은 글 좋아하고 바보같은 글 쓰는 저에게 엄청 어필이 된 작품입니다.
위의 <사카모토 데이즈>랑 같이 보면서, 마찬가지로 ‘음 차기작은 킬러물 하면 재밌겠는데?’ 하는 생각을 준 만화.
역시 창작물은 좀 바보같은 면이 있어야 재밌다.
그 외에도 어차피 제대로 된 새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까진 시간이 걸리는 거, 이것저것 재밌는 걸 많이 보자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크툴루나 호러 같은 걸 좀 볼까 생각도 들고… 물론 소설도 쓰고요.
여러모로 이번 작품을 시도하면서 바보가 된 느낌이긴 합니다.
딱히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바보가 되어서 머리가 안 굴러가요. 계획이 안 되고 정리가 안 되고… 근데 기분은 좋은.
언제 똑똑하고 차가운 캐릭터를 짜보고 싶긴 한데 정작 캐릭터를 만들어놓으면 중요한 부분에서 애들 나사가 한 군데씩 풀려서, 바보가 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귀엽고 순진하고 착하면 된 게 아닐까요.
뭐 어쨌든 힘든 시기에는 덕질이 최고입니다. 만만세. 여러분은 요즘 뭐 덕질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