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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g라는 공통장에 대한 생각과 바라는 점

분류: 수다, 글쓴이: 너드덕, 3월 4일, 댓글5, 읽음: 173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브릿g란 무엇인가. 고민해보면 황금가지가 운영하는 곳이므로 출판문학과 가장 가깝게 관련된 곳이죠. 그렇다고 웹매체하고 멀기만 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멀기만 했다면 애초에 웹사이트로 운영할 때 신규 이용자가 들어오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피어클리벤의 금화>라는 브릿g의 대표작품이 카카페에서만 조회수가 거의 60만에 달하는데 단순히 ‘출판문학’에만 친숙한 소설만 올라온다고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럼에도 근래 우후죽순 늘어난 각종 출판사의 장르 문학 출판사들이 브릿g가 지향하고 있는 색채와 유사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웹진 거울의 많은 필진들이 출판문학계에서 한획을 긋는  와중, 해당 웹진 필진분들이 브릿g에서도 자주 소설을 올리신 흔적이 보인다든가, 브릿g 초창기에 김보영 작가님이나 정보라 작가님 등이 소설을 자주 올렸다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생각해보니 이분들이 거울 소속이시네요.) 뭐 그뿐입니까, 현재 책으로 활동하는 많은 작가들분이 브릿g에서 단편을 올리거나 연재한 경력을 지니고 있습니다.(대표적으로 천선란 작가님)

이런 비슷한 지향적 가치들을 가진 공통장이 브릿g 뿐만 아니라 우후죽순 나타난 적도 있습니다. 아작에서 발행하는 ‘어션 테일즈(sf 한정이었지만…)’ 도 있었고, 다산출판사에서의 ‘에픽’ 같은 곳도 그랬죠. 그런데 이런 공통장들이 내부 사정으로 인해 사라졌거나, 작가가 수급되고나면 사라지거나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교보문고에서 마이너한 장르의 소설들을 띄우겠다는 목적으로 출범한 창작의 날씨 같은 플랫폼도 있지만, 브릿g만큼 공통장으로서의 모습은 부족해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장르문학 공통장 만들기를 하다가 스러져 가는 곳들이 많은데요. 솔직히 요즘 느낀 바에 따르면 그와 같은 유의미한 시도가 계속되면 좋을련만, 지금의 출판사들은 각자도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에 ip확충만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고요. 신인의 좋은 작품을 발표시키는 출판사도 있지만, 책은 출간된 뒤 주목받지도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여기저기서 공모전은 많아지는데 솔직히 그 공모전이 많아진 수만큼 독자가 많아지는 것도 아니고요. 2010년대 후반, 이제 막 sf가 뜬다 뭐다 할때 독자들이 집중된 숫자는 그대로 멈춰 있는데 출판사들은 양적으로만 그 수가 경쟁적으로 늘어났을 뿐, 교집합된 독자들을 어떻게 모이게 만들지는 고민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종이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줄어가는데 매체의 고민이 별로 없거나, 아니면 회사 내부 역량상 부족하다거나 할겁니다. (일단 모여야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취향을 공유하는 장소가 생기는데요.)

제가 느끼기에, 브릿g은 ‘우리’에게 건재하게 남은 꽤나 커다란 공통장이라는 겁니다.

결국 여기도 황금가지라는 출판사에서 수익내려고 운영하는 곳 아니냐?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뭐, 당연히 회사가 운영하는 곳이니 사익이 추구되는 면이 있겠죠. 근데 브릿g는 비교적 가치지향적이고, 그 가치를 추구하는 한에서 공익적인 곳입니다. 타 플랫폼에서 잘 나가지도 않는 마이너 장르군들을 이렇게 뚝심있게 발굴하는 것부터 그렇죠. 게다가 매번 올라오는 누군지 모를 작품을 평해주고 저마다 스타일의 단편을 일주일마다 초이스해서 메인에 올려주는 정성을 다하는 플랫폼이 또 어디있겠습니까.(이것만 봐도 다양성을 추구하게끔 유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공모전도 열고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부활시킨 것만 해도 무언의 뚜렷한 문화적 가치를 지향하는 공익적 목표에 가깝고요.

그래서 이러한 공통장으로서 브릿g에서 앞으로 가능했으면 하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비평이 활성화되는 장을 보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 문학 동향, 비평가의 대담, 작법 관련 글, 혹은 장르 문학의 문화와 관련된 간단한 에세이, 브릿g 내외부의 작품 등등에 대한 비평가분들의 비평이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작품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비평적인 글들이 활성화되면 더더욱 좋겠고요. 적어도 그게 불가능하다면 비평가분들의 꾸준한 연재글 혹은 청탁된 글을 보고 싶기도 합니다.

다양한 기성작가님들의 복귀, 혹은 기성 작가의 신작을 기획했으면 좋겠기도 합니다. 브릿g에서 가장 아쉬웠던 게, 기존에 계시던 작가님들이 출판계약만 하면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이건 어쩔수 없는 부분입니다. 작가분들이 당연히 돈 주는 글쓰기를 하려고 하지, 무료로 연재나 단편 게재를 하거나, 언제 팔릴지 모르는 유료코인으로 연재하려고 하지는 않으시겠죠. 하지만 기존 작가들이 더더욱 꾸준하게 있어야 일단 독자들 또한 공통적으로 고여있지 않을까요. 브릿g를 거쳐 지나가신 얼굴들이 떠오를 때마다 항상 아쉬웠습니다.

어떠한 주제, 혹은 어떠한 장르, 혹은 세부 장르, 등등에 대해 비평과 작품을 페어한 정기적/비정기적 특집 기획이 있으면 좋겠기도 합니다.

 

사실 앞에 장황하게 이야기한 것은, 제가 독자로써 브릿g에 바라는 바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당위성이 없으니까 이유를 늘어놓은 바에 가깝고요, 사실 지금도 브릿g 운영에 많은 품이 들고 운영자분들이 수고해주시고, 사실 말씀드린 것들을 점진적으로 계획하고 계실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현행대로 게속된 신인 작품 발굴 운영과 꾸준한 문학상 개최만으로도 사실 엄청난 일이죠ㅜㅜㅜ

그래도 요즘 왜 장르 소설의 양적 증가는 눈에 보이는데 다들 각자도생하고 공통적인 장은 없다는 생각이 들까? 그저 종이책의 부진만이 그 이유일까? 라는 위기감에, 좀 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활성화되면 좋지 않을까 싶은 스스로의 두려움과 위기감에, 안해도 될 말을 한번 얹어봅니다.

너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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