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구상, 집필, 퇴고와 1년 계획

분류: 수다, 글쓴이: 드리민, 22년 8월, 댓글6, 읽음: 183

브릿G에 자유게시판이 있었다는 건 처음 알아서 최근의 고민 내지는 넋두리를 써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런 거 하지 말고 빨리 글 써야 하는데… 써야 할 글이 산더미인데다가, 그 산이 한 종류도 아닌데… 아무튼 써봅니다.

 

일단, 저는 문창과 전공생입니다.  학과 내에서 소설 창작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께서 하셨던 이야기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만약 100일 동안 소설을 쓴다고 하면, 초고 집필은 아무리 길어도 2일에 끝내야 한다. 나머지 98일 중 절반 이상은 구상, 나머지는 퇴고다. 구상에서 배경, 인물, 사건 정도가 아니라 묘사와 대화까지 완벽하게 준비한다면, 집필 과정에서 헤맬 일이 없다.”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플롯과 시놉시스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소설 창작에 도움이 되니까요.

 

하지만 이 명제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1. 이 명제는 단편 소설 기준이다. 장편의 분량을 매일 나눠서 연재해야 하는 웹소설 환경에서는 개념적으로도 호환이 안 되고,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2. 아무리 단편 소설을 위주로 쓰는 작가라고 하더라도, 100일에 한 번 소설을 써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3. 1과 2의 조합, 그렇다면 웹소설 작가는 도대체 1년에 몇 편을 동시에 쓰거나 준비해야 하는가?

 

교수님께 이메일로,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했던 다른 학우의 수업 중 질문으로 받은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편을 쓴다고 하면, 나는 2년을 준비하고 그중 2달을 집필에 쓴다. 만약에 내가(그러니까 교수님이) 웹소설을 쓴다면, 이렇게 할 것이다. 먼저 전편의 초고를 미리 집필한다. 그리고 연재할 때마다 분량을 나누고, 독자의 반응과 이전에 수정되어 나간 회차들을 고려하여 최종 퇴고를 한다.”

물론 교수님이 말했다고 해서 전부 정답은 아닙니다. 특히 창작과 그 방법론에 관한 것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방법이 있기 마련이죠.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이나, 시간에 여유가 많은 사람이라면 교수님의 방법이 정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없고, 상대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저는 이 방법을 적용하여 2023년(사실은 올해부터 했어야 맞지만) 계획을 세우다가 문제에 직면합니다.

 

5,000자 기준 150회를 최소분량으로 설정하여, 하루에 2회(1만 자)씩 쓴다고 가정. 집필 기간 75일.

개인적으로 초고는 원고지에 만년필로 쓰는 걸 선호함. 따라서 평일 5일에 초고 쓰고, 매주 주말에는 초고를 컴퓨터로 옮겨야 함. 30일 소요. 총 105일.

남은 기간 260일. 이 중 150일은 구상에 사용, 재고 및 삼고를 110일에 할당.

1년 꼬박 쓴 다음 연재.

 

하지만, 1년에 한 작품만 쓸 수는 없음.

집필 기간 105일을 기준으로 1년을 나누면. 365/105=3…

따라서 365일 동안 3편의 초고와 4편째의 초고 일부를 진행할 수 있음.

 

이 사이클을 중간 휴식 기간 없이 굴리면,

하루에 한 편의 구상, 한 편의 초고, 한 편의 재고, 한 편의 삼고, 그리고 한 편의 연재가 가능.

하루에 삼모작도 아니고 오모작을 할 수 있다는 미친 결론이 나옵니다.

 

네, 이건 미쳤습니다. 오죽하면 이 이야기를, 제 가까운 사람에게 말해본 결과…

“인간은 기계야. 그런 식으로 굴리면 망가져.”라고 답했을 정도니까요.

게다가 이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 때는 하루에 3회씩 써서 50일에 초고 끝내고, 1년에 7편 쓰겠다고 했었습니다. 확실히 미친 듯하네요.

 

물론 다모작 생각 자체를 하지 말고, 한 편을 진득하게 쓰는 것만으로도 벅찬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게 지나친 강박이라고 하더라도, 미리미리 이야기를 준비하는 것 자체는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이런 틀과 규칙이라도 없으면, 효율이 바닥을 기는 선천적인 게으름쟁이라면 말이지요.

 

다른 분들은 집필 계획을 어떤 식으로 잡으시는지 궁금합니다.

다들 어떻게 하시나요?

드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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