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법3문3답]
1. 글을 쓸 때 가장 공들이는 부분과 그 이유 (ex: 속도감, 반전, 캐릭터성, 배경설정, 세계관…)
소재가 떠오를 때는 중단편을 쓰고 보고 싶은 장면이 있을 때는 장편을 쓰는데 보통은 반전과 복선 회수에 치중을 해요. 저는 공포영화를 보더라도 입구가 좁은 화병 안에 이상한 저주 토템이 들어가 있으면 저걸 어떻게 넣었지?하는 생각에 몰입이 확 깨져서 더이상 집중을 못하는데 그런 이상한 부분에 꽂히는 성향 때문에 이야기 사이의 논리를 연결하는 것과 복선 회수를 조금 철저히 하는 편이에요.
장편에서는 그런 특징이 두드러지고 중단편의 경우에는 소재의 참신성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짧고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는가 아니면 서서히 쌓아올린 반전을 보여주는가의 차이 같네요.
2. 내가 생각하는, 혹은 독자들이 말해준 내 글의 특징은? (ex: 문체가 대중적이다, 설정이 참신하다…)
감사하게도 독자 몇 분께서 제 글의 특징을 몇 가지 짚어주셔서 그 말들을 빌리려고 해요.
술 마시고 이만큼 쓰시는 거면 매일 술 마셔야하는 거 아닌가요? (농담입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웃긴 문체 거기에 생각할 것이 있어 좋아요.
작가님의 다양한 시도를 지켜보는 일이 즐거워요.. 자유로운 발상도, 그걸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끈기도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요.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판을 휙 뒤집어버리는 순간, 얼떨떨한 기분으로 제가 무엇을 읽고 있었나 다시 확인하게 돼요. 그 순간의 충격이 제가 상상 못했던 것들로 이어지는 걸 깨닫고, 기쁜 마음으로 이야기를 마저 읽어나가요.
사건과 갈등, 딜레마라는 역동적인 동작으로 이야기가 이어져 나가기에 쉼없이 따라가기 좋았다. 한 회가 짧게는 약 20매, 길게는 70매 정도로 모바일로 읽기에 부담 없다는 점도 내가 출퇴근 길에, 심심할 때 책상 앞에 앉아서 수루룩 읽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좋았던 건 캐릭터 연구가 꼼꼼하게 되어 있다는 점이었는데…(중략)
재미있게도 이 소설 30회를 다 읽고 나면 수수께끼와 같았던 것들이 어느 순간 ‘다 풀렸다’라는 기분에 ‘신기해하게 되지만’ 읽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을 테다. 복선을 까는 것을 소위 ‘씨뿌리기’라고 하고, 복선으로 깔아두었던 힌트들으로 사건을 키워 재미와 깨달음을 선사하는 게 ‘거두기’라면 이 소설은 씨뿌리기와 거두기를 아주 잘해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인간에 집중하면서 (로봇은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도 로봇을 사랑하는데 인간은 왜 인간을 사랑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좋았습니다) SF적 배경을 자유롭게 풀어가는 이 소설이 좋았습니다. 너무도 삭막한, 인간성이 사라진 것 같은 세상이 오면 올수록 인간이 바라는 건 다름 아닌 따스한 손길 하나니까요.
정말..정말 이상하고 웃긴 글이에요.. 전에도 자주 느꼈지만 작가님의 능청스러움이 좋아요
인간에 대한 먼 존재가 인간을 예찬한다는 소개가 인상적입니다. 주제 의식이 큰 글이네요!
3. 나만의 작법이 있다면? (ex: 전개 방식~ 캐릭터 설정은~ …)
장편 쓸 때 잡는 틀 중 가장 간단한 구조예요. 추리스릴러를 쓰다보니 반전과 논리에 집중하게 되는데 독자 호흡에 따라 반전을 적당한 부분에 제시하고 싶어져서 늘 연막을 쓰는 것 같네요. 연막은 하나일 때도 있고 여러 개일 때도 있는데 정신 사납지 않게 연막 스토리도 속도감은 다 다르게 하는 편이에요.
글을 즉흥적으로 쓰는 편이라 장편도 주제의식 하나랑 보고 싶은 장면 두세 개 정도 가지고 그 사이는 즉흥적으로 채우는데 이런 전개 구조는 늘 염두에 두고 있답니다.
캐릭터 설정 같은 경우에는 인물별로 해결해야 할 상황을 하나씩 만들어주는데요, 기본적인 성향을 부여하고 문제를 하나씩 주면 캐릭터들이 자신들만의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서 즐거워요. 종종 내 문제를 변주하여 부여하는데, 캐릭터들에게 감정이 아닌 상황을 부여하면 작가의 커다란 자의식을 어느정도 작품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모든 글에는 작가의 생각이 어느정도 담겨있긴 하지만 그 자아가 너무 크면 소위 말하는 중2병이다 너무 감정쓰레기통같다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그런 부분은 늘 조심하고 있어요.
캐릭터 성격을 짤 때 저는 mbti는 절대 안 쓰는데 기본적인 틀 짜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입체적인 인물을 만드는데는 조금 방해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작품이 다 끝난 다음에 qna로 질문이 들어오면 그때 검사해보고 있어요. 각각의 캐릭터들이 개성있고 서로 안겹치는지를 평가할 때 mbti를 쓰거든요.
+추가문항(하셔도 되고 안 하셔도 됩니다.) : 내 개성과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글 하나
친구들이랑 토론할 때마다 나오던 단골주제였는데 소설로 쓰니까 시리어스해지더라고요… 귀신은 에너지다 vs 물질이다 vs 아니다 암흑물질이다에서 시작해서 귀신 잡아다가 냉장고로 쓰자로 넘어갔는데 냉장고는 냉기가 강해야 하니까 적당히 에어컨 정도에서 합의를 봤어요.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오온의 범위로 처음 접한 분과 충격귀신동력으로 접한 분으로 극명하게 나뉘더라고요… 그리고 후자는 제가 술 먹고 주정뱅이처럼 B급 호러 쓸 때마다 박수 쳐주셔서 늘 웃겨요…
아무튼 3문 3답 끝~ 도파민 과잉인 글을 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