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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를 읽었습니다.

분류: 책, 글쓴이: 제오, 8월 15일, 댓글6, 읽음: 59

아니, 진짜로.

패러디물이나 그런 거 말고, 생텍쥐페리의 그 어린 왕자요. (그건 그렇고, 작가 성이 ‘세인트-엑쥐페리’더군요. 일종의 조합어인 걸 처음 알았네요.)

처음 전문을 읽었습니다. 제 기억에는요. 어릴 때 어린이 잡지에서 요약본을 읽은 기억은 있지만.

교보문고에서 온라인으로 프라모델 관련 서적을 사려는데, 돈을 조금만 더 쓰면 배송비가 무료라고 해서 적당한 물건을 추가로 고르다가 찾은 게 어린 왕자 책이었습니다. 1년 전에 나온 책으로, 값은 3천3백원! 스타벅스 베이글(3천5백원)보다 싸요! 무게는 비슷할지 모르지만…

이 책입니다.

내용은… (주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정말로요.)

뭐랄까, 어린이용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이의 시선에서 ‘어른들은 틀려먹었어!’ 하는 식의 이야기를 이제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어른이어서 그럴지도), 뭐 괜찮았습니다. 왕자가 별들을 돌아다니는 부분은 뭔가 은하철도 999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어린 왕자가 먼저였을 테니 은하철도 999가 여기서 힌트를 얻었을지도.

첫머리의 보아뱀 이야기는 ‘이심전심’이라는, 이 세상에서 기대하면 안 되는 걸 기대하는 이야기 같아서 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요, 그 다음에 그림을 설명해 주었는데도 삭막하게 반응하는 어른들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자는 어른 운이 없었던 것 같군요.

가요에도 등장하는 장미는… 음, 올드한 느낌의 여성상이더군요. 하지만 끝까지 읽으니 어쩔 수 없이 애틋해지는 게, 역시 나도 옛날 사람일 수 밖에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어린 왕자에 나오는 캐릭터 중에 가장 유명한 여우는 과연 유명할 만 하더군요. 그런 도사 같은 말을 하다니. 여기저기서 들어서 알고 있는 말이기는 했지만, 전체를 다 읽으니 더 좋더군요. 사냥꾼과 닭 관련한 개그도 좋았습니다.

마지막 뱀 부분은… 작가가 꼭 그렇게 했어야만 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들이 어린 왕자 보러 가겠다고 뱀에게 일부러 물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하는 생각도 들고 – 너무 어른 같은 생각일지도. 이런 식의 생각 때문에 수많은 만화책들이 불탔겠지요 – , 불필요하게 감상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슬픈 장면 없이 그냥 훌쩍 날아가도 될텐데 말이죠.

그랬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집 책장에서 다른 어린 왕자 책을 발견했어요!

이거.

2011년에 나온 책인데, 영어 문장 아래에 한국어 문장을 써 놓은 구성이고, 시험문제도 있더군요! 어린 왕자 책으로 영어 공부를 시키려고 하다니! 역시 어른들이란!

값은 부록 CD 포함해서 9천8백원.

그리고 또 며칠 뒤,

상자를 정리하다가 어린 왕자 책이 또 하나 나왔어요!

이거.

1989년 책이더군요. (당시) 현직 교사 78명의 추천을 받아 선정한 청소년 교양 도서라고 합니다. 책 뒷면에 그렇게 써 있어요. 값은 2000원. (작년에 나온 책, 정말 싸군요! 34년 뒤에 나온 건데.)

세 어린 왕자를 모아 보았습니다.

가운데가 제일 두툼하네요. 역시 공부하는 책이라… 작년에 나온 책은 삽화가 컬러라 좋았습니다. 삽화는 세 책이 다 다른데, 그냥 느낌으로는 작년에 나온 책 쪽이 오리지널 같았습니다. 그냥 느낌. 아닐지도.

2011년 책과 1989년 책은 둘 다 시리즈 첫 번째 책이네요. 어떻게든 반드시 출루하는 믿음직한 1번 타자, 그런 느낌이었을까요, 어린 왕자는. 작년에 나온 책은 시리즈 아홉 번째 책이군요.

그랬습니다.

그럼 이만!

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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