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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푸른 교실

분류: 수다, 글쓴이: 제오, 23년 7월, 댓글4, 읽음: 89

더운 여름밤에는 공포물이죠!

아주 옛날 어린이 잡지에서 읽은 공포만화를 문득 소개하고 싶어졌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나영이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겨울 방학 날 하교 시간, 같은 반 여왕에게 살짝 괴롭힘 당하고 있었는데 광호라는 아이가 편을 들어주어 빠져나옵니다.
하교길에 나영이의 스케치북을 보게 된 광호. 그런데 스케치북에는 모두 같은 여자아이 얼굴만 그려져 있습니다.
나영이는 그림을 그리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그 여자아이만 그려져 있다고 하면서, 그 아이와 친구가 된 기분이라고 합니다.
광호가 아름다운 담임선생님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나영이는 혼자 집으로 갑니다.

집에 온 나영이는 맡은 공사가 완료돼 모처럼 일찍 퇴근한 아빠가 해 준 저녁을 함께 먹습니다. 나영이네는 한부모 가정인 것 같습니다.
나영이가 내년에 6학년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던 아빠의 머리 속에 어떤 아이가 떠오릅니다.
3년 전에 죽은 아이입니다.
나영이보다 3살 위였으니, 죽을 당시 지금 나영이 또래였습니다.

그날 밤 아빠는 악몽을 꿉니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아빠에게 달려온 나영이에게 아빠는 자기가 혹시 뭔가 말하지 않았냐고 물어봅니다.

다음날 저녁, 광호가 그림 숙제하자고 놀러옵니다.
그림 도구를 학교에 두고 왔다는 게 생각난 나영이는 학교로 갑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어두운 교실에 무서워하며 들어가 그림도구를 꺼내온 나영이.
복도를 뛰듯이 걷는데 복도 끝에서 뭔가 반짝입니다.
가보니 거기에 작은 교실이 있습니다.
6학년 6반.
이상합니다. 6학년은 분명히 5반까지 밖에 없는데.

창문으로 들여다 보니 수업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검은 그림자처럼 보입니다. 어두워서 그럴까요?
그런데 한 아이가 나영이 눈에 들어옵니다.
언제나 자기가 그리고 있는 그림 속의 여자아이입니다.

너 들어오지 않겠니?

아이가 손짓합니다.

부탁이야, 내 곁으로 와 줘…

나영이는 교실로 들어갑니다.

나영이지? 난 전부터 알고 있었어.
난 명희라고 해.
여기는 특별반이야.
밤의 교실은 너무 추워.
게다가 캄캄하고 조용해서 무척 외로워.
나영이를 만나서 반가워.

나영이는 차가운 명희의 손을 잡아줍니다.
명희는 고맙다고 하면서 친구가 되어 달라고 합니다.
나영이는 매일 찾아오겠다고 합니다.

정말, 정말 매일 올 수 있어?

명희가 미소짓습니다.

나영이네 집.
아빠가 광호의 전화를 받습니다.
광호는 나영이가 그림 숙제하러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빠가 걱정하고 있는데 나영이가 집에 들어옵니다.
나영이는 친구가 생겼다며 눈물을 흘리며 좋아합니다.
아빠도 같이 좋아하며 친구의 이름을 묻지만, 나영이는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다음날, 나영이는 학교에 또 가서 명희를 만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광호를 만납니다.
나영이는 광호에게 6학년 6반 친구 이야기를 합니다.
수상함을 느낀 광호는 담임선생님께 알리러 갑니다.

늦게 다닌다고 걱정하는 아빠에게 나영이는 친구와 같이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스케치북을 보는 아빠.
거기에는 섬뜩하게 웃는 여자아이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빠는 비명을 지르며 그림을 찢어버립니다.
나영이는 친구 명희를 그린 건데 뭐가 나쁘냐고 울면서 소리칩니다.

명희… 분명히 명희라고 했지.

아빠가 뭔가 물어보려는데 나영이는 방을 뛰쳐나갑니다.
나영이를 따라가려는데 현관에서 소리가 납니다.
광호와 담임선생님입니다.
딤임선생님과 광호는 요즘 나영이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합니다.
다른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걸 즐겁게 생각하고, 있지도 않은 반의 아이를 친구로 삼고.
담임선생님은 가정환경이 그렇게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합니다.

담임선생님은 있지도 않은 반을 말하는 나영이와 허둥대는 아빠의 모습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직감합니다.
담임선생님은 나영이네 집을 나온 뒤 광호에게 나영이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달라고 부탁합니다.

아빠는 자기 방에서 잠든 나영이를 보며 3년 전의 일을 떠올립니다.

명희.

아빠가 근무하던 건설회사 사장의 외동딸.
그 아이는 3년 전 갑자기 행방불명되었고, 경찰은 유괴사건으로 보고 필사적으로 수색했지만 모두 헛수고로 끝났습니다.

알 수 없는 게 당연하지.
명희는 유괴된 게 아니었으니까.
내가… 죽인 거였어.

잊으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또렷이 살아나는 그때의 일.

당시 아빠는 사장의 신임을 받아 학교 수리 공사 일체를 맡아 일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나영이가 다니는 학교입니다.
그 공사만 끝나면 사장이 자기를 신임하고 더 큰 일을 맡겨줄 거라고 자신하며, 나영이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하는 아빠.

점심시간이 되고, 인부들이 점심을 먹으러 간 사이에 그 일이 일어납니다.

명희가 공사 현장에 놀러왔습니다.
새학기에 자기가 공부할 교실이 지어지는 것을 보러 온 겁니다.
건물 위에 있던 아빠는 건물 가까이 있으면 위험하다고 주의를 줍니다.
자기 교실이 어디일까 찾아보는 명희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던 아빠.
그만 실수로 철제 빔을 발로 건드리고 맙니다.
명희 위로 쏟아져 내리는 철제 빔.
아빠는 피하라고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죽은 명희를 부둥켜 안고 울던 아빠의 머리 속에 자애로운 사장 부부의 모습과 귀여운 딸 나영이의 모습이 스쳐갑니다.

아빠는 채 마르지 않은 벽을 헐어 명희를 밀어넣고는 시멘트로 발라버립니다.
흐른 피는 물로 씻어버리고…
아빠는 벽 앞에서 흐느낍니다.

명희 양… 용서해줘요. 어쩔 수 없었어. 나영이 때문에.

명희의 실종 사건은 지금까지 미궁에 빠진 채 유괴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장 부부는 지금까지도 명희가 살아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나영이를 부르고 있는 것은… 명희의 혼일까?
이대로는 나영이의 생명이 위험할지도 몰라.

아빠는 곡괭이 한 자루를 들고 매서운 바람이 부는 길을 나섭니다.


여기서 연재가 중단됐어요!  :scream:

아니 왜!

어째서…

연재 당시는 일본 작품의 모사작이 흔하던 시절이었고, 작가 이름도 가명 같아서 혹시 일본에 원본이 있을까 아주 잠시 찾아봤는데 소득은 없었습니다.

결말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이만.

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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