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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게임 이야기를 하는 그런 근황

분류: 수다, 글쓴이: 수오, 17년 7월, 댓글12, 읽음: 66

0. 뱀일장…… 아니, 뱀 주제 글쓰기 참가해 볼까 하다가 일찌감치 접은 이유는…… 제 스스로의 글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자각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했지만, 사실 제가 지금 딴 데 정신이 팔려 있어서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늘 이렇게 좋은 기회는 놓아두고 딴 데 정신 팔려 있다가 엉뚱한 판 크게 벌여 놓고는 장렬하게 폭사하곤 하지요. 고생을 자처하는 몹쓸 습성……

 

1. 삼국지 게임 중에서 재미있게 했던 시리즈를 손꼽자면 5, 9, 11이었네요. 종종 호평 받는 3은…… 땅이 넓어지면 넓어질 수록 피할 수 없게 되는 숫자 노가다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게다가 DOS 시절의 마우스 인식은 자주 꼬이곤 해서(486 시절의 망할 PS/2), 전투 화면 뜰 때마다 뱀처럼 왔다갔다 난리부르스를 추는 커서를 보고 있다보면 절로 딥빡이 터지곤 했죠.

 

1-1. 삼국지 13 한글판도 스팀으로 사놨습니다. 중국의 넓은 땅덩이가 게임에 반영되어 정말 삼국지를 하고 있다는 느낌도 확 들고(안정에서 무위 쳐들어가려면 게임 시간으로 50일), 뭔가 군주가 정책을 펴려 할 때 종종 신하들이 딴죽을 걸거나 설전을 거는 시스템도 있어서 재미는 있습니다만…… 전투 시스템이 매우 아쉽습니다. 처음 싸울 때는 재미 있는데 하다보면 늘 같은 패턴이라 전투가 아니라 무한 노가다를 돌리는 기분입니다. 게다가 기껏 아껴놓고 비축해 놓은 병력을, 다른 놈들이 우르르 끌고 나가서 날려 먹을 때의 그 분노란…… PK는 전투 시스템이 더 나아졌다고 하는데(코에이 이 놈들은 늘 PK 나오기 전까지는 반쪽짜리 게임), 유통사에서 한글 패치 내놓는다 말만 해놓고 여름 다 지나가게 생겼네요. 그렇다고 일본어 읽을 자신은 없습니다, 한자 밖에 못 읽거든요.

 

2. 스팀 여름 세일 중이라 울프 어몽 어스, 스타듀 밸리, 그리고 VA-11 Hall A 샀습니다. 더 사들일 까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요즘은 열심히 움직여야 하는 게임보다는 적당히 지켜보며 느긋하게 생각하는 게임이 더 좋아졌습니다. 대학 다니느라 피똥 쏟고 떨어질 면접장 쏘다니면서 나이 먹어가는 사이에 어찌나 컴퓨터 그래픽이 놀랍게 발전했던지 참. (그래놓고는 정작 도트 게임을 사들이고 있는 어느 아재)

 

2-1. VA-11 Hall A는…… 동성애적 소재가 있어서 개인마다 호오가 좀 갈리겠지만, 바텐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대화가 참 재미있어서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이버 펑크를 소재로 했지만 너무 민감한 소재나 설정을 파고 들어야 하는 부분 없이, 적당히 대화를 들으며 생각할 여유를 주는 그런 대화형 게임이었죠.

 

2-1-1. 뭐 완전히 사족이겠지만, 제 개인적으로 가진 동성애자들에 대한 생각은…… 제가 가진 이성애적 성향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별 문제 없을 거라 보는 낙관적인 쪽입니다. 대신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성격적인 충돌은 별개로 봐야겠죠. 그냥 제 대인 관계 자체가 항상 모 아니면 도였던 지라…… 허헝.

 

3. 아, 게임에 정신 팔려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정신 팔려 있는 문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가라앉히기 위해 게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딥빡이 치거나 반복 플레이를 요구하는 게임은…… 도저히 손을 못 대겠더군요. 그냥 물 흐르듯 땅덩이를 넓히거나 왕성하게 농사를 짓거나 아니면 마구 수다를 떠는 그런 영화 한 편 보는 듯한 게임이 좋습니다.

 

3-1. 근데 정작 영화나 드라마는 못 보겠어요. 아예 마음을 잡고 영화관에 가면 모를까요. IPTV로 영화나 드라마 대여해서 보고 있다보면 자꾸 내용에 집중 못 하고 딴 짓을 하게 됩니다. 간식 거리를 챙겨 놓아도 삼십 분 정도 지나면 어느 새 빈 봉지만 남아 있으니…… 그래서 <왕좌의 게임>의 마수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죠.

 

0-1. 뱀일장…… 멍하니 다른 분들 뱀 관련 작품 내놓는 것을 바라보면서 ‘아, 백일장 같다’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뱀+백일장…… 이렇게 오늘도 저는 제 안에 뿌리내린 아재의 혼을 느낍니다. 빌어먹을!

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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