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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읽고 ‘미키17’ 상상하기

분류: 책, 글쓴이: 조나단, 23년 1월, 댓글8, 읽음: 85

안녕하세요, 조나단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서점에 갔다가, 봉준호 감독이 차기작으로 픽했다는 띠지가 있는 책을 봤어요. 봉준호 감독이 또 SF를? 호기심에 사서 읽었는데, 브릿지언 분들도 읽어보심 좋을 것 같아 감상을 적어봅니다. (그나저나 출판사는 봉감독이 픽했다는 걸 미리 알았던 걸까요? 출판사의 영민함에 감탄을 ㅋ)

 

로그라인. 7번째 복제인간 미키의 좌충우돌 행성 개척기.

개척행성에서 탐사를 나갔다가 트레바스에 떨어져 죽을… 뻔하다가 간신히 살아 돌아왔는데, 기지에는 이미 8번째 미키가 복제되어 있네? 대략 난감. 개척행성 기지에 잉여 인간이 있으면 안 되는데..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

 

1. 

첫인상. <노인의 전쟁>보다는 덜 스펙타클하고 <마션>보다는  덜 유머스러워요.

하지만 그 둘의 요소를 모두 갖고 있기도 해요.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두 소설이 떠올랐는데… 간결한 문장이나 피식거리게 하는 유머, 속도감 같은 것이. 최근 영미 SF 소설들의 트랜드인 것 같아요. 잘 읽히는 건 기본이고요.

초반에는 왜 ‘본격’ 사건이 안 일어나지? 왜 자꾸 지난 주인공들(미키1~6)을 회상하지? 이거 또 밑밥만 깔고 3부작으로 가는 거 아냐? 했는데… 뒤에서 명료하게 다 정리하더군요.

이 작품에는 흥미로운 SF 설정들이 등장해요. 복제인간은 작품이 전면에 내세운 소재이고. 저한테는 행성 개척의 역사와 험난한 과정, 반물질을 연료로 삼은 항성간 우주선이 흥미롭더군요. 특히 반물질 우주선이라니! 아직 수학적 이론만 있는 반물질을 이렇게 논리적으로 재미있게 뻥을 치다니… 작가에게 감탄하게 되더군요. 

또 심오한(?) 질문을 던지기도 해요. ‘테세우스의 배’로 상징되는 복제인간의 정체성 같은.

작가는 그것을 지나가듯 가볍게 건드리는데, 그것도 영리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심호한 질문을 파고들지 못할 바에야, 화두처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며 이야기 진행과 속도감을 잃지 않는 균형감이랄까요?

해서 브릿G에서 SF를 쓰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지만. 요즘의 영미 SF 작가들이 SF적 소재들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트랜드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인 듯해서요.

 

2.

책을 읽고 나니 궁금해지더군요. 봉준호 감독은 이 작품을 어떻게 영상화 할까… 봉 감독님이 단순 액션 영화를 만들려고 선택하진 않았을 게 분명하니까요. 트레일러를 찾아보니 <미키7>이라는 원작 제목이 <미키17>로 바뀌었던데… 거기에 힌트가 있는 것 같아요. 

봉준호 감독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읽어보시면 좋을 듯 싶어요.

이야기가 어떻게 확장되고 깊어질지, 또는 SF에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깔아놓을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요. (저는 그냥, 설국열차처럼만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이상입니다. 푹 쉬시며 연휴 마무리 하시길 바라며. 새해에도 좋은 글 많이 쓰시고, 브릿G에서 멋진 작품들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조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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