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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비가 송신해 온 기억

분류: 수다, 글쓴이: 리튼라이프, 6월 15일, 댓글2, 읽음: 74

비가 옵니다. 예고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침나절 그칠 것 같더니 아직도 조금씩, 추적추적 내리네요. 문득 코흘리개 어린 시절 기억이 피어올랐습니다.

태어나고 자란 곳은 어느 대도시 변두리의 허름한 가옥이었습니다. 골목길을 끼고 있던 우리 집. 당시 아이들은 그 골목길에서 참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어른이 된 지금 가보게 되면 그때보다는 작고 좁게 느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 집 건너편에는 담장 밖으로 가지가 뻗어 나올 만큼 큰 대추나무가 있는 집이 있었습니다. 그 집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기억하기로, 그곳에는 홀로이신 할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부부가 있었고, 익은 대추를 따게 될 가을 무렵이면 아이들은 온통 그 집 아저씨가 대추 따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했었죠. 맘씨 좋은 할아버지와 아저씨는 대추를 다 따면 주위에서 놀던 아이들에게 대추를 한 움큼씩 나누어 주시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그 작은 선물을 받고는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언젠가 하루는 그 집 앞 골목 끝에 맞닿아 있는 큰 길가에 커다란 차가 한대 세워져 있었고, 차 뒤쪽에는 할아버지의 사진이 걸려있는 겁니다.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함께 있던 친 누님에게 물었습니다.

 “누나, 할아버지 사진이 차에 있어. 왜 그래?”

11살이나 차이가 나는 바로 위 누님은 쓴웃음을 지으며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응, 할아버진 돌아가신 거야.”

“돌아가신 게 뭔데?”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뜻이지.”

철부지 꼬마는 그 말의 뜻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왜 할아버지를, 그 선한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을 귀여워해 주시던 그분을 보게 될 수 없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정말로 누님이 말한 대로였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 사람은 한 번은 떠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에게나 예외가 없이요. 어린 마음이었지만 영원히 의식 없이 잠들게 되어, 알게 된 세상과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무섭고 두려워했던 것도 같습니다.

가끔씩 기억납니다. 대추나무가 익어갈 계절이 되거나 할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영구차가 서 있던 날처럼 비가 내리는 오늘처럼 마음이 조금 스산하게 되면, 조막손에 쥐어진 한 웅큼의 대추만큼이나 넉넉하며 푸근했던 그 아저씨와 할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이제 나이를 먹어버려서 순수했을 때를 얼마나 잃어버렸을지 모르지만, 그런 기억을 발견 할 때면 가끔씩 그 집 앞 골목을 거닐어 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리튼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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